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들어볼래?
이케부쿠로 얘기인데…… 잠깐만, 귀 좀 빌려줘.
있잖아, 이케부쿠로 역에서 걸어서 바로 가는 곳에 「사면탑존」이라는 석탑이 있대. 오래되고 작은 탑. 알고 있었어? 나도 최근까지 몰랐는데, 조금 찾아봤더니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게 나오더라고.
에도 시대에, 그 근처가 「쓰지기리」가 자주 일어난 장소였다고 해. 쓰지기리가 뭐냐면, 밤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그냥 칼을 시험해보려고 베어 죽이는 거야. 사무라이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그냥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 자리에서 죽어가는 거지. 그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게 저 탑이라는 얘기인데…… 위로가, 충분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직접 확인한 건 아니니까, 그런 마음으로 들어줘.
그 애가 밤늦게, 저 탑 앞을 지나간 적이 있대. 퇴근길 열한 시가 넘은 시각, 사람도 드문드문한 골목. 석탑이라는 게 어딘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잖아, 낮에도 공기가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그런 거. 그날 밤에도, 왠지 발걸음이 느려지면서, 문득 멈춰 서서 탑을 바라봤대.
그랬더니, 발밑이, 젖어 있었어.
비는 오지 않았고, 근처에 수도도 없었어. 그런데 돌바닥이, 축축하게, 검게 빛나고 있었대. 이상하다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들여다봤더니, 그 젖은 자국이 점점이 이어져 있는 거야. 마치 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걸어간 것처럼. 점, 점, 점, 하고.
탑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져.
그 애, 알아버렸대. 그 얼룩이 탑의 사면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탑을 향해 모여들고 있다는 걸.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저 탑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추웠대. 10월의 밤이었는데, 그 순간만, 온도가 한 단계 내려갔다고 했어. 등이 아니라, 목덜미의, 정말 가느다란 부분이, 스윽 차가워지면서. 그리고 왠지 올려다봤더니…… 탑의 위쪽에, 손자국이, 있었어. 돌에 새겨진 게 아니라, 철퍽하게, 젖은 손자국이, 하나.
그 애, 달려서 집에 돌아갔대.
근데 있잖아, 이게 다가 아니야, 이 얘기. 옛날에 사면탑 근처에 있던 백화점에, 도둑이 자주 들거나, 유리창이 갑자기 떨어져서 행인이 크게 다쳤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더라고. 우연일 수도 있지만, 왠지, 계속되는 거야.
더 섬뜩한 게, 옛날 이케부쿠로 역장 얘기야. 그 사람이 저 탑 옆에서 노상방뇨를 했다고 하는데.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독증으로 세상을 떠났대. 이게 웃음거리처럼 전해지고 있는데, 웃을 수가 없어, 제대로 들으면. 위로를 위해 세워진 탑 옆에서, 죽은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고, 그런 짓을 했다면…… 있잖아.
요즘도 그렇잖아. 그 일대에서 일어난 일들, 기억하지. 차가, 인파 속으로 돌진하고. 흉기를 든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그냥 거기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휘말려 가는 거야. 그때마다, 저 탑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 「또, 늘었다」고, 중얼거리면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저주라고는 말할 수 없어. 하지만, 있잖아.
저 탑이 세워진 건, 이유도 없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서였어. 이름도 남지 않고, 아무에게도 애도받지 못하고, 그냥 칼 시험에 쓰인 목숨들. 그 수가, 얼마나 됐을지.
지금도, 비가 오지 않는 밤에, 저 돌바닥이 젖어 있는 걸 봤다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해.
……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