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들어볼래?
불인지 알아?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연잎이 떠다니는 그 연못. 낮에는 커플들이 보트를 저으면서 즐겁게 놀고 있어. 정말, 한가롭고 평화로운 곳이야.
근데 있잖아…… 잠깐만. 이거,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그 친구 아는 여자애, A라고 부를게. A가 남자친구랑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우에노에 놀러 갔대. 봄이 끝나갈 무렵, 저녁이 가까워지는 시간대에. 불인지 보트 선착장에서, 둘이서 보트를 탔다는 거야.
들은 얘기니까 세세한 건 확실하지 않지만…… A는 그날 일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하더라. 수면에 노을이 비쳐서 예뻤다고. 남자친구가 노를 저을 때마다, 물이 동그랗게 퍼져나가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근데 있잖아. 연못 한가운데쯤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물 냄새가 바뀌었대.
그때까지는 조금 흙냄새 나는, 연못 특유의 냄새였는데. 갑자기, 차갑고, 달콤하고, 뭔가…… 꽃 같은 향기가 풍겨왔대. 연꽃 향기가 아니야. 더 짙은. 숨이 막힐 만큼, 짙은 달콤함. A가 "뭔가 이상하지 않아?" 하고 남자친구한테 말했는데, 남자친구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대.
그때, 문득 깨달았대.
기슭 쪽을 보면 보트 선착장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게 보이는데…… 수면에 자기들 보트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대. 두 사람 분의 그림자.
근데.
수면을 들여다봤더니, 그림자가, 셋이었대.
보트 그림자랑, 두 사람 그림자랑…… 하나 더, 보트 뒤쪽에. 키가 크고, 가늘고 긴 그림자. 물속에 꼿꼿이 서 있는 것처럼. A가 "봐봐" 하고 남자친구 소매를 잡고, 둘이서 수면을 바라봤을 때.
그 그림자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대.
물속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듯이. 얼굴은 알 수 없었어. 그냥, 윤곽만. 근데 분명히,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A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고 해. 남자친구는 "착각이겠지" 하고 웃으면서, 기슭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A는 계속, 뒤가 신경 쓰여서 돌아볼 수가 없었대.
기슭에 돌아올 때까지의 몇 분 동안. 내내, 등에 무언가의 시선을 느꼈대.
시선이라기보다는…… 닿는 것 같은 느낌. 어깨 언저리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는 것 같은.
확인은 할 수 없었어. 왜냐면, 돌아봤다가……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로부터 삼 주 후에, A와 남자친구는 헤어졌대. 이유는, 왠지, 서로 맞지 않게 된 것 같다는 느낌으로. 둘 다, 뚜렷한 원인을 모르는 채로.
헤어진 날 밤, A가 혼자 울고 있을 때…… 문득, 그 달콤한 꽃 냄새가 났대.
창문은, 닫혀 있었는데.
변재천님이 질투한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고, 뭐 그건 그냥 징크스일 수도 있어. 근데 내가 신경 쓰이는 건, 그게 아니라.
A가 수면에서 본, 그 세 번째 그림자.
연못 바닥에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던 것.
그게,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하고.
있잖아. 불인지는, 오늘 밤도 조용히 물을 담고 있어. 연잎이 떠다니고, 보트가 기슭에 나란히 줄 서서.
그 그림자도, 분명 오늘 밤도, 물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