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한복판에 자리한 나카스는 밤늦도록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다. 그러나 그 소란스러운 불빛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소리 없이 서 있는 낡은 건물이 하나 있다. 그 건물은 '붉은 탑'이라 불리며,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다.
붉은 탑은 한때 번성했던 건물이었다. 상업 시설과 사무실이 들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는 빈 건물이 되어버렸다. 외벽은 붉게 녹슨 빛을 띠고 있었고, 그것이 '붉은 탑'이라는 이름의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어느 날 밤, 대학생 타쿠야는 심령 명소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붉은 탑을 찾았다. 폐허가 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낡은 목재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타쿠야 일행은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최상층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기이한 광경에 눈을 빼앗겼다. 벽 전체에 무수한 손자국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손자국들은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으며, 마치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했던 것처럼 보였다.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타쿠야 일행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낡은 화복을 걸치고 있었으며, 얼굴은 긴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타쿠야 일행은 공포에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검은 눈으로 그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띠었다. 다음 순간, 귀를 찢는 이명이 울려 퍼졌고, 타쿠야 일행은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건물 밖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억 속에는 여자의 미소와 붉은 손자국의 광경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 그들 주변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잇따랐고, 붉은 탑의 저주는 그들을 끝내 놓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나카스에서는 지금도 붉은 탑에 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붉은 탑에는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 다만 호기심에 이끌린 젊은이들이 이따금 찾아오기는 하지만, 그 대부분은 무언가를 보고 공포에 떨며 도망쳐 돌아온다고 한다. 붉은 탑은 오늘도 후쿠오카의 거리 한켠에 조용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