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듣고 있어? 오늘 밤은 갓파바시 얘기를 해볼까 해서.
도구 거리 알지? 업소용 냄비라든가, 식칼이라든가, 음식 모형 같은 게 늘어서 있는 그 거리. 낮에는 활기차고 관광객도 많아서,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동네처럼 보여.
그런데 말이야. 어떤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잠깐만 귀 기울여줬으면 해.
그 사람, 일단 K씨라고 해두자. 요리 도구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가끔 밤늦게 폐점 후의 갓파바시를 혼자 어슬렁거리는 게 습관이었대. 사람이 줄어든 밤의 도구 거리는 낮이랑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나. 쇼윈도에 늘어선 동냄비들이 가로등 빛을 반사하는 게,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좋았다고 하더라고.
어느 날 밤의 일이야. 십일월 말쯤이었는데, 꽤 많이 추웠대. 내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오르고, 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없고. K씨는 여느 때처럼 천천히 걷다가, 문득 소겐지 쪽으로 발이 향했다나.
소겐지, 알아? 갓파바시 근처에 있는 작은 절인데, '갓파 절'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파도타기복하천대명신이라는 신이 모셔져 있어서, 옛날부터 갓파와 인연이 깊은 장소래. 에도 시대에 이 근방은 배수가 엄청 나빠서 홍수가 잦았다나. 그래서 근처 절의 주지스님이 사재를 털어 수로 공사를 시작했는데, 좀처럼 잘 되지 않았대. 그랬더니 밤마다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나타나서 공사를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나.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바로 갓파였다고…… 한다는 거지.
뭐, 거기까지는 옛날이야기야. 문제는 그다음.
K씨가 절 앞의 좁은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 뭔가 묘한 냄새가 났다는 거야. 강 냄새, 라고 해야 할까, 더 진하게…… 진흙이랑, 풀이랑, 물고기가 뒤섞인 것 같은, 짙은 냄새. 그런데 근처에 강 같은 건 없잖아. 거기. 진작에 메워졌으니까.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걷고 있었더니, 골목 안쪽, 가로등 빛도 닿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에서, 뭔가, 소리가 났대.
물소리였다는 거야.
찰랑, 찰랑, 하고.
길에 물웅덩이 같은 건 없었는데.
K씨, 발이 멈췄대. 그야 그렇겠지. 그런데 무서운 걸 보고 싶다는 마음이랄까,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쪽을 들여다봤대.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한참 눈이 익숙해지고 나니까…… 골목 구석에, 뭔가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는 거야.
아이 같은, 작은 실루엣. 흠뻑 젖어서.
십일월 밤인데, 온몸이 흠뻑 젖어서.
K씨가 말을 걸려고 했대, "괜찮으세요"라고. 그런데 말이야, 바로 그 순간, 그게 얼굴을 들었다는 거야. 그러자 K씨는 비명도 나오지 않았대.
왜냐고 하면.
얼굴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대. 분명히. 눈도, 입도.
그런데, 그 눈이, 이쪽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었대. 가만히, 땅 아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마치, 아직 거기에 수로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K씨,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달리고 있었대. 어디를 어떻게 달렸는지 전혀 기억이 없고, 큰길에 나오고 나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어.
나중에 찾아봤더니, 그 근방에는 에도 시대에 촘촘히 뻗어 있던 수로가 지금도 땅속에 잠들어 있다나. 메워지고, 뚜껑이 덮이고, 그래도 아직 거기 있다고.
K씨는 말이야, 그게 갓파였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였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해.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것은 아직 거기 있다는 거래.
밤의 갓파바시를, 혼자 걸을 때는 말이야…… 골목의 어두운 곳은, 그다지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몰라.
뭔가가, 아래를 향한 채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