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 밤은 이케부쿠로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 정도는 전해드릴 수 있죠.
작년 가을이었던가, 이케부쿠로에서 일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마루노우치선을 매일 이용하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날 밤은 야근을 하고 나온 터라, 막차까지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각이었다고 합니다. 승강장으로 내려갔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지갑을 어딘가에 떨어뜨린 것 같더래요. 왔던 길을 되짚으며 지하 통로를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케부쿠로 지하가 어떤 곳인지는 다들 아시잖아요. 노선이 몇 겹으로 겹쳐 있고, 통로가 종횡으로 뻗어 있어서, 몇 년을 다녀도 '어, 여기 와본 적 있었나' 싶어지는 그런 곳이잖아요. 그날도 지갑을 찾아 걷다 보니 어디선가 방향을 잘못 든 모양이었는지, 어느새 한 번도 본 적 없는 통로 안에 들어서 있었다는 겁니다.
어둑하고, 콘크리트 벽이 양옆으로 좁게 이어진 통로였다고 해요. 평소에 보던 형광등이 아니라, 오래된 황갈색 빛을 띤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고요. 바닥 타일도 이케부쿠로역에서 지금 쓰는 흰색이 아니라, 빛바랜 녹색의, 한참 오래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탁, 탁,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하더군요.
이상하다 싶긴 했대요. 그래도 지갑 생각에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서, 어딘가 출구가 있겠거니 하고 계속 걸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가다 보니,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더래요.
승강장이 있었다는 겁니다.
울타리도, 테이프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덩그러니, 쓰이지 않는 섬식 승강장이 어둠 속에 가로놓여 있었다고 해요. 선로는 녹이 슬어 있었고, 승강장 끝에는 오래된 간판의 뼈대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글자는 이미 없었어요. 벗겨진 건지, 처음부터 없었던 건지.
조용했다고 합니다. 지하철역이라는 곳은, 멀리서 전철 달리는 소리라든가, 공조 소리라든가, 어디선가 반드시 무슨 소리가 나기 마련이잖아요. 그게 전부, 없었다고 해요. 귀가 아플 것 같은, 완전한 정적.
남자는 승강장 끝에 서서 선로 너머를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터널이 검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고 해요.
그때, 깨달았다고 합니다.
터널 안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지하철 터널에서 오는 바람이라는 건, 전철이 가까이 달려올 때 밀려나오는 것이잖아요. 그 미지근하고, 쇠 냄새와 먼지가 뒤섞인 바람. 바로 그게, 불어오고 있었다는 거예요. 전철이 오기 전에 느껴지는 그 바람이.
그런데, 소리가 없었다.
전철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그 의미가 서서히 온몸으로 스며들었을 때, 남자는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왔던 길을 전력으로 되짚어 달려, 아는 통로로 빠져나와, 개찰구를 통과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고 해요. 지갑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하더군요. 다음 날 역 창구에 맡겨져 있었다고 하는데,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고요.
나중에, 마루노우치선에는 전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절에 임시 승강장으로 쓰이던 장소가 있었고, 지금도 구조상 그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곳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어서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도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 남자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느냐는 이야기인데요.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본인도 다시 찾아가 보려 했지만, 그 통로는 찾을 수 없었다고 하니까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란 건,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에 부는 것이잖아요.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