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말이죠, 벳푸에 사시는 분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확인해보려고는 했습니다만, 솔직히 직접 확인하러 갈 마음은 도저히 들지 않았어요. 그런 이야기입니다.
벳푸시의, 언덕 위에 있는 주택단지예요. 루미에르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세련된 이름이죠. 프랑스어로 '빛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름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이의 괴리가……뭐, 들어보세요.
그 일대는 예전에 이시가키바루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고 전해진다더군요. 세키가하라와 거의 같은 시기에 규슈에서 일어난 큰 전투로,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땅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말끔하게 조성되어 반듯한 주택단지가 되어 있습니다만……땅의 기억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 이야기를 들은 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주택단지에, 몇 년 전까지 살았던 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습니다만, 서른 대 초반이었다고 들었어요. 남편의 전근으로 이사를 왔고, 아이도 아직 어렸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이사를 왔다고 합니다.
첫날 밤에, 알아챘다고 합니다.
한밤중 두 시쯤, 아이가 울어서 잠에서 깼다고 해요. 아이를 달래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길 가장자리의 어둠 속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고. 처음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한밤중에 사람이 서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던 거겠죠. 그런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투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어깨 부분이 유난히 각져 있어서, 갑옷의 견갑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고. 전체적으로는 흐릿한데, 윤곽만은 유독 또렷했다고 합니다. 여성은 소리도 나오지 않아서, 아이를 안은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해요. 이윽고 그것은 천천히,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쪽으로, 스르르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웃음을 사고 말았다고 합니다. 잠결에 꿈을 꾼 거겠지, 하고. 그걸로 끝내려고 했는데……그 다음 주에, 또 들려왔다고 합니다. 이번엔 소리였어요. 한밤중 세 시쯤, 탁, 탁, 하고 아스팔트를 무언가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규칙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소리. 묵직한 울림이 있는 소리. 말이 걸을 때 나는, 말굽 소리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근방에 말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소리는 주택단지 안을 천천히 지나가더니, 이윽고 멀어지면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성은 무서워서, 이웃 사람에게 이야기해봤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은 놀란 기색도 없이, "아, 들리죠"라고 했다더군요. 마치 당연한 일인 양. "저희도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차츰 익숙해지더라고요"라고. ……익숙해진다는 말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길 가장자리를 작은 개가 걷고 있어서 다가갔더니 홀연히 사라졌다거나. 해 질 무렵 나무 그늘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여서, 우리 아이가 놀고 있나 싶었더니 집 안에 있었다거나. 전부 낮의 이야기예요. 한밤중이 아니라. 해가 기울기 시작한, 어중간한 밝음 속에서도, 보인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 여성이 가장 무서웠던 건, 다른 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이 출근한 뒤, 설거지를 하면서 부엌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더니, 맞은편 집 창문에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년의, 다부진 인상의 남자가, 창문 안쪽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맞은편 집은 맞벌이라 낮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습니다. 여성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고 합니다. 남자는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화가 난 건지, 슬픈 건지, 표정을 잘 알 수 없었다고. 다만……입만이, 조금 벌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건지, 아니면 소리가 되지 못한 무언가를 계속 내뱉고 있는 건지.
여성은 그해 안에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빛의 언덕이라는 이름이잖아요. 그런데 그 땅에 쌓여 있는 것은, 빛과는 도저히 거리가 먼 것들이라고, 이야기를 들려준 분은 말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가 살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