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폐건물 괴담
사람이 떠난 공간에 남은 흔적. 빈집과 폐건물의 문 너머를 다룬 괴담입니다.
광주의 잊혀진 학교
Gwangju
여러분, 오늘은 광주 쪽에서 들은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확실하진 않아요. 저도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거고, 그 사람도 누군가한테 들었다고 했으니까. 그냥, 그런 얘기가 돈다는 거예요. 광주 외곽에, 산비탈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좁은 흙길이 하나 있대요. 지도에도 잘 안 나오는 길. 그 길을 한 십오 분쯤 올라가면 학교가 하나 나온다는데, 지금은 잡초가 무릎 위까지 올라와 있고, 담벼락은 이끼가 두껍게 껴 있고, 유리창은 거의 다 깨져 있는 상태라고 해요. 근처 주민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입을 좀 다물다가, 한참 있다가 이렇게 말한대요. "거기 삼십 년 전에 갑자기 문 닫은 데야." 왜 닫았냐고 더 물으면, 그냥 고개를 돌린다고. 그 학교에 실제로 들어간 사람이 있어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이십대 초반
도톤보리(道頓堀)의 그림자
오사카(大阪)
이건 말이죠,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뭐, 누구한테 들었냐 하면, 친구의 친구 얘기라서요.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좀 묘한 이야기라 그냥 들어주시면 합니다. 켄지(健二) 군이라고 하는데요. 대학교 2학년이었다고 하더군요. 어느 늦가을, 비 내리는 밤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난바(難波)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도톤보리(道頓堀) 다리에 접어들었어요. 에비스바시(戎橋) 근처였죠. 스포츠 선수 간판의 네온이 번져서 강물 위로 녹아드는 듯한 밤이었어요. 빗방울이 수면을 두드리며, 톡, 톡, 소리를 내고 있었고요. 술에 취해 있던 그는, 문득 다리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강을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발이 멈췄어요. 네온의 붉은빛과 노란빛이
후쿠오카의 저주받은 탑
후쿠오카(福岡)
후쿠오카 한복판에 자리한 나카스는 밤늦도록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운 불빛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소리 없이 서 있는 낡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 건물은 '붉은 탑'이라 불리며,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붉은 탑은 한때 번성했던 건물이었다. 상업 시설과 사무실이 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빈 건물이 되어버렸다. 외벽은 붉게 녹슨 빛을 띠고 있었고, 그것이 '붉은 탑'이라는 이름의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어느 날 밤, 대학생 타쿠야는 심령 명소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붉은 탑을 찾았다. 폐허가 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
광주의 복수하는 영혼
Gwangju
여러분, 오늘은 광주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확실하진 않지만... 광주 외곽 어딘가에, 지금도 무너져 가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고 해요. 한때 정신병원이었다는데, 한 이십 년쯤 전에 갑자기 문을 닫았대요. 이유는 여러 가지 소문이 있는데, 환자들한테 뭔가 나쁜 짓을 했다, 기록을 조작했다, 뭐 그런 얘기들이요.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대요. 다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그냥 상식처럼 굳어져 있는 게 하나 있어요. 밤에는 절대로 그 근처에 가지 않는다는 거. 들은 얘긴데요. 한 삼십대 남자가 있었대요. 도시 탐험이라고 해야 하나, 폐건물 찾아다니는 걸 취미로 하던 사람이었다는데. 그 사람이 혼자 그 병원에 들어갔대요. 자정 조금 넘은 시간에. 처음엔 별거 없었대요. 깨진 유리, 뒤집힌 철제 침대, 벽에
탑골공원 뒷골목의 묘한 기운
탑골공원 뒷골목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로 내가 직접 들은 얘긴데, 아는 언니 오빠 사이에서 도는 얘기라 확실하진 않아. 근데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서. 종로 탑골공원 있잖아, 거기 뒤쪽 골목. 낮에 가면 그냥 어르신들 바둑 두시고 막걸리 드시는 평범한 동네 골목인데… 밤에는 완전히 달라진대. 아는 오빠가 거길 밤 열한시쯤 지나간 적 있대. 술 한잔 걸치고 혼자 걸어가는데, 골목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거야. 한여름 칠월이었는데. 등줄기에 식은땀이 배는 그 느낌 있잖아, 에어컨 바람도 아니고 그냥 습하고 무거운 냉기가 확 끼쳐오는 거. 그 골목이 좀 특이한 게, 가로등이 있긴 한데 빛이 거기서 딱 끊긴대. 전봇대 바로 밑은 환한데 그 빛이 땅에 닿질 않는다는 거야. 이상하잖아, 그게. 오빠도
퇴계동 폐건물 괴담
춘천 퇴계동 어느 폐건물
아 이거… 말해도 되나. 진짜 내가 아는 애한테 직접 들은 건데. 춘천 퇴계동에 어느 폐건물이 있어, 아는 사람은 알잖아. 오래된 폐건물. 십몇 년 전에 랜드마크 될 거라고 엄청 기대했다가 부도나서 그냥… 그대로 세워둔 거라대. 공사 멈춘 채로 골조만 덩그러니. 창문도 없는 층이 있고, 외벽은 군데군데 뜯겨있고. 지금도 퇴계동 쪽 가면 멀리서 딱 보인다더라고, 그 거대한 게. 근데 내 친구 고등학교 동창 중에 담력 센 척하는 남자애들이 있었대. 작년 여름이었나, 셋이서 밤에 거기 지하 주차장 쪽으로 들어갔다는 거야. 어디선가 철망이 휘어져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확실하진 않지만 그게 지하 2층인지 3층인지.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났대. 비린 것도 아니고, 썩은 것도 아닌데… 뭔가 오
춘천 삼천동 흉가 괴담
춘천 삼천동 (과거 흉가 자리)
여러분, 오늘은 춘천 쪽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삼천동에 있던 집 얘긴데요. 지금은 철거됐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어딘지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쪽으로 걸음을 잘 안 한대요. 이유를 물어보면 다들 말을 흐리고. 들은 얘긴데, 한 십여 년 전쯤부터 그 집 이름이 좀 돌았다고 해요. 처음엔 그냥 오래된 빈집이었대요. 문도 없고, 창문도 다 깨지고, 지붕 한쪽이 내려앉은. 근처 주민들은 지나치면서도 시선을 안 줬다고 하더라고요. 뭔가 시선을 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집. 그런데 담력 체험 한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대요. 그중에 스물 초반 남자 셋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고 해요. 한 친구가 나중에 털어놓은 얘기인데, 확실하진 않지만... 들어가자마자 냄새가 이상했대요.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
스기사와 마을(杉沢村) (아오모리시 오바타자와 코스기 주변(青森市小畑沢小杉周辺))
이건요,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라서, 확실하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아오모리의, 깊은 산속 이야기입니다. 지도에 실려 있지 않은 마을이 있다고. 그런 소문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스기사와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지금의 지명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오모리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바타사와 코스기 근방이라고도 한다더군요. 하지만 실제로 어디인지는, 직접 가본 사람만이 안다고도 들었습니다. 그 마을에서요, 옛날에, 한 남자가 발광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였습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날까지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던 그 남자가, 어느 날 아침, 도끼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죽였다는 겁니다. 아이도 노인
저주받은 폐여관 「갈매기장」
가모메소(かもめ荘) (이즈모시 다이샤초 히노미사키(出雲市大社町日御碕))
잠깐, 한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시마네현에서, 이즈모 대사에서 더 서쪽으로…… 히노미사키 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데요, 그 끝자락 가까운 곳에 「갈매기장」이라는 폐여관이 있다고 하더군요. 들은 이야기라서,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요. 원래는 평범한 여관이었다고 해요. 바다가 보이고,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다만 폐업한 지 꽤 오래됐다고 하고,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됐다고요. 시마네에서도 제법 알려진 흉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위치가, 또 묘해요. 바다로 튀어나온 절벽의 딱 밑동 부근에 세워져 있다고 하는데요, 그 아래 바다에 익사체가 자주 떠밀려 온다는 소문이 있어요. 조류가 그런 식으로 흐르는 건지 어떤지,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곳이라고들 해요.
폐허에 깃든 것
기누가와 온천(鬼怒川温泉)의 폐호텔 군
……이것은, 어느 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실한 것은, 저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런 일이 저 강가에서 있었다고……그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누가와 온천 지역에는, 버블 경제 시절에 지어진 커다란 호텔들이, 지금도 몇 채, 그대로 서 있다고 합니다. 철거되지도 않고, 재건되지도 않은 채, 그저……강을 내려다보듯, 줄곧 그 자리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벽은 검게 번져 있고, 창문은 거의 다 깨져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하더군요. 지역 주민들은 그다지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젊은 분들이 밤에 몰래 들어가는 일은 끊이지 않는 모양이고……。 그 호텔들 중 하나에서, 작년 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십 대 남성이, 친구들과 함께 안으
탑골공원 뒷길의 원혼들
탑골공원 뒷길
여러분, 지금 몇 시예요? 괜찮아요.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오늘은 탑골공원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탑골공원 자체가 아니라, 그 뒤로 돌아가는 골목 얘기예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로 한복판인데 거기만 들어서면 공기가 좀 달라진다고들 하죠. 낮에도요. 한낮에 햇볕이 쨍한데도, 그 골목 어귀에만 들어서면 목덜미가 서늘해진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이게 그냥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들은 얘긴데요, 몇 해 전에 그쪽 골목을 자주 다니던 분이 있었다고 해요. 사십 대 초반 남자분인데, 이름은 그냥 K씨라고 할게요. 출판사가 근처에 있어서 퇴근길에 자주 그 뒷길로 걸어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저녁, 딱 여름 초입이었대요. 해가 아직 남아있는 일곱 시쯤이었는데, 길 한쪽에 여자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