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들어봐 주시겠어요.
신주쿠 얘기인데요, 뭐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한테서 흘러들어온 이야기라서……믿고 안 믿고는, 뭐 알아서 판단하세요.
작년 가을 무렵의 일이라고 합니다. 이십 대 남성, 편의상 K씨라고 해두죠. 술자리가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막차를 놓쳐버렸대요. 신주쿠역 남쪽 출구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뭐 어쩌겠냐 싶어서 첫차까지 역 안을 걸어다니며 시간이나 때우자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게, 어쩌면 첫 번째 실수였는지도 모르죠.
신주쿠 지하라는 게,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정말이지 복잡하거든요. 동쪽 출구에서 서쪽 출구, 지하철 연결 통로, 쇼핑몰……조금만 방심하면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져요. K씨도 그렇게 됐어요. 걷다 보니 낯선 통로로 들어서버린 거죠.
이상한 건요, 그 무렵에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새벽 한 시가 넘었다고는 해도, 신주쿠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청소부 한두 명쯤은 있어야 정상인데. 자기 구두 소리만이 타일 깔린 복도에 철벅철벅 울려서, 그게 묘하게 크게 들렸다고 했어요. 너무 조용하다고. 공조 소리도, 어딘가에서 돌아가고 있을 환풍기 소리도, 아무것도 없다고. 그냥 자기 발소리만.
그렇게 걷다 보니, 어둑한 막다른 곳에 계단이 보였다고 해요.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 안내 표지도 없고. 형광등 하나가 깜빡깜빡 점멸하면서, 마치 손짓하듯 켜져 있었다고.
보통이라면 돌아가죠. 그런데 K씨는 그때 묘하게 발이 멈추질 않았다고 해서……나중에, 왜 거기서 돌아가지 않았는지 자기도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더군요.
계단을 내려가자 공기가 달라졌어요. 지하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아니라, 후텁지근하고 습한 공기. 그것도 그냥 습기가 아니라, 뭔가……짭짤한 냄새. 콧속 깊이 스며드는, 그 바다 냄새. 도쿄 지하에서 날 리 없는 냄새가, 나는 거예요.
다 내려간 곳에 문이 있었어요. 낡은 철문. 도료가 녹슬어 벗겨지고 있었고, 손잡이 하나만 달려 있을 뿐, 아무런 표시도 없었어요. 비상구 램프도, 관리 번호 명판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거기 있었어요.
K씨는 한동안 그 문 앞에 서 있었다고 해요. 돌아가려 했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고도 했다더군요. 뭐 그 부분은, 나중에 기억이 뒤섞인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열었어요.
그 순간, 미지근한 바람이 확 밀려왔다고 해요. 얼굴에 닿는, 축축하고 짭조름한 바람. 그리고 소리가 들려왔어요. 쏴아, 쏴아. 파도 소리예요. 진짜 파도 소리.
문 너머는, 모래사장이었다고 해요.
어두운 하늘 아래, 어디서 비치는지 알 수 없는 희뿌연 빛에 물든 모래사장. 파도가 밀려드는 물가가 보이고, 검은 물이 밀려왔다 쓸려가고 있었어요. 수평선까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바다.
K씨는 그때, 모래 위에 인영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고 해요.
멀리가 아니라, 꽤 가까운 곳에. 이십 미터인지 삼십 미터인지. 웅크리듯이, 앉아 있었어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어요. 파도에 젖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곳에서, 가만히 있었어요.
K씨가 말을 걸려는 순간, 그 인영이 천천히 고개만을, 이쪽으로 돌렸다고 해요.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어요. 어두워서 안 보인 건지, 보였는데 기억이 없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다고. 다만, 고개가 돌아오는 그 순간, 온몸의 피가 식어버렸어요. 발끝부터 싸늘해지고, 무릎이 떨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상 개찰구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해요. 문이 어디 있었는지, 그 계단이 어디로 이어져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아침이 되어 역무원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곳은 모른다고.
뭐 그것만이라면, 피곤했던 거겠죠, 하고 넘길 수 있는 얘기인데요.
딱 하나, 설명이 안 되는 게 있어서요.
그날, K씨의 운동화에 모래가 들어 있었다고 해요. 구두를 신고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