강·바다·우물 괴담
물 위의 그림자와 물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강과 바다, 호수와 우물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교토의 도읍, 요괴의 목소리
교토(京都)
이건 말이죠,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라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만……뭐,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교토에 가나(加奈)라는 여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십 대 후반으로, 가라스마(烏丸) 근처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퇴근길에 늘 가모가와(鴨川) 강변을 걸어 다니는 것이 습관이었다고 하더군요. 밤의 강변이란 건, 낮과는 공기가 다르잖아요. 강 냄새가 나고, 버드나무가 사각사각 흔들리고,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그녀에게는 그런 길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여름밤의 일입니다. 칠월 말이었는데, 해가 져도 여전히 끈적하게 무더웠다고 해요. 가나 씨는 여느 때처럼 강변을 걷고 있었습니다. 발바닥에 돌바닥의 감촉이 느껴지고, 강물 냄새가 코를 찌르고, 벌레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제나와 같
부산 해운대의 그림자 전설
Busan
여러분, 오늘은 부산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해운대 아시죠. 여름이면 파라솔이며 튜브며,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는 그 해운대요. 근데 거기 오래 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도는 말이 하나 있어요. 해가 지고 나서 그 모래사장을 혼자 걷지 말라고. 그냥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절대로 혼자 걷지 말라는 거예요. 이거 들은 건 몇 년 됐는데요. 부산 토박이한테서 들은 얘기라서 한번 옮겨볼게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쪽 동네에서는 꽤 알려진 이야기래요. 몇 해 전 여름이었다고 해요. 대학생 무리가 해운대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대요. 술도 마시고, 모래사장에 앉아서 떠들고, 다들 신나 있었겠죠. 근데 새벽 한 시쯤 됐을 때 친구들은 하나둘 숙소로 들어가고, 한 명만 남게 됐다는 거예요. 지훈이라는 애였
도톤보리(道頓堀)의 그림자
오사카(大阪)
이건 말이죠,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뭐, 누구한테 들었냐 하면, 친구의 친구 얘기라서요.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좀 묘한 이야기라 그냥 들어주시면 합니다. 켄지(健二) 군이라고 하는데요. 대학교 2학년이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늦가을, 비 내리는 밤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난바(難波)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도톤보리(道頓堀) 다리에 접어들었어요. 에비스바시(戎橋) 근처였죠. 스포츠 선수 간판의 네온이 번져서 강물 위로 녹아드는 듯한 밤이었어요. 빗방울이 수면을 두드리며, 톡, 톡, 소리를 내고 있었고요. 술에 취해 있던 그는, 문득 다리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강을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발이 멈췄어요. 네온의 붉은빛과 노란빛이
가로수길의 마지막 방문자
Seoul
여러분, 오늘은 가로수길 얘기를 해드리려고요. 낮에는 다들 아시잖아요. 카페 앞에 줄 서고, 플리마켓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근데 그 길이 자정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몇 년 전 얘긴데요. 이십 대 초반 커플이었다고 해요. 이름은 모르고, 그냥 강남 쪽에 사는 평범한 연인이었대요. 그날 밤, 가로수길 안쪽 카페에서 나온 게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택시를 잡으려고 큰길 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들은 얘긴데, 그 골목이 워낙 나무가 많잖아요. 가로등이 있어도 나뭇잎 사이로 빛이 끊겨서, 어떤 구간은 생각보다 어둡대요. 그 두 사람이 딱 그런 구간을 지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는 거예요. 흐느끼는 소리. 낮게, 아주 낮게. 바람 소리랑 섞여
요도가와의 저주받은 창고
오사카(大阪)
오사카 요도가와 강변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낡은 창고가 하나 있다. 인근 주민들은 그 장소에 가까이 가는 것을 꺼린다. 그곳에 무언가 사악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창고 주변에는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사방을 감싼다고 한다. 이따금 창고 안에서는 낮게 신음하는 소리와, 무거운 무언가를 질질 끌어당기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저기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도시 전설이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퍼져 있다. 어느 날 밤, 호기심이 넘치는 대학생 무리가 그 창고를 탐험하기로 했다. 모험심에 이끌려 담력 시험 삼아 그 음산한 장소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손전등을 손에 쥔 채, 그들은 인적 없는 창고의 문을 밀어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강의 속삭임
Seoul
여러분, 오늘 들고 온 이야기는... 한강 얘기입니다. 뭐, 한강에 괴담이 없겠냐 싶죠. 그런데 제가 오늘 들려드릴 건 귀신 얘기가 아니에요. 귀신이라면 차라리 나은 거라고, 이 얘기를 직접 들은 사람이 그랬다더군요. 들은 얘긴데, 몇 년 전 일이라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마포 쪽 강변 어디쯤이었다 하더라고요. 지수라는 청년이 있었대요. 나이는 이십대 중반, 잠이 잘 안 오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새벽 두 시가 넘으면 종종 한강변을 혼자 걸었다고 하는데, 그날도 그랬대요. 늦가을이었다고 하더군요. 강바람이 차고, 인적이 없었고,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 길게 눕는 그런 밤이었다고 해요. 처음엔 그냥 걸었대요. 이어폰도 꼽지 않고, 그냥 강을 보면서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들렸다는 거예요
후쿠오카의 저주받은 탑
후쿠오카(福岡)
후쿠오카 한복판에 자리한 나카스는 밤늦도록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운 불빛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소리 없이 서 있는 낡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 건물은 '붉은 탑'이라 불리며,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붉은 탑은 한때 번성했던 건물이었다. 상업 시설과 사무실이 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빈 건물이 되어버렸다. 외벽은 붉게 녹슨 빛을 띠고 있었고, 그것이 '붉은 탑'이라는 이름의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어느 날 밤, 대학생 타쿠야는 심령 명소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붉은 탑을 찾았다. 폐허가 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
계곡의 속삭임
Busan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요. 부산 외곽에 있다는 계곡 얘긴데요. 정확한 위치는 저도 모릅니다. 아는 사람들은 입을 잘 안 열거든요. 그냥 부산 어딘가, 도로 끝나고 산길로 한참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계곡이라고만 알고 있어요.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계곡에 별명이 있다고 하는데요. '속삭임의 계곡'이래요. 무섭게 붙인 이름이 아니에요. 실제로 그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부르게 됐다는 거죠. 들은 얘긴데요. 그 계곡 자리에 오래전에 작은 마을이 있었대요. 산골 마을이었는데, 매년 봄마다 계곡에 제사를 지냈다고 해요. 계곡에 뭔가가 있다고 믿었던 거겠죠.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걸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개발이 들어오면서
해운대의 그림자
Busan
여러분, 오늘은 부산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려고요. 해운대, 아시죠. 낮에 가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주변 호텔 불빛이 바다 위에 반짝이는 그 해변. 근데 그게… 밤에는 달라진대요. 사람들이 다 빠지고 나면, 그 넓은 모래밭이 그냥 조용히 어두워지는 게 아니라, 뭔가 달라진다고. 공기가 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들은 얘긴데, 낮에 그렇게 북적이던 해변이 밤이 되면 갑자기 너무 조용해진대요. 파도 소리만 남고. 근데 그 파도 소리가, 그냥 파도 소리로 안 들린다고. 몇 년 전부터 그쪽에서 실종 사건이 꽤 있었다고 해요. 확실하진 않지만, 주로 밤에 혼자 해변 걷다가 사라지는 경우들이었대요. 흔적이 없었다는 게 이상한 거거든요. 모래사장이잖아요. 발자국
여우의 속삭임과 밤의 호수
후쿠오카(福岡)
에, 들은 얘기입니다만. 직접 확인한 건 아니라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여러 사람한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오늘 밤 잠깐, 해볼까 싶어서요. 후쿠오카에, 아부라야마라는 산이 있어요. 낮에는요, 가족들이 도시락 펼쳐놓고 쉬는, 아주 평범한 시민의 숲이에요. 그런데 안쪽 깊숙이, 지도에 이름도 없는 작은 호수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여우 호수'라고 불렸다는데, 정식 이름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2년쯤 전 가을의 일이라고 하는데요. 요스케라는 대학생이 있었어요. 뭐 흔한 얘기지만, 친구들이랑 담력 훈련 삼아 그 여우 호수를 찾아간 거예요. 밤 열한 시가 넘어서, 네 명이 산길로 들어섰어요. 손전등을 들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올라가
영도를 떠나면 안 되는 이유
영도 봉래산 영도 할매 바위
여러분, 오늘은 부산 영도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들은 얘긴데요. 영도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거의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봉래산에 올라가면 할매 바위가 있다고요. 그냥 오래된 바위 하나인데, 영도 사람들은 그걸 예사로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할매가, 영도에 들어오는 사람은 반긴대요. 품에 안아준다고요. 근데 떠나는 사람한텐 다르다고 합니다. 허락 없이 나가면, 그냥 놔두질 않는다는 거죠. 확실하진 않지만, 영도 토박이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이런 말이 내려온다고 해요. 영도를 떠날 때는 반드시 봉래산에 올라가서 할매 바위 앞에 서서, 인사를 드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요. 그래야 나가도 된다고요. 그냥 소문처럼 들리죠.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근데 제가 아는 분한테 직접 들은 얘기
가양역 미스터리 연쇄 실종
가양역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나 이거 들었을 때 한동안 가양역 못 탔거든. 진짜야. 들은 얘긴데, 확실하진 않지만 — 2022년에 가양역 근처에서 사람이 세 명이나 사라졌대. 그냥 사라진 게 아니고. 역 안으로 들어가는 건 CCTV에 다 찍혔는데, 나오는 게 없어. 어디서도. 출구든 환승 통로든 화장실이든 — 없는 거야. 그냥 역 안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그 사람이 세상에서 지워진 것처럼. 그중에 한 남자 얘기가 제일 무서워서. 새벽 두 시 반쯤이었대, 그 사람이 여자친구한테 전화했을 때. 뭐 별 얘기도 아니었대. "나 곧 집 가"라고, 그냥 그 말 하고 끊었대. 여자친구는 그냥 잘 들어가는 줄 알고 잤는데, 아침에 전화를 해도 안 받고, 집에도 없는 거야. 가족들이 전단지 만들어서 붙이고 다녔는데 —
사라봉 칠머리당의 영등할망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
여러분, 오늘은 제주에서 들은 얘기를 하나 해드리려고 합니다. 확실하진 않아요. 거기 살던 분한테 들은 건데, 그분도 어머니한테서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거예요. 음력 2월이 되면, 제주 바다 쪽에서 영등할망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바람과 바다를 다스리는 여신인데, 이 시기에 뭍으로 올라와서 섬을 한 바퀴 돌고 간다는 거예요. 갈 때는 바다에 해산물 씨앗을 뿌려주고 떠난다고들 하고. 그래서 제주시 사라봉 기슭에 있는 칠머리당에서는 매년 이 할망을 맞이하는 영등굿을 연다고 합니다. 꽤 성대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요. 이상한 게, 그 할망이 뭍에 머무는 음력 2월 내내 바다가 유난히 거칠어진다는 겁니다. 할망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강남 도깨비 터의 고사 금기
강남의 어느 오피스 건물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사람이 너무 떨면서 얘기해서 나도 그날 이후로 좀 이상해졌거든. 들을래? 강남 한복판이야. 역 근처 그 번듯한 오피스 건물들 있잖아, 유리 외벽에 로비도 반들반들한 거. 거기 어느 층에 IT 계열 회사가 들어왔대. 서울 외곽에 있다가 강남으로 확장 이전한 거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한 십여 년 전 얘기라고 들었어. 근데 입주 계약할 때 건물주 할아버지가 대표한테 진짜 대놓고 신신당부를 했다는 거야. 이 터가 좀 오래된 도깨비 터다, 고사를 꼭 지내고 들어가라, 그냥 형식적으로라도 막걸리 한 사발 올려라— 이렇게까지 말했다는데, 회사 쪽에서 그냥 웃고 넘겼다고 하더라고. 요즘 세상에 무슨 고사냐고. 뭐 이해는 가지. 그죠? 근데 이사 들어간 그
강남 모 아파트 404호의 불운
강남 모 아파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얘기는... 강남 어딘가에 있는 아파트 얘기입니다. 어디라고 딱 집어 말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강남에서도 꽤 이름 있다는 주상복합 단지라고 들었어요. 로비에 대리석 깔려 있고, 경비실도 있고, 주차장에 외제차가 즐비하다는 그런 곳. 확실하진 않지만, 한때 연예인이며 사업가들이 꽤 들고 나갔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거기 보안 요원들 사이에서 은근히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사 층, 또는 사로 끝나는 그 층, 그 라인은... 가능하면 용무가 없으면 가지 말라고. 특히 야간 순찰 돌 때 그 복도는 빨리 지나치라고. 왜 그런지는 처음엔 잘 안 가르쳐 준대요. 그냥 어깨너머로, 조용히. 들은 얘기인데요. 몇 년 전에 그 라인에 새로 들어온 경비 아저씨가 있었대요. 오십
신세계 뒷골목의 저주
신세카이의 뒷골목(新世界の裏路地)
있잖아, 들어볼래? 오사카 신세계에서 말이야, 좀…… 그냥 흘려듣기엔 찜찜한 이야기가 돌고 있거든. 확인된 얘기는 아니야. 그래도 몇 사람한테서 비슷한 말을 들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작년 가을 일이었대. 오사카로 출장 온 삼십대 남자 이야기야. 이름은…… 뭐, 일단 K씨라고 해두자. K씨는 일이 끝나고 혼자 신세계에 꼬치튀김 먹으러 왔대. 밤 아홉 시가 넘었을 무렵. 쓰텐카쿠가 주황빛으로 흐릿하게 빛나고, 큰길에는 아직 사람들이 꽤 있었어. 근데 K씨는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려다가, 조금만 지름길로 가보자 싶었던 거야. 그러다 좁은 골목 하나로 들어서고 말았어.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대. 낡은 건물들 사이로 난, 사람 하나 겨우 지나칠 만한 어두운 길. 아스팔트가 여기저기 벗겨져 있고, 하수구
기온, 다다미방 안쪽 깊숙이 숨겨진 우물
기온의 오래된 찻집과 요정(祇園の古いお茶屋や料亭)
있잖아, 들어볼래? 기온 얘기야.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그냥 들은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줬으면 해. 그 근처 오래된 찻집이나 요정들은 수백 년의 세월이 배어 있잖아. 처마를 나란히 한 격자문, 돌바닥, 밤이 되면 등롱이 희미하게 밝혀지고…… 그런 곳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잖아. 그게 단순히 분위기 얘기가 아니라, 훨씬 더, 말 그대로의 얘기였던 것 같아. 어느 게이샤가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하더라고. 그 사람이 아직 어릴 때, 자리에 불려가서 어느 오래된 찻집에 올라갔대. 손님도 몇 명, 술도 들어가서 떠들썩한 연회 자리였다고. 그러다 밤이 꽤 깊어졌을 무렵, 그 게이샤가 잠깐 자리를 비우려고 일어서다가, 다다미 끝을 밟았나봐. 그랬더니. 어긋났대. 다다미가, 아주 조
단자와의 신카쿠시
단자와 산지(丹沢山地)(특히 야마노카미 터널 주변(山の神トンネル周辺))
잠깐, 들어봐 주시겠어요. 단자와 이야기입니다. 가나가와의, 그 산 이야기. 직접 확인한 건 아닌데, 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산 깊은 곳에 '야마노카미 터널'이라고 불리는 장소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지역에선 예로부터, 거기만큼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해요. 그게, 삼 년인가 사 년 전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어떤 남자가 혼자 단자와에 들어갔다고 해요. 베테랑이었고, 같은 산을 수십 번은 걸어본 사람이었어요. 장비도 충분했고, 날씨도 나쁘지 않았어요. 십월 말이라 해가 짧긴 했지만, 낮 전에 입산해서 저녁에는 내려올 예정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녁이 돼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처음엔, 뭐 조금 늦어지는 것뿐이겠지 하고. 그런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그
불인지 보트를 타면 헤어지는 커플
시노바즈이케(不忍池)
있잖아, 들어볼래? 불인지 알아?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연잎이 떠다니는 그 연못. 낮에는 커플들이 보트를 저으면서 즐겁게 놀고 있어. 정말, 한가롭고 평화로운 곳이야. 근데 있잖아…… 잠깐만. 이거,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그 친구 아는 여자애, A라고 부를게. A가 남자친구랑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우에노에 놀러 갔대. 봄이 끝나갈 무렵,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간대에. 불인지 보트 선착장에서, 둘이서 보트를 탔다는 거야. 들은 얘기니까 세세한 건 확실하지 않지만…… A는 그날 일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하더라. 수면에 노을이 비쳐서 예뻤다고. 남자친구가 노를 저을 때마다, 물이 동그랗게 퍼져나가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근데 있잖아. 연못 한가운데쯤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물 냄새
갓파바시에 깃든 갓파의 은혜
갓파바시(合羽橋), 소겐지(曹源寺)
있잖아, 듣고 있어? 오늘 밤은 갓파바시 얘기를 해볼까 해서. 도구 거리 알지? 업소용 냄비라든가, 식칼이라든가, 음식 모형 같은 게 늘어서 있는 그 거리. 낮에는 활기차고 관광객도 많아서,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동네처럼 보여. 그런데 말이야.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잠깐만 귀 기울여줬으면 해. 그 사람, 일단 K씨라고 해두자. 요리 도구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가끔 밤늦게 폐점 후의 갓파바시를 혼자 어슬렁거리는 게 습관이었대. 사람이 줄어든 밤의 도구 거리는 낮이랑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나. 쇼윈도에 늘어선 동냄비들이 가로등 빛을 반사하는 게,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좋았다고 하더라고. 어느 날 밤의 일이야. 십일월 말쯤이었는데, 꽤 많이 추웠대. 내뱉는
센소지를 덮친 우시오니
센소지(浅草寺), 스미다강(隅田川)
이건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가마쿠라 시대 무렵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라고 하더군요, 라고 말하는 건,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야말로, 지금껏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이기도 하죠. 센소지에서, 법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을의, 비가 갠 밤이었다고 하더군요. 경내에 스님이 쉰 명쯤 모여 독경을 하고 있었다. 촛불 빛이 빗물을 머금은 돌바닥 위에서 흔들리고, 향 연기가 낮게 피어올라, 그런, 고요한 밤이었다고 해요. 처음 알아챈 건, 강 냄새였다고 들었습니다. 스미다강은 가깝습니다. 그러니 강 냄새가 나는 건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다만, 그날 밤의 냄새는 조금 달랐다고 하더군요. 진흙과, 썩은 풀과, 거기에 또 하나, 무언가 짐
중림사 터의 '저주받은 길'
주린지(重林寺) 터 주변 도로
있잖아, 들어볼래? 이케부쿠로 얘긴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 동네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 몇 분한테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니까, 혹시나 싶어서. 중림사라는 절이 있었대. 지금은 없어졌지만. 게이안 연간,그러니까 에도 시대 초기에 세워진 절인데, 그 주변은 오랫동안 넓은 묘지였다고 해. 아주 오랫동안. 수백 년에 걸쳐, 거기서 잠들어온 사람들이 있던 곳. 그게, 어느 시기에 도로가 됐다는 거야. 묘지 위에, 그대로. 처음엔 아무도 몰랐겠지. 그냥 도로. 차가 달리고, 사람이 걷고. 그런데…… 그 도로에서 사고가 잇따르기 시작했대. 한두 건이 아니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왜 하필 그 장소에서만, 싶을 정도로 계속됐다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슬슬 '거긴 지나지 않는 게 낫다'는 말
이라바야시의 베개 뒤집는 방
나가사키시(長崎市) 이라바야시(伊良林)
……있잖아, 들어줄 수 있어? 나가사키, 이라바야시 근처에서 오래전부터 속삭여지는 이야기야.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들어줬으면 해. 이라바야시라는 동네, 알잖아. 비탈길이 많고, 오래된 집들이 돌담에 기대듯 늘어선 그런 곳. 그 안에, 대대로 한 가족이 살아온 낡은 집이 있었대. 겉에서 보면 별거 없어. 빗물에 바랜 나무 미닫이문, 조금 기울어진 처마, 마당 안쪽에 오래된 우물 하나. 뚜껑은 덮여 있지만 쓰이지는 않는. 그런 집. 그 집에, 네 평 반짜리 방이 있대. 우물이 있는 방향을 향한, 툇마루에 면한 작은 방. 낮에도 조금 어둑하고, 다다미는 햇볕에 바래 희끄무레하고, 기둥 근처만 공기가 서늘하게 무거운, 그런 방이라고. 그 방에서, 어느 날 밤, 친척 남자가 묵게 됐대
권현산 마고코로의 종의 저주
곤겐야마(権現山) 전망공원
자, 오늘 밤은 나가사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노모마치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가사키 시의 남쪽 끝, 반도의 끄트머리 쪽이에요. 거기에 권현산 전망공원이라는 장소가 있다고, 들어보신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맑은 날에는 군함도가 보이고, 바다 빛깔이 붓으로 칠한 것처럼 파랗다는, 그런 경치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 공원 한쪽에 '마고코로의 종'이라는 것이 세워져 있습니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설치된 종이라고 하는데, 뭐, 찾아온 사람들이 울리고 가는, 그런 장소인 모양이에요. 이건 어떤 남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나가사키에 사는 분으로, 삼십 대 초반이에요. 뭐, 확인할 방법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들어보세요. 몇 년 전 가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숲 속으로 사라지는 다리, 태백산 제2교
태백산(太白山) 제2교
이건 말이죠, 센다이 쪽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자세히 말하려 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센다이시 타이하쿠구에 '태백산 제2교'라는 다리가 있다고 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별거 아닌 것 같죠. 강에 놓인 평범한 다리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다리, 다 건너고 나면 그 앞에 길이 없다고 합니다. 길이…… 없다. 다리가 있고, 난간이 있고, 콘크리트가 있고, 차가 충분히 지나갈 만한 폭도 있다. 그런데 다 건너는 순간, 아스팔트가 툭 끊겨버리고, 그 너머에는 그저 울창한 숲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라고. 들은 분이 말씀하시길.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저녁 무렵
사라진 여고생과 마지막 전화
무로란시(室蘭市)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흘러들어온 이야기라서, 무로란과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혹시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01년 봄 초입의 일이라고 합니다. 눈이 아직 구석에 남아 있는, 홋카이도 특유의 어중간한 계절이었죠. 무로란에 살던 여자아이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동네에서는 밝고 배려심 깊은 아이라고 평이 자자했다고 해요. 그날 그 아이는 어머니에게 "아르바이트하는 빵집에 다녀올게요"라고 했답니다. 커피 내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약속이 있다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토요일 오후였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현관에서 배웅하며, 저녁이면 돌아오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밤이 되어도, 아
다자이후 텐만구의 인연 끊는 다리
다자이후 덴만구(太宰府天満宮)
있잖아, 들어볼래? 다자이후 텐만구 얘기인데…… 학문의 신을 모시는 곳으로 유명하잖아, 거기. 수험 시즌이 되면 에마가 빼곡히 걸리고, 참배길엔 매화떡 굽는 달콤한 냄새가 퍼지고, 왠지 평온한 곳이라는 인상이 있잖아. 근데 말이야. 경내에, 연못 위에 걸린 다리가 세 개 있어. 알아? 그 다리들, 각각 과거·현재·미래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커플이 함께 건너면 인연이 끊긴다는 얘기가, 옛날부터 계속 속삭여져 왔대. 뭐, 도시전설이겠지 싶잖아.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있잖아, 얼마 전에 들은 얘기가 도무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친구의 지인 얘기인데…… 아마 작년 가을 무렵이었대. 그 애, 남자친구랑 처음으로 다자이후에 갔다고. 사귄 지 반 년쯤 됐고, 정말 사이 좋은 커플이었던 것
뱀못의 대사
헤비이케(蛇池)
이건요, 나고야 니시구에 지금도 전해지는 이야기인데요…… 직접 확인하러 간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하더군요. 뱀못, 아시나요. 니시구 쇼나이강 쪽에 지름이 백 미터는 됨직한 연못이 있는데요. 이름 그대로, 뱀에 얽힌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고 해요. 그 동네 어르신들한테 물어보면 하나같이, "거기엔 가까이 가지 마라"고 하신다더군요. 이유를 여쭤봐도 제대로 가르쳐주시지 않는다고요. 못가에 용신사라는 신사가 있어서요. 거기에 대사가 용신으로 모셔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왜 용신으로 모시게 됐는지, 그 경위가 좀 묘한 이야기로 남아 있어요. 옛날에 어느 젊은 무장이 있었다고 해요. 그 사람이 연못에 대사가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에게 명해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게 했다는 거예요.
이어질 리 없는 통로
난코(南港) 육교·연락 통로
있잖아, 들어볼래? 난코 얘기인데. 거기 육교, 써본 사람이라면 알 것 같은데…… 그 독특한 분위기 있잖아. 콘크리트랑 철골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중 회랑 같은 통로. 낮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발소리만 울려 퍼지고, 뭔가…… 살짝 붕 떠 있는 느낌이 드는 곳. 그 난코 연결 통로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얘기, 들었거든. 친구의 친구한테 들은 거라서 확인은 못 했는데. 그 사람, 일단 K씨라고 부를게. K씨는 난코에 일이 있어서, 일주일에 몇 번씩 같은 길을 걸었대. 페리 터미널 쪽에서, 늘 다니던 육교를 건너서, 연결 통로를 지나, 빌딩 입구로 나오는 루트. 이미 몸이 기억할 만큼 익숙해진 길이었다고. 그게, 어느 가을 밤 늦게의 일이야. 야근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시각은 열한 시가
우치코시 다리의 지장보살
우치코시바시(打越橋)(요코하마시 미나미구(横浜市南区))
있잖아, 들어볼래? 내 아는 애한테 들은 얘기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 애가 정말 무서운 얼굴로 얘기해줬거든. 그래서인지, 왠지 잊히질 않아서. 요코하마 미나미구 쪽에, 우치코시 다리라는 다리가 있대. 오래된 다리인데, 아래를 내려다보면 꽤 깊은 절벽이 펼쳐진다고 하더라. 동네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옛날부터 '마의 절벽'이라고 불렸다고 들었어. 한때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나…… 지금은 난간이 세워져 있어서, 그런 일은 줄었다고 하더라고. 그 다리 어귀에, 작은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대. 이끼가 끼고, 약간 거무스름한 느낌의, 낡은 지장보살. 누군가 가져다 놓은 건지,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건지, 그것도 분명하지 않다고 해. 다
요코하마 세 탑 이야기
요코하마 산토(横浜三塔)(가나가와현청(神奈川県庁), 요코하마 세관(横浜税関), 요코하마시 개항기념회관(横浜市開港記念会館)) 및 주변 전망 명소
자, 들어보세요. 요코하마에 이런 이야기가 떠돌고 있어요. 실제로 확인한 사람이 있다고요. 요코하마 세 탑을 아시나요. 가나가와 현청의 「킹」, 요코하마 세관의 「퀸」, 요코하마시 개항기념회관의 「잭」. 항구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세 개의 탑이죠. 이 세 탑을 특정한 장소에서 한눈에 모두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런 장소가 세 곳이라고 해요. 아카렌가 파크, 니혼오도리, 그리고 오산바시 국제 여객 터미널. 이 세 곳을 하루에 모두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군요. 뭐, 관광 안내 같은 이야기죠. 처음엔 그렇게 들었어요. 그런데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는, 거기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요. 친구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친구가 예전 직장 선배에게 들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갓파바시의 갓파 대명신
소겐지(曹源寺)(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있잖아, 들어볼래? 갓파바시에 대해서, 좀 신경 쓰이는 얘기가 있어서. 우에노에서 걸어서 금방인 그 도구 거리, 냄비며 칼이며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그 길 말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는 얘기니까, 그냥 소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어떤 사람한테 들은 건데, 그 사람이 갓파바시를 밤에 혼자 걸은 적이 있대. 일 끝나고 늦어져서, 밤 열 시였나, 더 늦었을 수도 있고. 낮에는 그렇게 북적이는데, 밤이 되면 가게들이 죄다 셔터를 내리고, 가로등만 희미하게 빛나고, 기념품용 갓파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그대로 서 있대. 그 사람이 소겐지 앞을 지나쳤을 때 얘기래. 소겐지라는 건, 갓파바시에 갓파 대명신을 모시고 있는 절인데, 에도 시대에 치수 공사를 도운 갓파들을 신으로 모셨다는, 그런 전설이 있다고 하더라고.
우에노 도쇼구의 물을 마시는 용
우에노 도쇼구(上野東照宮),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
자, 한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우에노의 도쇼구, 그곳 가라몬에 용 조각이 있다는 건 아시겠지요. 좌우에 하나씩, 오른쪽이 머리를 위로 향한 용, 왼쪽이 머리를 아래로 향한 용. 참배하러 오신 분이라면 한 번쯤은 눈에 담으셨을 겁니다. 그런데——이게, 그냥 장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어요. 저 용이, 밤이 되면 움직인다고. 밤마다 가라몬을 빠져나와, 시노바즈 연못까지 물을 마시러 내려온다고. 그래서 머리를 아래로 향한 쪽이 '오르는 용'이고, 위를 향한 쪽이 '내려오는 용'이라는 거지요——높은 사람일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도 하더군요. 뭐, 그건 겉으로 하는 이야기고. 오늘은 그 안쪽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어느 강담사에게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다고
미쿠니 골목, 과거의 잔향
미쿠니코지(美久仁小路)
있잖아, 들어볼래? 이케부쿠로에서 들은 좀 이상한 이야기예요. 직접 확인한 건 아니고, 누구한테 들었는지도 흐릿해졌는데……그래도 왠지 묘하게 생생해서, 도무지 잊혀지질 않아서. 이케부쿠로 동쪽 출구에서 조금 걷다 보면 '미쿠니 골목'이라는 뒷길이 있대요. 아는 분 있을까요. 역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저 이케부쿠로의 소음이 스르르 사라진다고 해요. 홍등이 드문드문 늘어서 있고, 간판 글씨체도 어딘가 쇼와 시대에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은. 그곳, 원래 '청선'이 있던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전후의, 그런 곳. 자세한 건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 같고……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감정을 품고 그 골목을 지나쳐 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겠죠. 어떤 남자분 이야기인데요. 편의상 K씨라고
이케부쿠로역, 사라진 승강장의 유혹
이케부쿠로역(池袋駅)
자, 오늘 밤은 이케부쿠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전해드릴 수 있죠. 작년 가을이었던가, 이케부쿠로에서 일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마루노우치선을 매일 이용하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날 밤은 야근을 하고 나온 터라, 막차까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고 합니다. 승강장으로 내려갔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지갑을 어딘가에 떨어뜨린 것 같더래요. 왔던 길을 되짚으며 지하 통로를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케부쿠로 지하가 어떤 곳인지는 다들 아시잖아요. 노선이 몇 겹으로 겹쳐 있고, 통로가 종횡으로 뻗어 있어서, 몇 년을 다녀도 '
서대신동 옛집의 봉인된 우물
서대신동 (특정 일본식 가옥)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들은 건데, 그것도 그 동네 사는 사람한테서. 확실하진 않지만 서대신동 쪽에, 그 언덕배기 골목 들어가면 나오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 얘기야. 있잖아, 지붕이 낮고 처마가 길게 늘어진 그런 집. 지금도 사람이 사나 안 사나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집 이야기야. 들은 얘긴데… 그 집 마당 안쪽 구석에 우물이 하나 있대. 근데 그냥 우물이 아니라 뚜껑이 덮여있고, 그 위에 부적이 붙어있다는 거야. 그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뭔가 흘려쓴 글씨가 빼곡하게 적힌 누런 종이들이 겹겹이 붙어서, 비가 와도 안 떨어지게 끈으로 묶여있다고 하더라고. 확인한 사람이 있어. 직접 봤다고. 그 사람이 그랬어. 어느 늦가을 저녁에 그 골목을 지나다가 문이 열려있길래 그냥 안을 들
영도다리 아래,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의 그림자
영도다리 (점바치 골목)
여러분, 오늘은 부산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영도다리 아시죠. 그 다리 남쪽 끝 쪽에, 예전에 점바치 골목이라고 불리던 데가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는 아직도 뭔가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돌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쪽 일대를 오래 돌아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는 이야기라서요.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부산 토박이라는 사람이 있었대요. 나이는 한 사십 중반쯤 됐을까,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됐을 때였대요. 오래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셨는데, 마지막에 제대로 얼굴도 못 봤다고,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그날 밤,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이 차를 몰다가 영도다리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해요. 자정이
이치조 모도리바시의 귀신과 부활의 전설
이치조 모도리바시(一条戻橋)
……뭐, 들은 이야기니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아는 사람의 또 아는 사람에게서 흘러들어온 이야기인데, 너무도 잘 짜여 있는 것 같아서, 이 자리에서 한번 귀에 담아두시라고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교토의 호리카와에, 이치조 모도리바시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지금은 깔끔하게 새로 놓인 작은 다리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러 자주 들르는, 언뜻 보면 아무것도 아닌 다리입니다. 그런데 그곳은 예로부터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고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건너면 돌아올 수 있다, 혹은 저편의 것이 이편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장소라고. 헤이안 시대의 이야기라고 합니다만, 어느 학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 행렬이 꾸려져 관이 마침 그 다리 위를 지나가고 있을 때, 구마노 산에서 수
이노카시라 공원 보트의 저주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井の頭恩賜公園)
있잖아, 듣고 있어? 지금 조금, 속삭이듯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이노카시라 공원 스완 보트 이야기, 알아? 도쿄에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지도 몰라. 커플이 함께 타면 헤어진다는 거. 도시 전설처럼 떠도는 얘기. 그런데 있잖아, 이게 그냥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하고 흘려버려도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조금씩 드는 거야. 친구의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어줘. 작년 가을의 일이었대. 사귄 지 2년이 된 커플이 기치조지에 놀러 온 김에 이노카시라 공원에 들렀다는 거야. 그 연못가, 단풍이 예쁜 계절이잖아. 보트 선착장 앞을 지나다가, 여자 쪽이 "타보자"고 했대. 남자는 "헤어진다는 징크스 있잖아" 하고 웃으면서 거
춘천 삼천동 흉가 괴담
춘천 삼천동 (과거 흉가 자리)
여러분, 오늘은 춘천 쪽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삼천동에 있던 집 얘긴데요. 지금은 철거됐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어딘지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쪽으로 걸음을 잘 안 한대요. 이유를 물어보면 다들 말을 흐리고. 들은 얘긴데, 한 십여 년 전쯤부터 그 집 이름이 좀 돌았다고 해요. 처음엔 그냥 오래된 빈집이었대요. 문도 없고, 창문도 다 깨지고, 지붕 한쪽이 내려앉은. 근처 주민들은 지나치면서도 시선을 안 줬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시선을 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집. 그런데 담력 체험 한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대요. 그중에 스물 초반 남자 셋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고 해요. 한 친구가 나중에 털어놓은 얘기인데, 확실하진 않지만...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이상했대요.
경주 김씨 부잣집의 비밀
경주 어느 마을의 김씨 대저택
여러분, 오늘은 경주 쪽에서 흘러들어온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확실하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그쪽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돌던 소문이라고 하니까... 그냥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만 들어주세요. 경주 외곽, 어느 작은 마을에 김씨 성을 가진 집안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라 왕족의 핏줄이라고 스스로 일컬었다는데, 실제로 그 집 대문 기둥 높이가 마을 어느 집보다도 높았다고 해요. 기와지붕이 겹겹이 이어져서, 담 너머로 지붕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었다고들 하더라고요. 땅은 어디까지가 이 집 것인지 마을 사람들도 몰랐다는 얘기도 있고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집안의 부를 이상하게 여기는 시선이 마을에 꽤 있었다고 합니다. 흉년이 들면 다른 집은 다 망하는데, 김씨 집안만은 해마다 곳간이 더 불어났다는
샛골의 기다리는 여인
전주 한옥마을 샛골
여러분, 오늘은 전주 한옥마을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낮에 가면 참 예쁜 곳이죠. 기와지붕 처마 밑으로 관광객들 북적이고, 어디서나 달콤한 냄새 풍기고. 근데 그 골목들 안쪽, 사람 발길 잘 안 닿는 데로 들어가다 보면... 샛골이라고 부르는 아주 좁은 통로가 있대요. 저도 직접 가본 건 아니고,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분한테 들은 얘긴데. 그 샛골이, 낮에도 그늘이 진대요. 양쪽으로 오래된 담벼락이 어깨 폭 정도 간격으로 서 있어서, 한낮에도 해가 잘 안 든다는 거예요. 담에 낀 이끼가 오래된 데는 거의 검은색이라고. 그리고 그 흙담에서 나는 냄새가, 뭐랄까... 비 맞은 흙냄새인데 좀 더 무겁고 눅눅한, 그런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골목에 얽힌 이야기가 있는데, 백 년도 더 됐다는 거예
세이칸 터널의 멈춰버린 시간
세이칸 터널(青函トンネル)
……잠깐,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전해드릴 뿐입니다. 세이칸 터널 이야기입니다. 아오모리와 홋카이도를 잇는, 그 길고 긴 해저의 길 말입니다. 들은 바로는, 심야 유지보수 작업에 들어간 사람이 이따금 이상한 것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작업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느 해 겨울의 일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십일월이나 십이월의 심야였다고 하더군요. 담당 작업원이 혼자서 터널 중간 구역을 점검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베테랑이셨고, 그런 작업에는 익숙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터널 안이라는 곳은 평소에도 독특한 공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미사카 고개에서 히치하이킹하는 여자
미사카 고개(三坂峠) (유령 터널)
……잠깐,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으로서,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해지는 사이에 살이 붙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너무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서로 다른 분들에게서 들으면……역시, 무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미사카 고개 이야기입니다. 에히메의 마쓰야마와 구마코원을 잇는 그 고갯길에, 작은 터널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유령 터널'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정식 이름이 있기는 하겠지만, 아무도 그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는다고. 그런 장소에는, 대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옛날, 그 고갯길은 폭주족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밤마다 엔진 소리를 울리며, 급커브가
광원사의 엿장수 유령
고겐지(光源寺)
이건, 나가사키의 이야기입니다. 광원사, 아시는 분도 계실까요. 나가사키 시에 있는 오래된 절인데요. 그 절에 엿장수 유령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전국에 있다고 하더군요. 네, 자식 키우는 유령이라고 부르는데요. 다만 나가사키에서는 특히 이 광원사의 이야기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들은 건 꽤 오래전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세세한 부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요. 에도 시절의 일이라고 합니다. 고지야마치라는 곳에 작은 엿가게가 있었다고 해요. 어느 날 밤 아홉 시가 넘어, 이제 문을 닫으려던 참에, 여자 하나가 문간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의 여자였는데,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요. 비는 내리지 않
별대국도의 손짓 지장보살
벳다이 국도(別大国道) (손짓 지장보살(手招き地蔵))
있잖아, 듣고 있어? 오이타랑 벳푸를 잇는, 그 별대국도 얘기인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손짓 지장보살, 들어본 적 있어? 친구한테 들은 얘기라서 확인할 방법은 없는데, 왜인지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질 않아. 그 애 아버지가 일 때문에 밤늦게 별대국도를 달리는 일이 종종 있었대. 작년 가을이었나, 십일월 초쯤,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에 늘 그러듯 그 길을 달리고 있었다고. 특별할 것 없는 밤이었대. 야근이 길어져서 피곤하긴 했지만, 졸린 것도 아니고, 정신도 멀쩡했다고 나중에 몇 번이나 말했다더라. 별대국도가, 한쪽은 바다고 한쪽은 바로 산이 바짝 붙어 있잖아. 밤이 되면 정말 어두워서, 헤드라이트가 닿는 범위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강한 밤이었는데, 창문
저승으로 가는 입구, 「이노메 동굴」
이노메 동굴(猪目洞窟) (이즈모시 이노메초(出雲市猪目町))
있잖아, 들어볼래? 이즈모에, 이노메 동굴이라는 곳이 있대. 시마네현, 이노메마치라는 동네. 바닷가의 작은 어촌 끝자락에, 뻥 뚫린 채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그 동굴, 『이즈모노쿠니 풍토기』에도 이름이 나온대. 천 년도 더 된 문서에. 요모쓰히라사카, 그러니까 저승으로 가는 입구로. 옛날부터, 쭉, 그렇게 불려온 곳이래. 들은 얘기인데. 그 동네에선 예로부터 이런 전설이 있대. 「이노메 동굴 꿈을 꾼 사람은, 죽는다」고. ……그냥 미신이라고 생각하겠지. 근데, 동네 사람들은 진심으로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한대. 동굴 얘기를 너무 많이 하면, 꿈에 나오니까, 라고.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면서, 조금, 무서워.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정확하진 않은데. 어떤 여
저주받은 폐여관 「갈매기장」
가모메소(かもめ荘) (이즈모시 다이샤초 히노미사키(出雲市大社町日御碕))
잠깐, 한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시마네현에서, 이즈모 대사에서 더 서쪽으로…… 히노미사키 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데요, 그 끝자락 가까운 곳에 「갈매기장」이라는 폐여관이 있다고 하더군요. 들은 이야기라서,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요. 원래는 평범한 여관이었다고 해요. 바다가 보이고,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다만 폐업한 지 꽤 오래됐다고 하고,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됐다고요. 시마네에서도 제법 알려진 흉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위치가, 또 묘해요. 바다로 튀어나온 절벽의 딱 밑동 부근에 세워져 있다고 하는데요, 그 아래 바다에 익사체가 자주 떠밀려 온다는 소문이 있어요. 조류가 그런 식으로 흐르는 건지 어떤지,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곳이라고들 해요.
오이케유원지역의 괴이
오이케 유원지역(大池遊園駅)
……잠깐, 들어주시겠습니까. 와카야마의, 산 쪽으로 깊이 들어간 곳에, 오이케유원지라는 역이 있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그 장소에는……무언가, 보통 역과는 조금 다른 것이 감돌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민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커다란 연못이 있는 공원이 하나 있을 뿐인, 사람의 기척이 몹시도 희박한 땅이라고 들었습니다. 낮에도 너무 고요할 정도인데, 밤이 되면, 플랫폼에 남는 것은 벌레 소리와, 연못에서 올라오는 물 냄새뿐이라고 합니다. 연못의 냄새……썩어가는 풀의, 진흙 바닥에서 배어 나오는 듯한, 그 무겁고 축축한 공기. 입 안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그 느낌. 어느 가을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몇 년 전의 일이라고 말씀하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자태를 비추는 우물의 경고
고야산(高野山) 오쿠노인(奥の院) 스가타미노 이도(姿見の井戸)
이건요, 한 이 년 전에 지인의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묘하게 구체적인 데가 있어서요. 고야산 오쿠노인에, 자태를 비추는 우물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나카노하시를 건너자마자, 등롱이 줄지어 늘어선 참배길 옆에 작은 당이 하나 서 있습니다. 그 당의 그늘이 지는 자리에, 아주 조용히, 정말이지 아주 조용히, 돌을 쌓아 만든 작은 우물이 있다고 합니다.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르면 그냥 지나쳐버릴 것 같은, 그런 장소에. 전해 내려오는 말은 이렇습니다. 그 우물을 들여다보았을 때 수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지 않은 사람은, 삼 년 안에 죽는다. 뭐, 흔한 전설이라고 생각하시겠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분은 교토에 사는 삼십 대 남성이었다고 합니다.
폐허에 깃든 것
기누가와 온천(鬼怒川温泉)의 폐호텔 군
……이것은, 어느 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실한 것은, 저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런 일이 저 강가에서 있었다고……그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누가와 온천 지역에는, 버블 경제 시절에 지어진 커다란 호텔들이, 지금도 몇 채, 그대로 서 있다고 합니다. 철거되지도 않고, 재건되지도 않은 채, 그저……강을 내려다보듯, 줄곧 그 자리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벽은 검게 번져 있고, 창문은 거의 다 깨져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지역 주민들은 그다지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젊은 분들이 밤에 몰래 들어가는 일은 끊이지 않는 모양이고……。 그 호텔들 중 하나에서, 작년 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십 대 남성이, 친구들과 함께 안으
숫자가 맞지 않는 지장보살
간만가후치(憾満ヶ淵)의 줄지어 선 지장보살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닛코의, 간만가후치. 아시는 분도 계실 테지만, 다이야강의 물줄기를 따라 돌로 만든 지장보살상들이 줄지어 늘어선 곳이 있습니다. 백 구가 넘게, 어쩌면 그 이상이, 이끼 낀 좌대 위에 조용히 앉아 계십니다. 그곳을 현지에서는 예로부터 '둔갑 지장'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셀 때마다 숫자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갈 때 센 수와 올 때 센 수가 아무래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몇 번을 다시 세어도 같은 수가 나오지 않는다. ……뭐, 백 구가 넘는 지장보살이니 세다가 틀린 거겠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남자가 그곳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꼼꼼한 분이었는지, 갈 때 한 구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
후지사와 해안에 서 있는 인영
후지사와시(藤沢市)의 해안 (국도 134호선 연변)
……이것은, 확실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이 신사를 찾아오시는 분 중 한 분께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드리는 것뿐입니다. 믿으시든 믿지 않으시든, 마음 가시는 대로. 후지사와 해안 이야기입니다. 국도 134호선을 달리다 보면, 밤이 되면 바다 냄새가 짙게 밀려오지요. 조수와 갯내음이 뒤섞인, 그 축축한 냄새. 그 냄새가 강해질 무렵, 마침 모래사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분은 친구와 함께, 한밤중에 차를 몰고 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라고 하셨습니다. 새벽 두 시나 세 시쯤이었던 것 같다고도 하셨지요. 해안 도로는 그 시간이 되면 인적이 끊겨, 파도 소리만이 창밖에서 밀려드는 듯한, 그런 밤이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차를 세우고,
에노시마 이와야에서 사라진 시간
에노시마 이와야(江の島岩屋)
이건 말이죠,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확인할 수 없는 부분도 섞여 있으니까, 뭐, 그런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노시마 안쪽, 이와야 동굴 얘기예요. 그 섬,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리이를 지나 섬 뒤편까지 걸어가면 꽤 시간이 걸려요. 계단도 여러 개고, 사람도 많고, 발밑이 위험한 곳도 있고.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릴 때도 있는 그런 길이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일단 K씨라고 해두죠. K씨가 친구 커플과 셋이서 에노시마를 찾은 게,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고 해요. 반은 관광, 반은 도시전설 얘기로 신나 있었던 모양인데, 이와야 근처에서 시간 감각이 이상해진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대요. 시간이 사라진다, 뭐 그런 거요. 흔한 얘기잖아요. K씨도 처음엔 반쯤 웃
이노카시라 공원의 목 없는 여자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井の頭恩賜公園)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노카시라 연못에 대한 이야기를.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때때로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조금만, 말씀드려 두려 합니다. 어느 늦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치조지 거리의 소란이 잦아들고, 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져 가는, 그런 시각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십 대의 남녀가 벤텐 연못 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연인 사이였다고 하더군요. 밤의 연못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십일월 초였던가요, 수면에 가로등 불빛이 비쳐 주황빛으로 흔들리고 있었다고, 나중에 남자 쪽이 이야기했습니다……그 남자 쪽이, 나중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은, 뭐, 그런 뜻이기도 합니다만. 연못 끝에 다다랐을
이노카시라 공원 보트의 저주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井の頭恩賜公園)
있잖아, 들어볼래? 이노카시라 공원 얘기인데, 좀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가 있어서. 직접 확인한 건 아닌데……그래도 누군가한테는 꼭 말해두고 싶어서. 작년 가을이었나, 하고 들었어. 친구의 친구 얘기인데. 사귄 지 반 년쯤 된, 아직 사이가 좋았던 이십 대 커플이 휴일 낮에 스완 보트를 탔대. 이노카시라 연못에서. 그 분홍색이랑 흰색으로, 둥실둥실 떠 있는 거 있잖아. 처음엔 웃었대. 페달을 제대로 못 밟아서 빙글빙글 돌아버리는 바람에, 둘이서 소리 내어 웃으면서. 가을 낮이라 공기도 맑고 수면이 반짝반짝해서, 정말 즐거웠던 것 같더래. 그런데, 연못 한가운데쯤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물 냄새가 바뀌었대. 강 냄새라기보다……진흙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차갑고 어두운 냄새. 썩은 것도 아니
우에노의 산에 울리는 잔향
우에노 온시 공원(上野恩賜公園) (특히 치케무리자카(血煙り坂) 주변)
……들으시겠습니까. 이것은, 이곳 우에노의 숲을 섬기는 자로서 몇 번이고 귀에 담아온 이야기이옵니다. 확실한 일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같은 이야기가 서로 다른 사람의 입에서 거의 같은 형태로 나온다는 것은……역시, 무언가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가을 밤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미 막차도 지난 시각이었고, 이슬비가 돌바닥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남성이 밤의 공원을 혼자 찍으며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시노바즈 연못 쪽에서 들어와, 등롱이 늘어선 참도를 지나, 언덕 쪽으로 향했다고. 치노케무리 언덕, 이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지금은 고요한 나무들 사이의 비탈길이지만, 게이오 4년의 여름, 저 보신전쟁에서 쇼기타이의 병사들이 끝까지 총을
불인지에 숨어드는 그림자
시노바즈 연못(不忍池)
잠깐, 들어봐 주시겠어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닌데요……우에노에서 일하는 지인한테서, 작년 가을 무렵에 들은 이야기예요. 확인할 방법도 없고, 믿고 안 믿고는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만. 그 지인, K씨라고 하는데요, 우에노의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야근이 이어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서, 밤 열한 시가 넘어 퇴근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돌아가는 길에 불인지 물가를 지나는 게 가장 가까운 길이었다고요. 십월 말 무렵, 밤 열한 시 반쯤이었다고 했어요.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고, 연꽃의 시든 줄기가 줄지어 수면 위로 솟아 있는 계절이죠. 한여름엔 그토록 푸르게 우거졌던 잎들이 전부 거무스름하게 변해서, 물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것 같은, 그런 시기. 연못 옆 산책로를 혼자 걷고 있었
월미도 사라진 아이
월미도 놀이공원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나 이거 처음 들었을 때 집에 걸어오면서 가로등 아래 설 때마다 멈췄다니까. 내 그림자 말고 다른 그림자가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 정도야, 이게. 들은 얘긴데. 아는 언니 친구가 직접 들었다는 거야. 그 언니가 원래 이런 얘기 엄청 덤덤하게 받아치는 사람이래. 귀신 얘기 해줘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는 스타일. 근데 이거 얘기할 때는 말하다가 스스로 멈췄다는 거야. 목소리가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 입을 다물었대. 한참. 그게 더 소름이었다고. 월미도 놀이공원, 폐장 전 얘기래. 여름, 칠월 중순쯤. 확실하진 않지만. 바다 짠내랑 어디선가 날아오는 튀김 기름 냄새가 뒤엉키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그런 낮이었대. 일곱 살짜리 여자애가 회전목마 보자마자 엄
뱅뱅사거리의 목매단 망자
뱅뱅사거리 인근 사무실
옛날에 말이여… 아니, 옛날도 아니여. 한 오 년 됐나, 육 년 됐나. 강남 뱅뱅사거리 있잖어, 거기 근처에 사무실 건물이 하나 있는디, 거그서 일했던 사람한테서 들은 얘긴데. 그 사람이 이름은 말 못하겠다 했어. 혹시 아는 사람이 들으면 어쩌냐고. 근데 그이가 하도 떨면서 얘기를 하는 거라 내가 다 기억을 해뒀지. 그이가 IT 쪽 일을 했는가, 암튼 야근이 잦은 직종이었다 하더라고. 그날도 다들 칼퇴근 하고, 그이 혼자 남아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었대. 밤 열한시가 넘었다 했어. 바깥엔 차 소리도 거의 없고, 사무실 안은 형광등 두어 개만 켜놔서 구석구석 어두컴컴했는데, 그 건물이 복층 구조라 위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난간이 있었다 해. 그래가지고,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삐걱,
연예인 몰락의 강남 아파트
강남의 특정 고급 아파트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얘긴데 — 근데 말하는 사람이 너무 진지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거든. 확실하진 않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어느 고급 아파트 얘기야. 이름은 말 안 할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하더라고. 그 아파트가, 생긴 건 진짜 번듯해. 로비에 대리석 깔리고, 경비실도 깔끔하고, 딱 봐도 "여기 사는 사람 다르다" 싶은 그런 데래. 근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걔네끼리 쉬쉬하면서 "그 아파트 알지?" 하면 다 알아듣는다는 거야. 거기 몇 년 전에 꽤 잘나가던 여자 연예인이 입주했다는 얘기가 있어. 드라마 주연급이었다고. 이사하고 한 달도 안 됐는데, 갑자기 촬영장에서 쓰러졌대. 처음엔 과로래. 근데 이상한 게,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수치는 정상이
대모산 마네킹의 저주
대모산
여러분, 오늘은 강남 쪽 얘기를 하나 해볼게요. 대모산, 아시죠. 서울 한복판에 붙어 있는 산인데, 낮에는 동네 분들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는 그냥 평범한 산이에요. 근데 들은 얘긴데, 그 산에 좀 이상한 게 있대요. 마네킹이래요. 나무에 매달린 마네킹. 처음 이 얘기를 해준 사람이, 몇 년 전 늦가을 저녁에 혼자 그 산 중턱 등산로를 걷고 있었대요. 해가 막 넘어가고, 나무들 사이로 빛이 사라지는 그 애매한 시간이요. 그때 멀리서 뭔가 매달려 있는 게 보였대요. 처음엔 그냥 비닐봉지나 천 조각인가 싶었대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걸음을 멈췄대요. 한복이었대요. 흰 저고리에 치마를 입고 있는데, 머리가 있어요. 몸이 있어요. 밧줄이 목에 감겨서 나뭇가지에 묶여 있었대요. 근데 그게 마네킹인 걸 아는
우오키리 댐 바닥에 잠긴 원한
우오기리댐(魚切ダム)
있잖아, 들어볼래? 히로시마, 사에키구 쪽에 말이야…… 우오키리 댐이라는 곳이 있대. 알아? 나도 잘 아는 건 아닌데, 얼마 전에 어떤 사람한테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 사람도 또 다른 누군가한테 들었다고 했으니까,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해도, 잊혀지질 않아서. 그 사람 친구가 카메라가 취미였대. 밤의 수면을 찍는 걸 좋아했다고. 호수라든가, 강이라든가, 댐이라든가. 조용하고 아름답잖아, 밤의 물이란 게. 그래서 겁도 없이 혼자 우오키리 댐에 갔다는 거야. 밤 열두 시가 조금 지난 무렵이었다고 들었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댐 쪽으로 걸어갔더니……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대. 벌레 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고. 그저 물 냄새만 났다고. 강 냄새와도 다른, 더 무겁고 탁한, 진흙과 뭔가
절을 헤매는 불덩이
다이안지·뱌쿠고지(大安寺·白毫寺) 주변
……잠깐,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신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따금 그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곤 합니다. 어디서 보았다, 누구에게서 들었다, 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오늘 밤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이안지에서 조금 동쪽으로 들어간 곳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뱌쿠고지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 아시겠습니까. 낮에도 나뭇가지들이 서로 얽혀 어둑어둑한, 그 좁은 길 말입니다. 들은 바로는, 이미 십수 년 전의 일인 듯합니다만……어느 가을 한밤중이 지나, 그 길을 혼자 걷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다만 나라에 밝은 분으로, 밤길에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밤은 달도 뜨지 않아, 발밑을 비추는 것은 자
폐신사의 여우 빙의
시라타카다이진(白高大神)
있잖아, 듣고 있어? 나라 얘기인데……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로 들어줘. 시라타카오미카미, 라고 읽는다던데……나라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런 폐신사가 있대. 옛날엔 신흥 종교의 수행 장소였다는 얘기가 있고,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도리이는 진작에 썩어 무너졌고, 경내에 발을 들이면 공기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대. 그냥 낡았다는 게 아니라……뭔가가, 들러붙어 있는 것 같은, 그런 무게감이 있다고. 담력 시험 장소로 꽤 오래전부터 이름이 돌았나봐. 이게, 몇 년 전 얘기인데. 여자애가 넷이었나, 대학생 그룹이 밤에 갔대.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산 공기는 여름에도 뼛속까지 차잖아. 그 애들도, 입구 도리이를 지나는 순간 싸늘한 바람이 발밑을 스쳐갔다고
수노모리 공원의 손자국
미즈노모리공원(水の森公園)
……이것은, 얼마 전에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이옵니다.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서 들었는지조차 이제는 안개처럼 아득하여……다만, 이렇게 입에 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이야기이옵니다. 센다이의, 수노모리 공원에,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나무가 우거진 고요한 공원으로, 낮에는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평온한 장소라고 하더이다. 다만, 밤이 되면 인적이 끊기고, 가로등 불빛도 닿기 어려운 곳이 있다고 하옵니다. 그 화장실도, 그런 구석에 서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늦은 밤, 근처에 사는 젊은 남성이, 막차를 놓치고 걸어서 돌아가는 길에, 그 공원을 가로질렀다고 하옵니다.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초가을의 일로, 바람이 조금 불어
수원지의 하얀 손
니시오카수원지(西岡水源地)
있잖아, 들어볼래? 삿포로에 있는 니시오카 수원지 얘기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그곳, 그냥 평범한 공원이 아니라는 말이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조용히 떠돌고 있거든. 초록이 짙고, 낮에는 가족들도 찾아오는 조용한 곳이래. 저수지가 있고, 나무들에 둘러싸여서, 어딘가 습지 같은 공기가 감도는 곳이라고. 근데 있잖아, 예전부터 그곳에서는……투신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었어. 게다가 시신이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고. 바닥이 깊은 건지, 물살이 있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찾지 못한 채로, 지금도 그 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확인한 건 아닌데, 이거 친구의 친구한테 들은 얘기야. 작년 초가을이었나, 이십 대 커플이 밤에 거기를 산책했대. 심야라고 해도 열한 시쯤. 담력 시험 같은 게 아니라, 그
이쿠타 신사의 이별 징크스
이쿠타신사(生田神社)
이쿠타 신사, 아시나요? 고베의 산노미야, 그 번화하고 떠들썩한 거리 바로 곁에,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사입니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알려져 있어서, 쉬는 날이면 젊은 연인들이 참배길을 나란히 걷는, 그런 곳이라고 하더군요. 다만……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곳에 연인끼리 가면 헤어진다고 합니다. 뭐, 흔한 징크스 아니냐고 웃으실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제가 들은 건,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라서요. 모시고 있는 신이 여신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사랑과 깊이 얽힌 신. 그런데 그 신이……몹시 질투가 심하다는 거예요. 사이 좋은 연인을 보면 참지 못한다고. 특히 오래, 진지하게 사귀어온 두 사람일수록 헤어질 확률이 높다고 속삭여진다더군요.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다만
深泥池에서 사라진 승객
미도로가이케(深泥池)
이건, 얼마 전에 아는 기사분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그런 줄 알고 들어주세요. 교토 북쪽에 후카도로이케라는 연못이 있잖아요. 낮에는 뭐 그냥 평범한 연못인데, 한밤중에 그 옆을 지나다 보면 분위기가 좀 달라진다고 할까요. 수면이 도로 바로 옆까지 바짝 다가와 있고,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어둠이 깔려 있거든요. 그 기사분,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교토 시내에서 이십 년 가까이 택시를 몰아온 분이라고 해요. 밤일에도 익숙해진, 그런 사람이 겪은 이야기라는 게, 뭐랄까, 더 마음에 걸려서요. 어느 날 새벽 두 시쯤, 후카도로이케 옆 도로를 흘러가듯 달리고 있는데,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고 해요. 손을 들고 있었고요. 손님을 잡으려는 거라는 건 틀
선나미 터널의 그 아이
구 젠바터널(旧善波トンネル)
있잖아, 들어볼래? 가나가와에 있는 옛 선나미 터널 얘기인데……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한테서 흘러들어온 이야기라,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어. 근데 한번 들어버리면 끝이야, 왠지 잊히질 않아서. 그 터널, 지금은 안 쓴대. 산을 넘는 낡은 옛길 중간에 덩그러니 입을 벌리고 있다나. 낮에도 어둡고, 한여름에도 서늘하다고 들었어. 콘크리트 벽에 얼룩이 배어 있고, 군데군데 이끼가 검게 피어 있고……그것만 들어도 벌써 가고 싶지 않은 느낌이잖아. 그게 벌써 사십 년도 더 된 일이라는데, 거기서 오토바이 사고가 있었대. 죽은 건 젊은 남자애였는데, 이름은 모른대. 그냥 '그 아이'라고, 그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나. 왜 이름을 안 부르냐면, 그것도 좀 마음에 걸리지. 부르면 온다는 얘기도 있다고 하더라
할미못의 귀신 할멈
하나카와도 공원(花川戸公園) / 우바가이케(姥ヶ池)
자,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아사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센소지에서 불과 조금, 걸어서 오 분도 채 안 되는 곳에 하나카와도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지역 분들은 아실 테지만, 그곳에 인공 연못이 하나, 덩그러니 만들어져 있어요. 할미못, 이라고 부릅니다. 뭐, 낮에 보면 별것 없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원 연못입니다. 잉어가 헤엄치고 있기도 하다더군요. 다만…… 그곳에 세워진 비석에는, 조금 사연이 있어서요.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 일이라고 합니다. 그 일대는 아직 '아사지가하라'라고 불리던 습지였다고 해요. 갈대가 스산하게 흔들릴 뿐인, 인적 없는 황무지였다고 하더군요. 그곳에 딱 한 채, 허름한 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노파가 혼자, 살고 있었다고
이케부쿠로역 지하의 미궁과 사라진 플랫폼
이케부쿠로역(池袋駅) 지하
……잠깐,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확실한 말씀은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당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비슷한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서……조용히,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케부쿠로역 지하 이야기입니다. 그 역은 지하가 유난히 깊다고 들었습니다. 통로가 몇 겹으로 얽혀 있어서, 익숙한 사람조차 어디를 걷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고요. 특히 서쪽 출구 쪽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통로는 다른 곳과 공기가 다르다고, 여러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남자분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다만, 작년 초가을, 자정을 한 시간 넘긴 무렵의 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막차는 탔지만 환승 통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 서쪽 출구 쪽으로 이어지는 오래된 지하도로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고요. 형광등이 한 개 건너
이케부쿠로 사면탑존의 저주
이케부쿠로 시멘토손(池袋四面塔尊)
있잖아, 들어볼래? 이케부쿠로 얘기인데…… 잠깐만, 귀 좀 빌려줘. 있잖아, 이케부쿠로 역에서 걸어서 바로 가는 곳에 「사면탑존」이라는 석탑이 있대. 오래되고 작은 탑. 알고 있었어? 나도 최근까지 몰랐는데, 조금 찾아봤더니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게 나오더라고. 에도 시대에, 그 근처가 「쓰지기리」가 자주 일어난 장소였다고 해. 쓰지기리가 뭐냐면, 밤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그냥 칼을 시험해보려고 베어 죽이는 거야. 사무라이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그냥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죽어가는 거지. 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게 저 탑이라는 얘기인데…… 위로가, 충분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그
선샤인 60과 구 스가모 프리즌의 저주
선샤인시티(サンシャインシティ) / 히가시이케부쿠로추오공원(東池袋中央公園)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뭐,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이케부쿠로의 선샤인 60, 그 빌딩이 서 있는 자리, 아시나요. 저 육십 층짜리, 멀리서도 보이는, 그 빌딩 말입니다. 그곳에는 예전에…… 스가모 프리즌이라 불리던 형무소가 있었다고. 그런 이야기가, 뭐, 그럴듯하게 속삭여지고 있습니다. 전후에 A급 전범들이 수감되어, 처형도, 그곳에서 이루어졌다고. 그런 땅 위에, 지금은 저 빌딩이 서 있다. 지인의 이야기입니다만, 그 사람의 친구 중에, 선샤인 60에서 야간 경비를 하던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십 대의, 지극히 평범한 젊은 남자로, 한밤중 순찰을, 뭐, 일과로 삼고 있었다. 어느 밤의 일입니다. 자정을 넘긴 두 시쯤, 그 남자가, 아마 삼십몇 층인가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고. 밖에는 비
신주쿠역 지하의 파도 소리
신주쿠역(新宿駅)
잠깐 들어봐 주시겠어요. 신주쿠 얘기인데요, 뭐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한테서 흘러들어온 이야기라서……믿고 안 믿고는, 뭐 알아서 판단하세요. 작년 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십 대 남성, 편의상 K씨라고 해두죠. 술자리가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막차를 놓쳐버렸대요. 신주쿠역 남쪽 출구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뭐 어쩌겠냐 싶어서 첫차까지 역 안을 걸어다니며 시간이나 때우자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게, 어쩌면 첫 번째 실수였는지도 모르죠. 신주쿠 지하라는 게,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정말이지 복잡하거든요. 동쪽 출구에서 서쪽 출구, 지하철 연결 통로, 쇼핑몰……조금만 방심하면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져요. K씨도 그렇게 됐어요. 걷다 보니 낯선 통로로 들어서
우다가와초의 사람 잡아먹는 소나무
우다가와초(宇田川町) (기타야 이나리 신사(北谷稲荷神社) 부근)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인지 어떤지는, 저로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만. 우다가와초에, 예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타야 이나리 신사의, 마침 참배길 옆쯤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쇼와 초기에는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가지가 훌륭하여, 멀리서도 눈길을 끌 만큼 큰 나무였다고. 다만, 그 나무 아래에 서면, 어찌 된 영문인지, 한여름 한창 더울 때에도, 싸늘한 공기가 발밑에서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살갗에 닿는다기보다, 살갗 안쪽을 어루만지는 듯한 차가움, 이라고 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잡아먹는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그 땅의 사람들은 불렀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뚜렷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