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길의 연두색 우비
AI AI가 만든 창작 픽션입니다(음성·이미지도 AI 생성). 실제 사건·인물·단체·장소와 무관합니다.

소양강은 늘 안개를 머금고 있었다. 강물이 잠들 무렵, 수면 위로 흰 숨결이 피어올라 둑길을 덮었고, 가로등 불빛은 그 속에서 흐릿하게 번졌다. 사람들은 그 길을 '안개길'이라 불렀다. 정식 명칭이 아니었다. 그냥 오래전부터, 그 근방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붙인 이름이었다. 춘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길을 걸어봤고, 누구나 한 번쯤 뒤를 돌아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돌아보게 된다고만 했다.
정수는 서른두 살이었고, 삼 년 만에 춘천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의 생활이 그에게 남긴 것은 만성 두통과 두 박스 분량의 짐, 그리고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 확인서 한 장이었다. 고향에 내려온 첫날 밤, 그는 어릴 적 살던 소양강 근처 빌라에 짐을 풀고 창밖을 내다봤다. 안개가 이미 내려앉아 있었다. 강 건너편 불빛들이 흔들리듯 보였고, 둑길의 윤곽은 희뿌연 막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오래된 것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그것을 단지 피로 탓으로 여겼다.
이튿날 아침, 정수는 짐 정리를 핑계로 밖으로 나왔다. 안개길을 따라 걷는 것은 어릴 적 습관이었다. 소양강 둑 위로 난 좁은 산책로가 그 길의 전부였다. 왼편으로는 강물이 흘렀고, 오른편으로는 갈대밭과 버드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봄이 끝나가는 계절이었다. 버드나무 이파리들은 연두색을 막 벗어나는 중이었고, 갈대는 아직 여름의 풍성함을 갖추지 못한 채 줄기만 서 있었다. 강 위에는 여전히 얕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도 안개는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강물 표면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구간과, 안개에 가려 잿빛으로 보이는 구간이 번갈아 나타났다.
정수는 천천히 걸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춘천 특유의 습기가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서울에서는 잊고 있던 냄새였다. 물기 밴 흙냄새, 갈대의 풀비린내, 그리고 무언가 달큰하면서도 서늘한 강의 냄새.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나쁘지 않았다. 잠시, 서울의 소음과 형광등 불빛과 상사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산책로 중간쯤에 있는 낡은 나무 벤치에 앉았다. 벤치 등받이에 누군가 볼펜으로 새겨놓은 글씨가 있었다. 오래되어 나무결 속으로 파고든 글씨였다. 읽으려고 몸을 기울였지만, 글씨는 너무 흐릿해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냥 이름인가, 날짜인가.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부터 정수는 매일 안개길을 걸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일자리를 알아보는 일도,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일도 모두 낮 시간에 처리하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 길로 나갔다. 습관이 붙는 데는 사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저녁 안개는 아침 안개와 달랐다. 더 짙었고, 더 느리게 움직였다. 강물 위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둑을 넘어 산책로까지 밀려들 때, 발목 아래가 하얀 솜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가로등은 군데군데 꺼져 있었다. 불빛이 있는 구간과 없는 구간이 교차했고, 어두운 구간에서는 발소리만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었다.
닷새째 되던 저녁, 정수는 처음으로 그 여자를 보았다.
산책로 끝 가까이, 소양강댐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좁아지는 지점이었다. 가로등 하나가 켜진 구간과 꺼진 구간의 경계, 정확히 그 경계 위에 여자가 서 있었다. 연두색 우비를 입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었다. 여자는 강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등을 보이고 있어서 얼굴은 알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길었다. 안개 속에서 우비의 연두색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정수는 잠깐 발을 멈췄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상할 것 없었다. 산책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다만 비가 오지 않는데 우비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움직임 없이 강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그는 여자 곁을 지나쳤다. 스쳐지나가는 순간, 강물 냄새가 갑자기 짙어졌다. 달큰하고 서늘한 냄새가 코 안쪽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다음날 저녁에도 그 자리에 여자가 있었다. 같은 자리, 같은 자세, 같은 우비. 이번에도 비는 오지 않았다. 정수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냥 걸었다. 스쳐지나가면서 힐끗 옆을 봤다.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강쪽을 보고 있어서 반쪽만 보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얼굴이 창백했다. 봄 저녁 해질 무렵인데도 얼굴에 전혀 온기가 없었다. 입술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숨을 쉬는 것 같기도 했다. 정수는 그 자리를 지나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숨을 쉬었다.

그날 밤, 그는 빌라 창문을 열고 강을 내려다봤다. 밤의 안개는 저녁보다 더 두터웠다. 둑길의 가로등 불빛들이 안개 속에서 노랗게 번졌다. 그 불빛들 사이 어딘가에, 연두색 무언가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닐 수도 있었다. 안개 속에서는 무엇이든 원하는 모양으로 보였다. 그는 창문을 닫았다.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사흘이 더 지났다. 여자는 매일 저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정수는 그것이 습관적으로 산책을 나오는 동네 주민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우비를 입는 사람은 있었다. 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여자가 항상 같은 자세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수가 그 자리를 지나칠 때마다 여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가까워져도, 스쳐지나가도, 멀어져도. 정수는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여자는 여전히 강을 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긴 머리카락과 연두색 우비의 실루엣이 안개 속에 서 있는 것이,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서웠다. 단순히 낯선 사람이 서 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마치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흘째 되던 저녁, 비가 내렸다. 가는 봄비였다. 정수는 우산을 들고 안개길로 나갔다. 빗소리가 강물 위에 내리는 소리와 산책로 위에 내리는 소리가 섞였다. 안개는 그날도 있었다. 빗속에서도 안개는 걷히지 않았다. 오히려 빗속에서의 안개는 더 끈적한 느낌이었다. 공기가 입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그는 걸었다. 경계 지점이 가까워졌다. 가로등과 어둠이 만나는 그 지점이 보였다. 여자는 없었다.
정수는 안도하면서도 묘하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 자신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없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비가 오니까. 그러나 그 자리에 서서 강을 내려다보니, 그제야 처음으로 그 경계 지점의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산책로와 강 사이의 경사면이 그 지점에서 유독 가팔랐다. 난간이 있었는데, 녹이 슬어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쇠 난간이었다. 난간 아래로 강물이 보였다. 안개와 빗물이 섞인 강 표면은 어두운 거울 같았다. 정수는 난간을 잡았다. 차가웠다. 그리고 그때, 강물 위 안개 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형체였다. 사람의 형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강 위 안개 속에 서 있었다. 아니, 떠 있었다. 발이 물에 닿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안개가 형체의 아랫부분을 완전히 덮고 있었다.
정수는 눈을 비볐다. 빗물이 눈에 들어간 탓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봤을 때, 형체는 없었다. 강 위에는 안개와 빗방울만이 있었다. 그는 자리를 피했다. 걸음이 빨라졌고, 빌라에 돌아와 문을 잠갔다. 그날 밤, 두통이 심했다. 만성 두통이 갑자기 도졌다고 생각했다. 진통제를 두 알 먹고 잠들었다. 꿈을 꿨다. 안개길을 걷는 꿈이었다. 안개 속에서 연두색 우비를 입은 형체가 앞서 걷고 있었다. 정수는 따라가지 않으려 했지만 발이 멈추지 않았다. 형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형체가 멈추고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정수는 꿈에서 깼다. 새벽 세 시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창밖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봤다. 안개가 짙었다. 가로등 불빛이 흐릿했다. 연두색은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정수는 처음으로 동네 어른에게 그 여자 이야기를 꺼냈다. 오래전부터 그 동네에 살아온 아주머니였다. 소양강 안개길 쪽에서 연두색 우비 입고 서 있는 여자를 봤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잠깐 멈췄다. 그 멈춤이 의미하는 것이 있었다. 단순한 생각의 정지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멈춤이었다.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래전에 거기서 사고가 있었다고. 젊은 여자였다고. 봄이 끝날 무렵이었다고.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정수가 더 물으려 하자 아주머니는 화제를 돌렸다. 그 눈빛이,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정수는 그날 저녁 안개길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낮에 한 번 나가서 그 경계 지점을 낮의 눈으로 봤다. 낮에 보니 특별할 것이 없었다. 낡은 난간, 경사진 둑, 흐르는 강물. 그러나 그 지점의 난간 아래, 경사면의 흙에 무언가 있었다. 처음에는 쓰레기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천 조각이었다. 연두색 천이었다. 낡고 색이 바랜, 그러나 분명히 연두색인 천이 난간 아래 경사면의 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오래된 것이었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정수는 그것을 만지지 않았다. 그냥 봤다. 그리고 돌아왔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그는 처음으로 제대로 생각해봤다. 자신이 열흘 넘게 저녁마다 봐온 여자. 비가 오지 않는데 우비를 입고 있던 여자. 항상 같은 자리, 같은 자세로 강을 바라보던 여자. 그리고 비가 오던 날, 즉 실제로 우비가 필요한 날, 없었던 여자. 그는 이 역전을 오랫동안 생각했다. 비가 오지 않을 때 우비를 입고 나타나고, 비가 올 때 없어진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생각하기를 멈추려 했다. 그러나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정수는 다시 저녁 산책을 나갔다. 자신이 왜 나가는지 몰랐다. 그냥 나갔다. 안개는 짙었다. 하늘은 맑았지만 강 위의 안개는 짙었다. 경계 지점이 가까워졌다. 가로등과 어둠이 만나는 그 지점. 여자가 있었다. 연두색 우비. 긴 머리카락. 강을 바라보는 자세. 정수는 이번에는 멈췄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저기요, 라고 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여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정수는 한 걸음 가까이 갔다. 저기요, 라고 다시 말했다.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보는 순간, 정수는 그 자리에 굳었다.
얼굴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얼굴은 있었다. 눈도 있었고 코도 있었고 입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이 향하는 방향이 이상했다. 목이 돌아가는 정도가 이상했다. 어깨는 그대로인데 목이 너무 많이 돌아가 있었다. 사람의 목이 돌아갈 수 있는 각도보다 더 많이. 그리고 눈이 정수를 보고 있었다. 그 눈이 정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에 있어야 하는 그 미세한 촉촉함과 반사와 움직임이 없었다. 유리 같았다. 아니, 유리보다 더 차가운 것이었다. 물 같았다. 강물 같았다.
정수는 도망쳤다. 뛰었다. 안개 속에서 가로등 불빛을 향해 뛰었다. 발이 산책로의 요철에 걸렸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발소리만 들었다. 자신의 발소리만. 그 외에 다른 발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발소리가 없다는 것이, 뒤에서 따라오는 것이 없다는 증거가 되지 않았다. 빌라에 도착해 문을 잠갔다. 숨을 몰아쉬었다. 창문을 보지 않으려 했다.
창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빗소리가 아니었다. 비는 오지 않았다. 바람 소리도 아니었다. 그냥 무언가가 창문에 닿는 소리였다. 아주 가볍게, 한 번. 정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는 다시 나지 않았다. 그는 긴 시간이 지난 후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커튼을 열지 않았다. 열지 않은 채 섰다. 커튼 너머 창문 유리에 무언가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이었다. 손이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커튼을 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정수는 창문을 열었다. 유리 표면에 무언가가 있었다. 성에가 낀 것처럼 창문 유리에 흐릿한 자국이 있었다. 손바닥 크기의, 손바닥 모양의 자국이었다.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 유리 표면에. 그의 빌라는 삼층이었다. 창문 바깥쪽에 발판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정수는 그 자국을 오래 봤다. 손가락의 수가 맞았다. 다섯 개였다. 크기는 여자의 손과 비슷해 보였다. 손바닥 아래쪽에, 흐릿하게, 손목의 흔적 같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손목의 흔적이 이어지는 방향이 아래쪽이 아니었다. 위쪽이었다. 마치 아래에서 위로 손을 짚은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즉 안개 쪽에서, 강 쪽에서 떠내려와 닿은 것처럼. 정수는 창문을 닫았다.
그는 짐을 쌌다. 두 박스였다. 왔을 때와 같은 두 박스였다. 낮에 짐을 쌌고 저녁이 되기 전에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짐을 다 싸고 나서 그는 한 번 더 창밖을 봤다. 소양강이 보였다. 안개가 벌써 강 위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는 아직 지지 않았는데 안개는 이미 나오고 있었다. 강 위의 안개는 흰색이 아니었다. 노을빛을 받아 옅게 붉었다. 그 붉은 안개 속에, 강 위 어딘가에, 연두색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정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히 있었다. 연두색이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강 위 안개 속에 있었다.

정수는 짐을 들고 빌라를 나섰다. 차에 짐을 실었다.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 자신도 모르게 백미러를 봤다. 안개길이 백미러 속에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흐릿하게 보였다. 안개가 길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백미러 속 안개길 위에, 연두색 우비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정수의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를 향해 서 있었다. 그 자리는 산책로가 아니었다. 도로였다. 정수가 방금 빠져나온 빌라 앞 도로 위였다.
정수는 차를 출발시켰다. 액셀을 밟았다. 백미러를 더 보지 않았다. 춘천 시내를 빠져나가 국도로 접어드는 동안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서울로 향하는 국도 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라디오를 켰다. 소리가 필요했다.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는 음악을 들으며 달렸다. 춘천이 멀어졌다. 소양강이 멀어졌다. 안개길이 멀어졌다.
그러나 국도를 달리던 중, 한 터널을 통과할 때였다. 터널 안은 환했다. 노란 조명이 줄지어 있었다. 정수는 터널 안에서 처음으로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안개가 없었다. 강이 없었다. 그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차 앞 유리에 안개가 몰려왔다. 산안개였다. 터널 출구 너머 산허리에 걸린 안개가 국도를 덮고 있었다. 정수는 속도를 줄였다. 와이퍼를 켰다. 안개 속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달렸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그때 전방 안개 속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연두색이었다.
정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섰다. 안개가 옅어졌다. 도로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국도였다. 가드레일이 있었고 아스팔트가 있었다. 연두색은 없었다. 그는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뒤에서 차가 오지 않았다. 앞에도 차가 없었다. 안개만 있었다.
정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로 다시는 춘천에 가지 않았다. 소양강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안개가 짙은 날에는 창문을 열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충분해야 했다. 다만 한 가지, 그는 이후로도 어떤 안개 속에서든 연두색을 발견하면 반드시 멈췄다. 차 안에서든, 길 위에서든. 멈추고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이 연두색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절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소양강의 안개는 봄이 끝날 무렵 가장 짙다. 강물이 따뜻해지고 공기가 아직 차가운 그 계절, 수면 위에서 피어오른 안개는 둑을 넘고 길을 덮고 도시를 건넌다. 그 안개가 어디까지 가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안개가 무엇을 데려오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