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들어볼래?
에노시마 얘기인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 커플이 같이 가면 헤어진다는 징크스가 옛날부터 돌고 있잖아. 뭐, 그런 얘기야 어디에나 있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은 웃어도 좋은데……이건, 좀 웃을 수가 없는 얘기를 들어버려서.
친구의 친구의 또 친구 얘기라서 미안하긴 한데, 작년 가을에 실제로 거기 다녀온 사람이 있다는 거야. 대학 동기 커플인데, 사귄 지 2년 기념으로. 사이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
저녁 무렵에 섬에 도착했대. 아직 사람들이 남아 있는 시간이라 기념품 가게도 열려 있고, 찐빵 굽는 달콤한 냄새가 주변에 퍼져 있었다고 했어. 평범한, 관광지의 저녁. 여자 쪽은 너무 기뻐서 남자 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참도를 올라갔대.
에노시마 신사 본전에 도착한 건 해가 막 지려던 무렵이었고. 등롱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하늘은 연보랏빛으로 물들어서 예뻤다고 했다더라.
둘이 손 모아 참배를 했어.
그때였대.
여자가 갑자기 '차갑다'고 느꼈다는 거야. 가을 저녁이니까 쌀쌀한 건 당연한데, 그런 게 아니라, 더……딱, 몸 안쪽에서부터 스며드는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고. 등이 아니라, 가슴 한가운데 즈음에서부터.
그리고 그때 옆을 봤더니, 남자가 손을 놓고 있었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자는 처음엔 자기가 놓은 건가 싶었다고 해. 그런데 남자도 '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둘 다, 언제 놓았는지 기억이 없는 거야. 꼭 잡고 있었는데.
뭐, 그것만이라면 그냥 실수지 뭐, 하고 넘길 수 있는 얘기인데.
여기서부터가, 좀 불편한데……뒷얘기가 있거든.
참배를 마치고 둘이서 연인의 언덕 쪽으로 걸어갔대. 있잖아, 거기 자물쇠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곳이잖아. 밤이 내려앉으면서 사람도 많이 줄고, 가로등만 희미하게 켜져 있고.
그 길을 걷다가, 여자가 뒤를 돌아봤대. 왠지 기척이 느껴진 것 같아서.
아무도 없었다고 하는데.
다만, 방금 지나온 참도 돌계단에, 잠깐, 하얀 것이 보인 것 같았다고. 사람의 형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뭔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탓인가 싶어서 남자한테 "있잖아, 방금 뭔가 보이지 않았어?" 하고 물었더니, 남자가 잠깐 침묵하다가 "아무것도 안 보였어"라고 했대.
……그런데, 목소리가, 떨렸다고.
그날, 둘은 일찍 섬을 빠져나왔대.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도 별로 말이 없었다고. 왠지,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고 했어.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서, 헤어졌다고 들었어.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여자 말로는, 섬에서 돌아온 뒤로 남자가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싸운 것도 아니야. 그냥, 뭔가, 둘 사이에 차가운 것이 끼어든 것 같아서, 도저히 메울 수가 없었다고.
변재천이 질투가 심한 신이라는 얘기는 에도 시대부터 있었다고, 확실하진 않지만. 여신이라서, 남녀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그 분노가 파도 소리에 섞여서 지금도 그 섬을 떠돌고 있다고.
믿을지 말지는, 당신 마음이지만.
다만, 한 가지만.
그 애가 그랬대, 헤어지고 나서도 그 일이 도무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참도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하얀 것이 보인 것 같았다는 얘기.
그건 아마, 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 거라고.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