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사찰 괴담

지켜야 할 금기와 오래된 소문. 신사와 사찰을 배경으로 전승과 창작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부산 해운대의 그림자 전설

Busan

여러분, 오늘은 부산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해운대 아시죠. 여름이면 파라솔이며 튜브며,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는 그 해운대요. 근데 거기 오래 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도는 말이 하나 있어요. 해가 지고 나서 그 모래사장을 혼자 걷지 말라고. 그냥 조심하라는 게 아니라 진짜로, 절대로 혼자 걷지 말라는 거예요. 이거 들은 건 몇 년 됐는데요. 부산 토박이한테서 들은 얘기라서 한번 옮겨볼게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쪽 동네에서는 꽤 알려진 이야기래요. 몇 해 전 여름이었다고 해요. 대학생 무리가 해운대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대요. 술도 마시고, 모래사장에 앉아서 떠들고, 다들 신나 있었겠죠. 근데 새벽 한 시쯤 됐을 때 친구들은 하나둘 숙소로 들어가고, 한 명만 남게 됐다는 거예요. 지훈이라는 애였

골목 안의 그림자

도쿄(東京)

이건 야나카(谷中)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그런 줄 알고 들어주세요. 어느 가을 끝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11월 초였나, 그 즈음. 다나카(田中) 씨라고, 어딘가 회사에 다니는 분이 있었는데요. 삼십대 후반으로, 야근이 계속되어 이미 꽤 지쳐 있었다고 해요. 그날 밤도 막차 한 편 전에 회사를 나서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평소엔 큰길을 곧장 가는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야나카(谷中)의 골목으로 들어서고 말았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발이 이끄는 대로, 라고 하더군요. 피곤했던 거겠죠. 마음이 느슨해져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야나카(谷中)를 아시나요. 낮에는 고양이의 거리니 절의 거리니 하면서 관광객도 찾아오는 곳이에요. 하지만 밤은 달라요.

덴진(天神)의 밤에 속삭이는 목소리

후쿠오카(福岡)

이건 말이죠, 후쿠오카(福岡)에 사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묘하게 세세한 부분이 마음에 걸려서, 오늘 한번 말씀드려볼까 싶었습니다. 덴진(天神), 아시죠. 낮에는 그렇게나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잖아요. 지하상가에, 백화점에, 직장인도 학생도. 그런데 밤 두 시, 세 시가 되면, 그 북적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고요해집니다. 그런 시간대의 덴진(天神)을, 지인의 지인, 편의상 다나카(田中) 씨라고 해두죠, 그 다나카(田中) 씨가 혼자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막차를 놓쳐버렸다. 택시를 잡으려 해도 지갑이 가벼웠고, 뭐 걷지 못할 거리도 아니니까, 하며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술기운이 돌았던 탓인지, 큰길

대구의 저주받은 느티나무

Daegu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건 대구 외곽, 어느 작은 마을 이야기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니고요. 그쪽 동네 사람한테 들은 얘긴데… 들으면서 저도 좀 불편했습니다. 그 마을 한켠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대요. 수령이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 말로는 자기 할아버지 어릴 때도 이미 저 나무는 늙어 있었다고 할 정도라고. 원래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이라 여겨져서, 명절이면 제 지내고 소원도 빌고 했나봐요. 그랬는데… 아주 오래전에, 가뭄이 심하게 들고 전염병까지 퍼진 해가 있었대요.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 나무 아래에 제물을 갖다 바쳤는데도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던 거죠. 그때부터래요.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게. 아니,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무서워하기

인천의 저주받은 목걸이

Incheon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인천 중구 쪽에서 흘러나온 얘긴데요. 확실하진 않아요. 아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고, 그 사람도 누군가한테 들었다고 했거든요. 그냥, 그런 소문이 돈다는 거 알아두시고 들으세요. 인천 중구에, 차이나타운 쪽 골목을 조금 벗어나면 낡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길이 있대요. 거기에 골동품 가게가 하나 있는데, 낮에 가도 안이 어둡다고 해요. 바깥이 아무리 환해도 그 가게 안에는 빛이 잘 들지 않는다고. 이유는 모르겠대요. 그냥 원래 그렇대요. 그 가게에 좀 안 좋은 소문이 붙어 있는 물건들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수군거리는 게 목걸이 하나였대요. 들은 바로는 '인천의 눈물'이라고 부른다더군요.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후쿠오카의 그림자

후쿠오카(福岡)

후쿠오카의 거리에는, 밤이 되면 사람들이 결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호조야 축제의 밤에만 나타난다는 '그림자 인간'의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동공원 깊숙한 곳에는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작은 사당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곳에는 기묘한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그 전설에 따르면, 호조야 축제의 소란이 잦아든 밤, 어느 순간 낯선 인영이 자신의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안개가 형체를 갖춘 것처럼 흐릿하여, 뒤를 돌아보아도 결코 그 정체를 똑똑히 붙잡을 수 없다고 전해진다. 어느 가을 밤, 호조야 축제를 찾은 젊은이들이 약간의 호기심에 이끌려 동공원의 사당으로 향했다. 거리의 소음에서 멀어져 고요하고 음산한 공원 안을 걷던 중,

가로수길의 마지막 방문자

Seoul

여러분, 오늘은 가로수길 얘기를 해드리려고요. 낮에는 다들 아시잖아요. 카페 앞에 줄 서고, 플리마켓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근데 그 길이 자정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몇 년 전 얘긴데요. 이십 대 초반 커플이었다고 해요. 이름은 모르고, 그냥 강남 쪽에 사는 평범한 연인이었대요. 그날 밤, 가로수길 안쪽 카페에서 나온 게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택시를 잡으려고 큰길 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들은 얘긴데, 그 골목이 워낙 나무가 많잖아요. 가로등이 있어도 나뭇잎 사이로 빛이 끊겨서, 어떤 구간은 생각보다 어둡대요. 그 두 사람이 딱 그런 구간을 지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는 거예요. 흐느끼는 소리. 낮게, 아주 낮게. 바람 소리랑 섞여

인천의 그림자 괴물

Incheon

여러분, 이거 제가 직접 겪은 얘기가 아닙니다. 들은 얘기예요. 근데... 들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인천 항구 쪽, 오래된 창고들 사이에 골목이 하나 있대요. 정확한 위치는 말 안 하겠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낮에는 그냥 지나쳐도 몰라요. 벽 색깔이 다 바래서 회색빛이고, 바닥엔 항구 특유의 비린내가 배어 있고, 그냥 낡은 골목이에요. 그런데 밤이 되면, 그 골목 입구에서 발이 안 떨어진대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안 들어가지게 된다고. 본능적으로. 그 골목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인천 토박이 할머니한테서였다고 해요. 지금은 돌아가셨다는데, 살아생전에 딱 한 번, 술 한 잔 드신 날 그 얘기를 꺼냈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가 열여덟인가 열아홉 살이었을 때, 친구 셋이랑 그 골목에

대구의 붉은 별

Daegu

여러분, 오늘은 대구 북구 칠성동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1970년대에 그쪽에 낡은 별관 건물이 하나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흔적도 거의 없다는데, 그 건물 맨 위층에 작은 천문대가 있었대. 돔 지붕에 망원경까지 갖춘, 그 당시엔 꽤 진지하게 운영하던 곳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동네 사람들한테는 그냥 별 보는 데였는데. 들은 얘긴데, 어느 해 늦가을이었대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데, 거기서 일하던 관측자 두세 명이 어느 날 밤부터 이상한 걸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하늘에 별이 하나 떴는데, 붉은 빛이었다고. 그냥 화성처럼 붉은 게 아니고, 뭔가 탁하고 짙은, 오래된 핏자국 같은 색이었다는 거예요. 근데 그게 성도에 없는 별이었대. 어느 목록에도 기록이 없고, 전날 밤에는

야사카의 환영

교토(京都)

이건 말이죠,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이야기해준 사람의 얼굴이 묘하게 창백했기에. 교토의, 야사카 신사입니다. 밤에 가본 적 있는 분이라면, 아실지도 모르겠지만요. 그곳은 낮과, 전혀 다른 장소가 되거든요. 관광객이 사라지고, 제등의 불빛만이 남으면,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다고 할까요……찐득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그날 밤, 유스케 씨라는 분이, 혼자 찾아갔다고 합니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 친구에게 "야사카의 밤은 볼 만하다"는 말을 듣고, 왠지 발길이 향했다고 해요. 특별히 무서운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한 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시각은 밤 열한 시가 지날 무렵. 참배길에는 인적이 거의 없어서, 돌바닥을 밟는 자신의 발소리만이

후쿠오카의 복수령

후쿠오카(福岡)

이건요, 후쿠오카에 사는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뭐, 한번 들어보세요. 텐진. 아시죠, 그 번화한 곳. 백화점들이 늘어서고 밤에도 사람이 끊이지 않는 그 일대 말입니다. 다만, 거기서 골목 하나만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모세혈관처럼 가느다란 골목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고, 거리의 불빛이 불쑥 닿지 않게 되는 곳이 있다고. 그곳에, 작은 신사가 있다고 합니다. 도리이는 있는데, 편액의 글자가 이미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바래 있고. 돌바닥도 이끼로 뒤덮여 있어서, 오랫동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 같다고.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아, 거기요"라고만 하고 그 이상은 말하지 않는다더군요. 언제 세워진 건지, 누가 모셔져 있는 건지, 아무도

그림자 사원

교토(京都)

이건 말이죠, 제가 직접 확인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교토에 사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믿으실지 말지는 손님께 맡기겠습니다. 히가시야마 근처, 기요미즈데라 참배길에서 하나 벗어난 좁은 골목을 아십니까. 관광객이 사라진 한밤중에 그 길을 쭉 걸어 들어가면, 불빛도 없고 간판도 없고, 마치 지도에서 도려낸 것 같은 작은 절이 있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곳을 '그림자 사원'이라 부른다더군요. 단, 동네 사람들은 절대로 그곳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사키 아키라는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남짓의, 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청년이었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고, 취기에 못 이겨 내기를 해버렸습니다. "갈 수 있으면 가보시지, 사진 가져오면 내가 쏜다"고.

광주의 복수하는 영혼

Gwangju

여러분, 오늘은 광주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확실하진 않지만... 광주 외곽 어딘가에, 지금도 무너져 가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고 해요. 한때 정신병원이었다는데, 한 이십 년쯤 전에 갑자기 문을 닫았대요. 이유는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데, 환자들한테 뭔가 나쁜 짓을 했다, 기록을 조작했다, 뭐 그런 얘기들이요.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대요. 다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그냥 상식처럼 굳어져 있는 게 하나 있어요. 밤에는 절대로 그 근처에 가지 않는다는 거. 들은 얘긴데요. 한 삼십대 남자가 있었대요. 도시 탐험이라고 해야 하나, 폐건물 찾아다니는 걸 취미로 하던 사람이었다는데. 그 사람이 혼자 그 병원에 들어갔대요. 자정 조금 넘은 시간에. 처음엔 별거 없었대요. 깨진 유리, 뒤집힌 철제 침대, 벽에

탑골공원 뒷골목의 묘한 기운

탑골공원 뒷골목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내가 직접 들은 얘긴데, 아는 언니 오빠 사이에서 도는 얘기라 확실하진 않아. 근데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서. 종로 탑골공원 있잖아, 거기 뒤쪽 골목. 낮에 가면 그냥 어르신들 바둑 두시고 막걸리 드시는 평범한 동네 골목인데… 밤에는 완전히 달라진대. 아는 오빠가 거길 밤 열한시쯤 지나간 적 있대. 술 한잔 걸치고 혼자 걸어가는데, 골목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거야. 한여름 칠월이었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배는 그 느낌 있잖아, 에어컨 바람도 아니고 그냥 습하고 무거운 냉기가 확 끼쳐오는 거. 그 골목이 좀 특이한 게, 가로등이 있긴 한데 빛이 거기서 딱 끊긴대. 전봇대 바로 밑은 환한데 그 빛이 땅에 닿질 않는다는 거야. 이상하잖아, 그게. 오빠도

땅에서 솟아난 세 신인의 흔적, 삼성혈

제주시 삼성혈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들은 얘긴데, 나도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거든. 근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제주 삼성혈 알지? 시내 한가운데 있는데 들어가면 갑자기 딱, 도시 소리가 끊기는 그 숲. 거기 세 개 구멍 있잖아.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세 신인이 솟아났다는 그 구멍. 탐라국 시조들이 태어난 자리라고, 제주 사람들한테는 뭐 거의 성지나 마찬가지래. 근데 이게 좀 이상하다는 얘기가 있어.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그 구멍 안에 물이 절대 안 고인대. 겨울에 눈이 쌓여도 구멍 위에만 딱 없대. 주변은 하얗게 다 덮이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거기 관리하는 분들도 그거 설명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진짜 무서운 건 그게 아니야. 들은 얘긴데, 몇 년 전에 사진 찍으러 혼자 갔던 여자가 있었대.

무등산 당산나무의 사라진 제사

무등산 운림동 당산나무

여러분, 오늘 들고 온 이야기는요. 광주 쪽 아는 분한테 들은 건데, 확실하진 않아요. 그냥... 그쪽에서 떠도는 얘기입니다. 무등산 중턱, 운림동 들어가는 길 초입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고 해요. 수령이 한 오백 년은 됐다는데, 줄기가 어찌나 굵은지 어른 두세 명이 손 맞잡아도 다 안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이 당산나무라 불렀대요. 마을 지키는 신이 깃든 나무.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화주 — 그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 — 를 정해서 당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떡이며 과일이며 올려놓고, 마을 안녕 빌고, 풍년 빌고. 수백 년을 그렇게 해왔다는 거예요. 근데 그게 언제부턴가 끊겼다고 해요. 이유가 좀 이상한데. 화주를 맡은 사람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거예요. 딱히

이태원의 슬픈 유래: 異胎院 이야기

이태원 (구 운종사 터, 현 용산고등학교 부근)

여러분, 오늘 밤은 이태원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 우리가 이태원이라고 부르는 그 동네요. 번화하고 시끌벅적한 그 거리 말고, 그 아래 땅 얘기입니다. 용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고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거기 일대가 옛날에 황학골이라 불렸다고 해요. 그리고 그 황학골 어딘가에, 운종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구니 스님들만 계시던 절이었대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 시절 꽤 조용하고 깊숙한 곳이었다고 하더군요. 산자락 아래 절 하나, 스님들 몇 분. 그게 다였던 곳이요. 그런데 임진왜란이 터졌습니다. 왜군이 한양까지 밀고 들어왔을 때, 그 절에도 왜장 한 명이 부대를 끌고 들어왔다고 해요. 들은 얘긴데, 그 왜장이 운종사를 주둔지로 삼았다고 합니다. 절 마당에 군막을 치고, 법당에 짐을 풀고.

세종로 사거리의 기묘한 목소리

세종로 사거리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들은 건데. 아니, 내가 겪은 건 아니고, 음— 내 지인 언니한테 들은 얘긴데. 걔가 거짓말할 애가 아니거든. 그래서 더 찜찜한 거야. 언니가 야근을 마치고 혼자 걸어가고 있었대. 세종로 사거리 쪽으로. 시간이 한 열두 시 넘었을 거라고 했어. 겨울이었다는데, 그 쪽 길이 있잖아, 정부청사 끼고 도는 그 넓은 도로. 낮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데 그 시간엔 되게 썰렁하거든. 가로등은 환한데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밤 있잖아. 언니가 걸어가는데 바람이 얼굴에 탁 끼얹히는 느낌이었대. 근데 그게 그냥 찬 바람이 아니라 뭔가… 습하고 무거운 냄새가 같이 왔대. 흙이랑 뭔가 썩은 것 같은. 한겨울에 그 냄새가 날 이유가 없잖아. 그때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

갓파바시에 깃든 갓파의 은혜

갓파바시(合羽橋), 소겐지(曹源寺)

있잖아, 듣고 있어? 오늘 밤은 갓파바시 얘기를 해볼까 해서. 도구 거리 알지? 업소용 냄비라든가, 식칼이라든가, 음식 모형 같은 게 늘어서 있는 그 거리. 낮에는 활기차고 관광객도 많아서,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동네처럼 보여. 그런데 말이야.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잠깐만 귀 기울여줬으면 해. 그 사람, 일단 K씨라고 해두자. 요리 도구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가끔 밤늦게 폐점 후의 갓파바시를 혼자 어슬렁거리는 게 습관이었대. 사람이 줄어든 밤의 도구 거리는 낮이랑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나. 쇼윈도에 늘어선 동냄비들이 가로등 빛을 반사하는 게,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좋았다고 하더라고. 어느 날 밤의 일이야. 십일월 말쯤이었는데, 꽤 많이 추웠대. 내뱉는

센소지를 덮친 우시오니

센소지(浅草寺), 스미다강(隅田川)

이건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가마쿠라 시대 무렵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라고 하더군요, 라고 말하는 건,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야말로, 지금껏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이기도 하죠. 센소지에서, 법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을의, 비가 갠 밤이었다고 하더군요. 경내에 스님이 쉰 명쯤 모여 독경을 하고 있었다. 촛불 빛이 빗물을 머금은 돌바닥 위에서 흔들리고, 향 연기가 낮게 피어올라, 그런, 고요한 밤이었다고 해요. 처음 알아챈 건, 강 냄새였다고 들었습니다. 스미다강은 가깝습니다. 그러니 강 냄새가 나는 건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다만, 그날 밤의 냄새는 조금 달랐다고 하더군요. 진흙과, 썩은 풀과, 거기에 또 하나, 무언가 짐

중림사 터의 '저주받은 길'

주린지(重林寺) 터 주변 도로

있잖아, 들어볼래? 이케부쿠로 얘긴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 동네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 몇 분한테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니까, 혹시나 싶어서. 중림사라는 절이 있었대. 지금은 없어졌지만. 게이안 연간,그러니까 에도 시대 초기에 세워진 절인데, 그 주변은 오랫동안 넓은 묘지였다고 해. 아주 오랫동안. 수백 년에 걸쳐, 거기서 잠들어온 사람들이 있던 곳. 그게, 어느 시기에 도로가 됐다는 거야. 묘지 위에, 그대로. 처음엔 아무도 몰랐겠지. 그냥 도로. 차가 달리고, 사람이 걷고. 그런데…… 그 도로에서 사고가 잇따르기 시작했대. 한두 건이 아니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왜 하필 그 장소에서만, 싶을 정도로 계속됐다고.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슬슬 '거긴 지나지 않는 게 낫다'는 말

봉래사산의 텐구

호라이지산(鳳来寺山)

있잖아, 들어볼래? 아이치현 신시로시 근처에 봉래사산이라는 산이 있거든……거기에, 작년 가을에 혼자 올라갔던 사람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친구의 친구한테서 돌고 돌아온 이야기라 확인할 방법은 없는데. 그래도, 처음 들은 순간부터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그 사람, 삼십대 남자였는데. 이름은……뭐, 일단 요시카와 씨라고 해두자. 혼자 하이킹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봉래사산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대. 그날은 딱히 깊은 이유도 없이, 단풍이 보고 싶어서 훌쩍 왔다고 하더라.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오후 세 시가 넘어 있었다고. 안쪽 깊숙이, 오쿠노인 쪽까지 들어갔던 것 같더라고. 그 근처는 돌계단이 천사백 개가 넘고, 나무가 정말 울창해서……한낮에도 하늘이

뱀못의 대사

헤비이케(蛇池)

이건요, 나고야 니시구에 지금도 전해지는 이야기인데요…… 직접 확인하러 간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하더군요. 뱀못, 아시나요. 니시구 쇼나이강 쪽에 지름이 백 미터는 됨직한 연못이 있는데요. 이름 그대로, 뱀에 얽힌 이야기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다고 해요. 그 동네 어르신들한테 물어보면 하나같이, "거기엔 가까이 가지 마라"고 하신다더군요. 이유를 여쭤봐도 제대로 가르쳐주시지 않는다고요. 못가에 용신사라는 신사가 있어서요. 거기에 대사가 용신으로 모셔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왜 용신으로 모시게 됐는지, 그 경위가 좀 묘한 이야기로 남아 있어요. 옛날에 어느 젊은 무장이 있었다고 해요. 그 사람이 연못에 대사가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에게 명해 연못의 물을 전부 퍼내게 했다는 거예요.

교토의 맨션, 이세계로 통하는 문

교토 시내(京都市内) 어느 맨션의 안뜰

있잖아, 들어볼래? 교토 얘긴데, 좀…… 소름 돋는 이야기야.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소문으로 들어줬으면 해. 시내 어딘가, 라는 정도로만 알아줘. 어느 평범한 맨션 안뜰 이야기래. 외관은 흔해빠진 곳이라고 해. 나무 몇 그루 심어져 있고, 벤치 하나 있고, 타일 깔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안뜰. 근데…… 거기 살던 사람이, 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대. 그 사람, 일단 다나카 씨라고 부르자. 삼십 대 남자고, 꽤 논리적인 타입이었다는데, 이사 온 지 반 년쯤 됐을 어느 날 밤, 쓰레기봉투 들고 안뜰에 나갔대. 밤 열 시쯤. 늘 하던 대로 방문 닫고, 쓰레기 버리러 가려던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었대. 처음엔 몸으로 느꼈다고 해. 발밑이 붕 뜨는 것 같고, 머리가 서서히 무거워지

기온의 너구리와 사라진 소녀

기온의 골목 안쪽(祇園の路地裏)

이건요,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요.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뭐, 한번 들어보세요. 어느 중학교 수학여행, 조별 자유 시간에 기온을 걷고 있던 아이들 이야기라고 해요. 몇 년 전 일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야기해준 사람은 "분명히 있었던 일"이라고 우겼어요. 겐닌지 산문 근처, 돌바닥이 깔린 좁은 골목을 다섯여섯 명이 함께 걷고 있었대요.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관광객도 많이 줄어 있었고요. 격자 덧문이 늘어선 오래된 집들이 이어지는 거리였는데, 발밑의 돌이 조금 축축했고, 어디선가 향 냄새가 흘러왔다고, 그 아이는 나중에 그렇게 말했대요. 향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묘하게 달착지근하고 무거운 냄새가 떠돌고 있었다고. 그때였어요. 골목 옆, 나무 미닫이문이

갓파바시의 갓파 대명신

소겐지(曹源寺)(갓파바시 도구 거리(合羽橋道具街))

있잖아, 들어볼래? 갓파바시에 대해서, 좀 신경 쓰이는 얘기가 있어서. 우에노에서 걸어서 금방인 그 도구 거리, 냄비며 칼이며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그 길 말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는 얘기니까, 그냥 소문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 어떤 사람한테 들은 건데, 그 사람이 갓파바시를 밤에 혼자 걸은 적이 있대. 일 끝나고 늦어져서, 밤 열 시였나, 더 늦었을 수도 있고. 낮에는 그렇게 북적이는데, 밤이 되면 가게들이 죄다 셔터를 내리고, 가로등만 희미하게 빛나고, 기념품용 갓파 조각상들이 여기저기 그대로 서 있대. 그 사람이 소겐지 앞을 지나쳤을 때 얘기래. 소겐지라는 건, 갓파바시에 갓파 대명신을 모시고 있는 절인데, 에도 시대에 치수 공사를 도운 갓파들을 신으로 모셨다는, 그런 전설이 있다고 하더라고.

마사카도의 수총(首塚)이 내리는 저주

다이라노 마사카도(平将門)의 수총(首塚)

……자, 들어보세요. 도쿄 이야기입니다. 오테마치,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그 일대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 이야기.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라,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이야기가 지금도 조용히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만, 우선 마음 한켠에 담아두세요. 그분을, 가칭 K씨라고 하죠. 건설 관련 일을 하시던 분인데요. 몇 년 전, 오테마치의 어느 공사 현장에 들어가게 됐다고 합니다. 현장 감독 보조 같은 자리로, 처음 사전 답사를 혼자 나갔다고 해요.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아직 햇빛이 남아 있었지만, 주변은 이미 빌딩 그늘에 가려 어스름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현장 옆에, 작은 울타리가 있었다고 해요. 돌바닥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공간. 나무 한 그루

영도다리 아래,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의 그림자

영도다리 (점바치 골목)

여러분, 오늘은 부산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영도다리 아시죠. 그 다리 남쪽 끝 쪽에, 예전에 점바치 골목이라고 불리던 데가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 골목 언저리 어딘가에는 아직도 뭔가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돌아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쪽 일대를 오래 돌아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는 이야기라서요.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부산 토박이라는 사람이 있었대요. 나이는 한 사십 중반쯤 됐을까,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하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됐을 때였대요. 오래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셨는데, 마지막에 제대로 얼굴도 못 봤다고,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그날 밤, 딱히 어디 갈 데도 없이 차를 몰다가 영도다리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해요. 자정이

행궁동 점집골목, 떠도는 영혼들의 터

행궁동 점집거리 (화서문 주변)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얘기가 하도 생생해서. 근데 말하다 보면 나도 또 소름 돋거든. 그러니까 조심해서 들어. 수원 행궁동, 화서문 근처에 점집들이 엄청 몰려 있는 골목 있잖아. 거기 아는 언니가 살았거든. 그 언니가 어느 날 나한테 전화를 해서는, 목소리가 진짜 이상한 거야. 떨리는 게 아니라 뭔가 납작한 목소리? 감정이 빠진 것 같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 어젯밤에 뭔가 봤어"래. 들은 얘긴데, 확실하진 않지만, 그 골목이 원래 팔달산 기운이 워낙 세서 무속인들이 일부러 모여들었다고 한대. 그냥 점집이 많은 게 아니라 진짜 영 센 땅이라고. 근데 더 소름 돋는 건 화서문이잖아. 그 문이 옛날에, 조선 시대 때, 성 안에서 시신 옮길 때 쓰던 문이래. 살아

장안문의 밤을 지키는 혼령

장안문

여러분, 오늘은 수원에서 들은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확실하진 않아요. 직접 본 사람한테서 들은 게 아니라, 그 사람 지인한테서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한 다리 건너온 얘긴데... 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 수원 화성, 장안문 아시죠. 북쪽 정문. 낮에 가면 관광객도 많고, 사진도 찍고, 뭐 그런 곳인데요. 근데 새벽 두 시, 세 시 넘어서 그쪽을 지나면 뭔가 좀 다르다는 말이 있어요. 한 이삼 년 전 얘기래요. 수원에 사는 남자분인데, 이름은 모르고요, 그냥 삼십대 직장인이었대요. 야근을 마치고 버스를 놓쳐서 걸어서 집에 가는 길이었다고 해요. 새벽 두 시 반쯤 됐을 거래요. 장안문 쪽 성벽 옆 길을 지나게 됐는데. 처음엔 그냥 조용했대요. 그 시간에 당연히 아무도 없고, 가로등 불빛만 성벽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

스기사와 마을(杉沢村) (아오모리시 오바타자와 코스기 주변(青森市小畑沢小杉周辺))

이건요,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라서,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아오모리의, 깊은 산속 이야기입니다. 지도에 실려 있지 않은 마을이 있다고. 그런 소문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스기사와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지금의 지명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오모리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바타사와 코스기 근방이라고도 한다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어디인지는, 직접 가본 사람만이 안다고도 들었습니다. 그 마을에서요, 옛날에, 한 남자가 발광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였습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날까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던 그 남자가, 어느 날 아침, 도끼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였다는 겁니다. 아이도 노인

사탕 사는 유령의 절

가나자와 시내(金沢市内)의 사원

있잖아, 들어볼래? 가나자와에, 오래전부터 속삭여지는 이야기가 있어. 확인한 사람이 있는지 어떤지는……모르겠어. 그래도, 몇 사람의 입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거든. 그러니까, 분명 뭔가 있다고 생각해. 어느 사탕 가게 이야기래. 가나자와 시내의, 낡은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사탕 가게. 지금도 있는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그 가게에, 어느 날 밤부터, 여자가 오기 시작했대. 밤 여덟시나 아홉시쯤. 문 닫을 시간을 노리듯이, 늘 정해진 시간에. 가게 주인 말로는, 처음에 신경 쓰인 건 '소리'였대.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아니라,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기척이 느껴지는 느낌. 카운터 너머에 서 있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여자는 매번, 같은 말을 했대. "사탕을, 하나." 그것뿐.

광원사의 엿장수 유령

고겐지(光源寺)

이건, 나가사키의 이야기입니다. 광원사, 아시는 분도 계실까요. 나가사키 시에 있는 오래된 절인데요. 그 절에 엿장수 유령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전국에 있다고 하더군요. 네, 자식 키우는 유령이라고 부르는데요. 다만 나가사키에서는 특히 이 광원사의 이야기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들은 건 꽤 오래전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세세한 부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요. 에도 시절의 일이라고 합니다. 고지야마치라는 곳에 작은 엿가게가 있었다고 해요. 어느 날 밤 아홉 시가 넘어, 이제 문을 닫으려던 참에, 여자 하나가 문간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주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의 여자였는데, 머리카락이 흠뻑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요. 비는 내리지 않

이즈모타이샤 도리이와 인연을 끊는다는 소문

이즈모 대사(出雲大社) (도리이(鳥居))

……잠깐, 들어주시겠습니까. 이즈모타이샤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겠지요.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이름 높은, 그 신사 말입니다. 그런데……도리이에 관해, 묘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서요.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요 얼마 전부터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라서요. 이것은, 어느 여성분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삼 년쯤 전의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분은 오래 사귀어온 남성과 둘이서 이즈모를 찾으셨다고 해요. 인연을 맺어주는 신사이니, 뭐, 그것만으로도 경사스러운 일처럼 여겨집니다. 초가을이었고, 하늘은 아직 밝았으며, 경내에는 참배객도 제법 나와 있었다고요.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도리이를 지나쳤다고 합니다. 큰 도리이를, 함께. 참배를 마치고, 부적도 사고, 아주 평온한 하루였다고 그분은 말씀하셨다

에노시마 커플 이별 징크스

에노시마(江の島) (특히 에노시마 신사(江島神社), 연인의 언덕)

있잖아, 들어볼래? 에노시마 얘기인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 커플이 같이 가면 헤어진다는 징크스가 옛날부터 돌고 있잖아. 뭐, 그런 얘기야 어디에나 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웃어도 좋은데……이건, 좀 웃을 수가 없는 얘기를 들어버려서. 친구의 친구의 또 친구 얘기라서 미안하긴 한데, 작년 가을에 실제로 거기 다녀온 사람이 있다는 거야. 대학 동기 커플인데, 사귄 지 2년 기념으로. 사이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 저녁 무렵에 섬에 도착했대.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는 시간이라 기념품 가게도 열려 있고, 찐빵 굽는 달콤한 냄새가 주변에 퍼져 있었다고 했어. 평범한, 관광지의 저녁. 여자 쪽은 너무 기뻐서 남자 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참도를 올라갔대. 에노시마 신사 본전에 도착한 건 해

에노시마 이와야에서 사라진 시간

에노시마 이와야(江の島岩屋)

이건 말이죠,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인데요……확인할 수 없는 부분도 섞여 있으니까, 뭐, 그런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에노시마 안쪽, 이와야 동굴 얘기예요. 그 섬,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도리이를 지나 섬 뒤편까지 걸어가면 꽤 시간이 걸려요. 계단도 여러 개고, 사람도 많고, 발밑이 위험한 곳도 있고.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릴 때도 있는 그런 길이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일단 K씨라고 해두죠. K씨가 친구 커플과 셋이서 에노시마를 찾은 게, 어느 가을 저녁이었다고 해요. 반은 관광, 반은 도시전설 얘기로 신나 있었던 모양인데, 이와야 근처에서 시간 감각이 이상해진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대요. 시간이 사라진다, 뭐 그런 거요. 흔한 얘기잖아요. K씨도 처음엔 반쯤 웃

할복 굴의 통곡

호조 다카토키(北条高時) 할복 야구라(やぐら)

이건 말이죠, 아는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직접 확인해보려고도 했는데, 확인하기엔 좀, 너무 무거운 장소라서요. 가마쿠라에 도쇼지 터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요. 호조 일족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라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겐코 3년, 막부가 멸망한 해의 일이지요. 호조 다카토키를 비롯해 일족과 가신 약 팔백 명이, 그 절벽의 굴 안에서 차례차례 자결했다고 합니다. 그 깊숙한 곳에, '할복 굴'이라 불리는 사적이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갈 수 있다고 해요. 낮에는. 그 아는 사람이라는 게, 사진 찍는 걸 취미로 하는 남자였습니다. 서른 초반의, 꽤 담이 큰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어요. 여름이 끝나갈 무렵, 해가 진 뒤에 혼자 가봤다는 겁니다. 담력 시험이라기보다는, 밤에 촬영을 하고 싶었다고. 그

이노카시라 공원의 목 없는 여자

이노카시라 온시 공원(井の頭恩賜公園)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노카시라 연못에 대한 이야기를.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때때로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조금만, 말씀드려 두려 합니다. 어느 늦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치조지 거리의 소란이 잦아들고, 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져 가는, 그런 시각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십 대의 남녀가 벤텐 연못 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연인 사이였다고 하더군요. 밤의 연못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십일월 초였던가요, 수면에 가로등 불빛이 비쳐 주황빛으로 흔들리고 있었다고, 나중에 남자 쪽이 이야기했습니다……그 남자 쪽이, 나중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은, 뭐, 그런 뜻이기도 합니다만. 연못 끝에 다다랐을

기치조지 유령 빌딩의 저주

기치조지 에코 빌딩(吉祥寺エコービル) (현·기치조지역(吉祥寺駅) 앞의 어느 수예 전문점)

이건 말이죠, 어느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일이니, 어디까지나 그런 소문이 있었다는 정도로 들어주세요. 기치조지 역 앞에, 예전에 '에코 빌딩'이라는 상업 시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과 바로 연결된 곳이에요. 그 기치조지의, 개찰구를 나오면 바로인 자리에. 사람이 모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보통은. 그런데 어째서인지 입점한 가게마다 반 년,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철수해버리는 거예요. 다음이 들어오면, 또 나가고. 어느새 셔터만 줄지어 늘어서서,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그런 빌딩이 되어갔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빌딩을 '유령 빌딩'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빌딩을 지을 때, 철거를 요

거믄소의 처녀귀신

거믄소

옛날에 말이여… 아니, 옛날도 아니여. 요 몇 해 전 얘긴디,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들은 얘긴데. 그래도 한번 들어봐. 제주도 있잖여. 올레길 걷는 사람들 많잖어. 그 중에 거믄소라고 하는 데가 있대. 검은 소(沼)라는 뜻인디, 이름부터가 좀 그렇지 않어? 숲이 어찌나 빽빽한지, 한낮에도 빛이 제대로 안 든다고 하더라고. 나뭇잎이 워낙 촘촘히 엉켜서 하늘이 안 보일 지경이라는 거여. 그러니 물이 얼마나 검겠어. 수면에 얼굴 갖다 대도 제 얼굴이 안 비친다고 하대. 그냥 먹처럼 까만 물이 있을 뿐이라고. 그래가지고… 거기 오래된 소문이 있어. 한 맺힌 처녀가 거기 있다는 거여. 어쩌다 죽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는 모른다고 해. 물에 빠져 죽었다고도 하고, 누가 밀었다고도 하고.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

돈내코의 춤추는 혼령들

돈내코 묘지, 돈내코 야영장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건데, 나도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 잠깐만, 순서대로 얘기할게. 제주 서귀포 쪽에 돈내코라고 있잖아. 계곡이랑 야영장 있는 데. 거기 야영장 올라가는 길목에 묘지가 있대. 그 묘지가 꽤 오래됐다고 하더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근데 현지 사람들은 그 일대를 그냥… 터가 세다고 표현한대. 편의시설도 별로 없고, 주변에 집도 잘 없고. 왜 그런지는 아무도 딱 잘라 말 안 한다는데, 그냥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피한다고 하더라고. 들은 얘긴데, 거기서 야영했던 사람 얘기야. 혼자 간 건 아니고, 친구 셋이서 텐트 치고 자다가 — 그날따라 비가 조금씩 내렸다고 해. 늦가을이었나, 어쨌든 계곡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5.16 도로의 그림자

5.16 도로

여러분, 오늘은 제주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5.16 도로, 아시죠. 제주 시내에서 서귀포 쪽으로 넘어가는 그 길. 한라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로인데, 낮에 지나면 울창한 삼나무들이 양옆으로 쭉 늘어서서 꽤 근사해 보이기도 하죠. 근데 그 도로에 대해서 좀 묘한 얘기가 돌아요. 들은 얘긴데, 한번 들어보세요. 제 지인 중에 제주에 사는 분이 있어요. 한 오 년 전쯤, 그분이 밤 열한 시쯤 서귀포에서 일을 마치고 5.16 도로로 올라가고 있었대요. 평소에도 몇 번 지나던 길이라 딱히 긴장은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날따라 유독 안개가 깔려 있었대요. 헤드라이트가 닿는 데까지만 희뿌옇게 보이고, 그 너머는 그냥 검은 거죠. 올라가다 보면 중간쯤에 커브가 길게 이어지는 구간이 있거든요. 거기서 속도를

중앙로역의 어린 그림자

중앙로역

여러분, 오늘은 대구 중앙로역 쪽에서 들은 얘기를 해드릴게요. 몇 해 전부터 그 근처를 밤에 다니는 분들 사이에서 슬금슬금 돌고 있다는 소문인데… 확실하진 않아요. 저도 그냥 들은 얘기를 옮기는 거예요. 역으로 내려가는 길목 아시죠. 거기 좁은 골목 안쪽으로 파란 포터 트럭이 가끔 세워져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해요. 어떤 분이 — 직장 마치고 늦게 들어가던 삼십대 남자분이라고 들었는데 — 한겨울 새벽 한 시쯤 그 앞을 지나다가 뭔가 이상한 걸 봤대요. 짐칸 위에 아이가 앉아 있었다는 거예요. 일곱 살, 여덟 살쯤 됐을까. 여자아이였대요. 가로등 불빛이 딱 그 위로 떨어지는 자리에, 혼자 앉아서,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있었다고 해요. 그분이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대요. 근데 발걸음이 저절로 느려

월미도 따개비 괴담

월미도 바닷가

옛날에 말이여, 아니 옛날도 아니고… 요 몇 해 전 얘긴데, 들은 얘긴디 확실하진 않아. 근디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거 있잖여, 그런 얘기여. 인천 월미도, 거 바닷가 있잖여. 여름에 젊은 사람들 바글바글 모이는 데. 어느 여름 저녁이었다는디, 이십 대 초반 아가씨 하나가 친구들이랑 거기서 놀다가 그만 방파제 쪽 바위 위에서 미끄러졌대. 바위가 거기가 다 이끼 끼고 따개비 덕지덕지 붙어 있잖여, 그 위에서 발이 쭉 미끄러지면서 무릎을 쾅 찍은 거지. 그래가지고 피도 나고 쓰라리고 했는디, 뭐 다들 그러잖여, "괜찮아 괜찮아, 소독하면 되지" 하고 그냥 넘겼다는 거야. 근디 말이여. 일주일이 지나고, 두 주가 지나도 낫질 않는 거여. 상처 자체는 아물었다는디, 무릎 안쪽이 자꾸 뻐근하고, 걸을 때마다 뭔

월미도 사라진 아이

월미도 놀이공원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나 이거 처음 들었을 때 집에 걸어오면서 가로등 아래 설 때마다 멈췄다니까. 내 그림자 말고 다른 그림자가 같이 움직이는 거 아닌가 싶어서. 그 정도야, 이게. 들은 얘긴데. 아는 언니 친구가 직접 들었다는 거야. 그 언니가 원래 이런 얘기 엄청 덤덤하게 받아치는 사람이래. 귀신 얘기 해줘도 "그래서 어쩌라고" 이러는 스타일. 근데 이거 얘기할 때는 말하다가 스스로 멈췄다는 거야. 목소리가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 입을 다물었대. 한참. 그게 더 소름이었다고. 월미도 놀이공원, 폐장 전 얘기래. 여름, 칠월 중순쯤. 확실하진 않지만. 바다 짠내랑 어디선가 날아오는 튀김 기름 냄새가 뒤엉키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그런 낮이었대. 일곱 살짜리 여자애가 회전목마 보자마자 엄

차이나타운의 수상한 중국집

인천 차이나타운 내 어느 중국집

여러분, 오늘은 인천 차이나타운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확실하진 않아요. 그냥 그쪽 동네서 배달 일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돌던 이야기인데… 들은 사람마다 하는 말이 비슷해서, 오늘 한번 꺼내봅니다. 차이나타운 안쪽, 관광객들이 자주 다니는 큰길에서 골목 하나 꺾으면 나오는 중국집이 있대요. 간판은 멀쩡하고, 짜장면도 팔고, 배달도 받는 평범한 가게. 그 집에 배달을 자주 갔던 분이 있었는데, 한 이십대 중반 청년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날도 그냥 보통 배달이었대요. 저녁 여덟 시쯤, 주문 두 건 들고 가게 앞에 오토바이 세우고, 초인종 누르고, 음식 건네고. 그게 다였어야 했는데. 그날따라 매니저가 직접 나온 거예요. 사십 대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늘 보던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음식 받더니 뭔

남포동 오래된 극장 괴담

남포동 모 극장

아 이거 말해도 되나… 근데 나 진짜 들은 얘긴데, 너무 오래 묵혀두기도 그렇고. 남포동 있잖아, 거기 오래된 극장 하나. 이름은 그냥 넘길게, 아직 거기 아는 사람들 있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꽤 오래됐대, 수십 년은 됐다고 하던데. 예전에 거기서 알바했던 언니가 있거든, 내 친구 언니. 그 언니가 어느 날 술 한 잔 하다가 이 얘기를 꺼냈는데… 언니가 원래 그런 얘기 잘 안 하는 사람이야. 그냥 덤덤한 스타일. 근데 그날은 진짜, 목소리가 달랐어. 심야 상영 끝나면 열두 시 넘어서 마감 청소를 해야 한다는 거잖아. 언니가 맡은 구역이 3관이었대. 제일 안쪽에 있는 작은 상영관. 관객들 다 나가고 나면 불도 절반은 꺼진 상태에서 혼자 들어가서 컵이나 쓰레기 줍고 좌석 닦고 나오는 거야. 뭐 별거 없잖아,

연예인 몰락의 강남 아파트

강남의 특정 고급 아파트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직접 겪은 건 아닌데, 들은 얘긴데 — 근데 말하는 사람이 너무 진지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거든. 확실하진 않지만, 강남 한복판에 있는 어느 고급 아파트 얘기야. 이름은 말 안 할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하더라고. 그 아파트가, 생긴 건 진짜 번듯해. 로비에 대리석 깔리고, 경비실도 깔끔하고, 딱 봐도 "여기 사는 사람 다르다" 싶은 그런 데래. 근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걔네끼리 쉬쉬하면서 "그 아파트 알지?" 하면 다 알아듣는다는 거야. 거기 몇 년 전에 꽤 잘나가던 여자 연예인이 입주했다는 얘기가 있어. 드라마 주연급이었다고. 이사하고 한 달도 안 됐는데, 갑자기 촬영장에서 쓰러졌대. 처음엔 과로래. 근데 이상한 게,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수치는 정상이

탑골공원 뒷길의 원혼들

탑골공원 뒷길

여러분, 지금 몇 시예요? 괜찮아요.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탑골공원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탑골공원 자체가 아니라, 그 뒤로 돌아가는 골목 얘기예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로 한복판인데 거기만 들어서면 공기가 좀 달라진다고들 하죠. 낮에도요. 한낮에 햇볕이 쨍한데도, 그 골목 어귀에만 들어서면 목덜미가 서늘해진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이게 그냥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그쪽 골목을 자주 다니던 분이 있었다고 해요. 사십 대 초반 남자분인데, 이름은 그냥 K씨라고 할게요. 출판사가 근처에 있어서 퇴근길에 자주 그 뒷길로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녁, 딱 여름 초입이었대요. 해가 아직 남아있는 일곱 시쯤이었는데, 길 한쪽에 여자가 서 있었다

절을 헤매는 불덩이

다이안지·뱌쿠고지(大安寺·白毫寺) 주변

……잠깐, 들어봐 주시겠습니까.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신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따금 그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곤 합니다. 어디서 보았다, 누구에게서 들었다, 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오늘 밤 전해드리려 합니다. 다이안지에서 조금 동쪽으로 들어간 곳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뱌쿠고지로 이어지는 오래된 길, 아시겠습니까. 낮에도 나뭇가지들이 서로 얽혀 어둑어둑한, 그 좁은 길 말입니다. 들은 바로는, 이미 십수 년 전의 일인 듯합니다만……어느 가을 한밤중이 지나, 그 길을 혼자 걷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모릅니다. 다만 나라에 밝은 분으로, 밤길에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다고, 나중에 누군가에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날 밤은 달도 뜨지 않아, 발밑을 비추는 것은 자

폐신사의 여우 빙의

시라타카다이진(白高大神)

있잖아, 듣고 있어? 나라 얘기인데……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로 들어줘. 시라타카오미카미, 라고 읽는다던데……나라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런 폐신사가 있대. 옛날엔 신흥 종교의 수행 장소였다는 얘기가 있고,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서 도리이는 진작에 썩어 무너졌고, 경내에 발을 들이면 공기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대. 그냥 낡았다는 게 아니라……뭔가가, 들러붙어 있는 것 같은, 그런 무게감이 있다고. 담력 시험 장소로 꽤 오래전부터 이름이 돌았나봐. 이게, 몇 년 전 얘기인데. 여자애가 넷이었나, 대학생 그룹이 밤에 갔대.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산 공기는 여름에도 뼛속까지 차잖아. 그 애들도, 입구 도리이를 지나는 순간 싸늘한 바람이 발밑을 스쳐갔다고

이쿠타 신사의 이별 징크스

이쿠타신사(生田神社)

이쿠타 신사, 아시나요? 고베의 산노미야, 그 번화하고 떠들썩한 거리 바로 곁에,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사입니다. 인연을 맺어주는 신으로 알려져 있어서, 쉬는 날이면 젊은 연인들이 참배길을 나란히 걷는, 그런 곳이라고 하더군요. 다만……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곳에 연인끼리 가면 헤어진다고 합니다. 뭐, 흔한 징크스 아니냐고 웃으실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제가 들은 건,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라서요. 모시고 있는 신이 여신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사랑과 깊이 얽힌 신. 그런데 그 신이……몹시 질투가 심하다는 거예요. 사이 좋은 연인을 보면 참지 못한다고. 특히 오래, 진지하게 사귀어온 두 사람일수록 헤어질 확률이 높다고 속삭여진다더군요.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다만

할미못의 귀신 할멈

하나카와도 공원(花川戸公園) / 우바가이케(姥ヶ池)

자,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아사쿠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센소지에서 불과 조금, 걸어서 오 분도 채 안 되는 곳에 하나카와도 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지역 분들은 아실 테지만, 그곳에 인공 연못이 하나, 덩그러니 만들어져 있어요. 할미못, 이라고 부릅니다. 뭐, 낮에 보면 별것 없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원 연못입니다. 잉어가 헤엄치고 있기도 하다더군요. 다만…… 그곳에 세워진 비석에는, 조금 사연이 있어서요.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 일이라고 합니다. 그 일대는 아직 '아사지가하라'라고 불리던 습지였다고 해요. 갈대가 스산하게 흔들릴 뿐인, 인적 없는 황무지였다고 하더군요. 그곳에 딱 한 채, 허름한 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노파가 혼자, 살고 있었다고

우다가와초의 사람 잡아먹는 소나무

우다가와초(宇田川町) (기타야 이나리 신사(北谷稲荷神社) 부근)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실인지 어떤지는, 저로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만. 우다가와초에, 예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타야 이나리 신사의, 마침 참배길 옆쯤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쇼와 초기에는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가지가 훌륭하여, 멀리서도 눈길을 끌 만큼 큰 나무였다고. 다만, 그 나무 아래에 서면, 어찌 된 영문인지, 한여름 한창 더울 때에도, 싸늘한 공기가 발밑에서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살갗에 닿는다기보다, 살갗 안쪽을 어루만지는 듯한 차가움, 이라고 하는 편이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잡아먹는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그 땅의 사람들은 불렀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 뚜렷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 소

천다가야 터널의 거꾸로 된 여자

센다가야터널(千駄ヶ谷トンネル)

이건 말이죠,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뭐, 그런 이야기로 들어주세요. 천다가야 터널, 아세요? 시부야구에 있는, 꽤 짧은, 아주 평범한 터널인데요. 차로 지나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예요. 낮에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두운 콘크리트 통이고, 출구의 빛이 보이면 끝. 그런데 거기엔 꽤 오래전부터 이상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고 해서요. 터널 바로 위에 절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절의 묘지 바로 아래를 뚫어서 만들었다고, 그렇게 전해진다고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히 왠지 납득이 가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는 거죠. 지인의 친구, 라기보다, 그 또 아는 남성인데요, 일단 K씨라고 해두죠. K씨는 도내에 살면서, 퇴근길에 차로 그 터널을 지

Kaidan·World

밤이 깊어질수록, 이야기는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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