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듣고 있어?
시부야 얘기야. 109 얘기. 그 둥그런 빌딩, 스크램블 교차로 한복판에 서 있는 그 빌딩 얘기.
믿을지 말지는, 뭐, 네 마음에 맡길게.
이거 패션 업계에 있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인데. 확인할 방법이 없는 얘기니까, 그냥 "그런 소문이 있다"는 정도로 들어줘.
그 사람이 어느 날 밤, 야근 때문에 시부야에 남아 있었대. 막차 시간이 다 돼서, 히카리에 쪽에서 스크램블을 건너다가 문득 109 외벽을 올려다봤다는 거야. 심야의 시부야가 사람은 줄어도 빛은 꺼지지 않잖아. 네온이니 빌딩 조명이니, 뭔가 계속 희뿌옇게 빛나는 느낌으로.
그때, 빌딩 외벽에 붙어 있던 입점 브랜드 현수막이 마침 교체 시기였던 모양이야. 반쯤 뜯긴 광고가 외벽에 너덜너덜 늘어져 있었는데. 바람도 없는데 그게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대. 그 사람, 그걸 봤을 때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고 했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래서 그 사람 말이, 109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신기할 정도로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보통 젊은 층한테 인기가 생긴 브랜드가 드디어 109에 입점합니다, 하고 대대적으로 발표하잖아. 보도자료도 나오고, 오픈 날엔 줄도 서고. 그런 브랜드들이 삼 년, 사 년, 빠르면 이 년도 안 돼서 조용히 철수해. 철수만 하면 그나마 나은데, 회사째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야.
처음엔 다들 "트렌드가 바뀌었으니까", "경영 문제"라고 했대. 그런데 그것치고는 이상하다는 거지. 입점한 순서대로, 마치 차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사라져간다고.
어떤 사람은 그걸 "패션 브랜드의 무덤"이라고 부른다고 들었어.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좀 불쾌한 얘기인데.
그 업계 사람이 어느 전직 테넌트 직원한테 직접 들은 얘기가 있어. 그 직원, 철수가 결정된 날 밤에 재고 정리 때문에 혼자 플로어에 남아 있었대. 폐점 후의 빌딩은 바깥 시부야 소리가 거짓말처럼 멀어진다고 하더라. 집기 옮기는 자기 소리랑, 형광등의 지지직거리는 낮은 소리만 들리는 느낌이었대.
선반을 해체하다가, 문득 깨달았대.
쇼윈도 안에 옷이 한 벌만 남아 있었다는 거야.
치웠을 텐데, 마네킹에 입혀뒀던 게.
누가 다시 갖다 놓은 건가 싶어서 다가갔더니, 마네킹 목 부근에 뭔가 적힌 메모 같은 게 끼워져 있었대. 꺼내서 봤더니, 히라가나로 딱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고.
다음은, 누구.
필체는 그 플로어 직원 누구의 것도 아니었대.
그 직원은 메모를 그 자리에 놓고, 짐도 반쯤 남긴 채로 빌딩을 나왔다고 했다더라. 나중에 나머지 짐은 다른 사람이 회수했는데, 그때 메모는 이미 없었대.
뭐, 누군가의 장난이었을 수도 있어. 그게 가장 가능성 높은 얘기라고 생각해.
근데 그 직원, 그 이후로 패션 업계를 그만뒀다고 들었어.
그리고 있잖아, 그 빌딩, 오늘도 시부야 한복판에서 빛나고 있잖아. 외벽엔 또 새 브랜드 현수막이 붙어서, 반짝반짝하고, 예쁘고.
그 현수막 아래쪽에, 반쯤 뜯긴 채로 남은 낡은 광고가 살짝 보이기도 하거든.
아무도, 뜯으러 오지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