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의 눈구멍
AI AI가 만든 창작 픽션입니다(음성·이미지도 AI 생성). 실제 사건·인물·단체·장소와 무관합니다.

민준이 하회마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늦가을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그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산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낙동강 상류 쪽으로 내려갈수록 하늘이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구름이 두껍지도 않은데 빛이 어딘지 모르게 묽었다. 안동 터미널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탄 뒤, 강변 길을 따라 삼십여 분을 달리는 동안 그는 창에 이마를 붙이고 눈을 감았다. 민준은 건축 전공 대학원생으로, 하회마을의 전통 가옥 배치를 논문 주제로 삼아 현장 조사를 나온 참이었다. 지도교수는 적어도 열흘은 머물며 실측도를 그려 오라고 했다. 민준은 그 말을 큰 부담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의 연구실과 좁은 고시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마을 입구에는 낙동강이 마치 허리를 감싸듯 굽어 흘렀다. 물빛은 잿빛과 초록빛 사이 어딘가였고, 강 건너편 부용대 절벽은 서쪽 햇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민준은 배낭을 추스르며 마을 어귀의 솟을대문 앞에 섰다. 안내 표지판과 매표소가 있었지만 방문객은 거의 없었다. 성수기가 지난 탓이었다. 담당 직원은 중년 여성이었는데, 민준에게 입장권을 건네면서 한 가지를 덧붙였다.
"연구 목적으로 오셨으면 마을 안에 있는 종가 쪽 사랑채를 숙소로 쓰실 수 있어요. 미리 연락이 됐다고 하셨죠? 다만 저녁 여섯 시 이후에는 마을 안을 혼자 다니지 마세요. 어두워지면 길이 헷갈려서요."
그 말투가 지나치게 사무적이어서 민준은 특별히 새겨듣지 않았다. 그저 관광지에서 늘 하는 안전 안내 정도로 흘려들었다. 마을로 들어서는 흙길에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었고,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기와지붕들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었고, 담장 너머로 감나무 가지가 뻗어 있었다. 감은 거의 다 떨어지고 몇 개만 남아 주황빛 점처럼 하늘에 박혀 있었다.
민준이 묵을 사랑채는 마을 중심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었다. 종가의 후손인 류씨 노인이 직접 맞이해 주었다. 칠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분으로, 허리가 조금 굽었지만 눈빛은 또렷했다. 노인은 사랑채의 방을 보여 주고 아궁이에 불을 어떻게 때는지 알려 주었다. 민준은 고마움을 표하며 짐을 풀었다. 방 안에는 낡은 경상과 문갑이 있었고, 창호지를 바른 문 너머로 마당의 빛이 은은하게 들어왔다. 민준은 노트북을 꺼내고 현장 기록용 노트를 펼쳤다. 첫날 밤은 그렇게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 민준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마을 안의 가옥들을 번호 순서대로 실측하고, 배치 관계를 도면에 옮기는 일이었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집성촌으로, 집들이 강의 굽이를 따라 마치 연꽃처럼 둥글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은 좁고 구불구불했다. 동쪽으로 가면 강이 보이고, 서쪽으로 가면 산자락이 닿았다. 민준은 골목을 걸을 때마다 마을이 단순한 지형적 배치를 넘어 무언가 의도적인 구조를 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집들이 서로를 향해 약간씩 기울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골목이 어떤 중심점을 향해 수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이 논문의 핵심 주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사흘째 되던 날, 민준은 처음으로 탈을 보았다. 마을 안쪽 깊숙한 곳, 관광객 동선에서 약간 벗어난 창고 같은 건물의 벽에 하회탈 하나가 걸려 있었다. 양반탈이었다. 눈썹이 치켜올라간 모양, 아래로 처진 입꼬리. 웃는 것인지 찡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 민준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탈의 그늘이 움직인 것 같았다. 햇빛이 구름에 가려서 생긴 그림자 변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카메라를 내리고 한동안 탈을 들여다보았다. 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무였다. 오래된 옻칠이 갈라진 나무 조각이었다.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나흘째 밤이었다. 민준은 사랑채에서 도면 작업을 하다가 자정 무렵에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하회마을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날이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아닌, 빛이 없는데 사물이 보이는 이상한 밝기였다. 골목 끝마다 탈들이 걸려 있었다. 각시탈, 중탈, 이매탈, 부네탈.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탈의 눈구멍 안이 어둡지 않았다. 눈구멍 안에 무언가 있었다. 움직이는 것. 민준은 더 가까이 가려 했지만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모든 탈이 동시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는 없었다. 그저 고요 속에서 탈들이 그를 보았다. 민준은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목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새벽 세 시였다. 방 안은 조용했다. 창호지 문 너머로 마당의 어둠이 두꺼웠다. 민준은 이마에 땀이 맺혀 있는 것을 느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꿈이었다. 그냥 꿈이었다. 그는 물을 마시러 문을 열었다. 마당에 발을 내딛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마당 한가운데에 무언가가 있었다. 낮게 쪼그려 앉은 형체.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낮고 너무 조용했다. 민준은 숨을 참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서 형체가 조금씩 드러났다. 고양이였다. 마을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마당에 들어온 것이었다. 민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웃었다. 고양이는 그를 보지 않고 마당 한쪽만 응시하고 있었다. 민준이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담장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닷새째 되던 오후, 류씨 노인이 사랑채로 찾아왔다. 민준이 도면을 그리고 있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다가 노인이 물었다.
"마을 서쪽 끝 빈집은 실측하셨소?"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서쪽 끝에 빈집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직 가 보지 않았다고 했다. 노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거기는 안 가도 됩니다. 도면에 안 넣어도 됩니다."
민준은 그 말이 왜인지 마음에 걸렸다. 논문을 위해서는 마을 안의 모든 가옥을 실측해야 한다고 했지만, 노인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날 저녁, 민준은 마을 지도를 펼쳐 서쪽 끝의 빈집 위치를 표시해 두었다.
엿새째 아침이 밝았다. 안개가 짙었다. 낙동강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마을 전체를 덮고 있어서, 기와지붕들이 안개 속에 섬처럼 떠 있었다. 민준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그대로 서쪽을 향해 걸었다. 그 빈집을 봐야 했다. 이유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논문을 위해서라고 자신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노인의 그 짧은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빈집은 생각보다 마을 안쪽 깊은 곳에 있었다. 다른 집들과 조금 떨어져, 작은 야산의 기슭에 기대어 있었다. 담장은 무너진 곳이 있었고, 대문은 잠기지 않았다. 민준은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당은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 있었다. 본채는 팔작지붕 형태였고, 창호지는 모두 뜯겨 나가 구멍만 남아 있었다. 민준은 메모지에 가옥의 치수를 적으며 천천히 돌았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 오래된 빈집이었다. 그뿐이었다.
그런데 본채의 왼편으로 돌아갔을 때, 민준은 멈추었다. 외벽 아랫부분, 땅에서 한 뼘 정도 높이의 위치에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뭇조각이나 낡은 장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이 탈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작은 탈. 하회탈과 같은 형식이지만 훨씬 작고, 옻칠이 아니라 무언가 검은 것으로 칠해져 있었다. 탈은 벽에 못이 아니라 무언가 섬유 같은 것으로 묶여 있었다. 민준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탈을 만지려다가 멈추었다. 탈의 눈구멍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벽의 안쪽. 빈집의 안쪽. 그런데 눈구멍 너머, 집 안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단 한 번. 그림자가 아니었다. 형체가 있었다. 사람이라면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야 할 높이에서, 무언가가 느리게 이쪽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민준은 뒤로 물러섰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대문 쪽으로 걸었다. 아니, 뛰었다. 대문을 나와 골목으로 나선 뒤에야 비로소 숨을 토해 냈다. 골목에는 안개가 여전히 짙었다. 그는 잠시 서서 숨을 고른 뒤, 뒤를 돌아보았다. 빈집의 대문은 자신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열려 있었다. 그런데 대문 안쪽, 마당을 가로질러 본채의 어두운 처마 아래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사람 형태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민준은 류씨 노인을 찾아갔다. 노인은 안채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민준이 빈집에서 본 것을 설명하자, 노인은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민준은 기다렸다. 노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 집은 예전에 탈을 만들던 집이오. 하회탈은 신성한 것이라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었소. 옛날에 그 집 사람이 탈을 만들다가 중간에 멈추었소. 신병이 들어서. 탈이 완성되기 전에 죽었단 말이오. 완성되지 못한 탈은 얼굴이 없소. 얼굴이 없는 것들은 얼굴을 찾아다닌다고 했소."
민준은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노인이 마을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이성적으로 정리하려 했다. 그는 그날 저녁 스마트폰으로 빈집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외벽에 붙어 있던 작은 탈의 사진. 그런데 사진 속의 탈 옆, 조금 위쪽에 무언가가 찍혀 있었다. 창호지가 뜯겨 나간 창문의 빈 구멍. 그 안에, 민준이 분명히 기억하기로 사진을 찍을 때 없었던 것이 있었다. 얼굴처럼 생긴 것. 눈과 코와 입의 위치에 어둠이 고여 있는 형태. 그것이 창문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있었다. 민준은 사진을 확대했다. 확대할수록 형태는 더 또렷해졌고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이레째 밤이었다. 민준은 짐을 싸서 다음 날 아침 일찍 떠나기로 결심했다. 논문 조사는 일단 마무리 짓고 나중에 다시 오거나, 기존 자료들로 보완하면 될 일이었다. 그는 배낭에 짐을 대충 밀어 넣고 노트북을 껐다. 방이 어두워졌다. 창호지 문 너머로 마당의 달빛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민준은 자리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 안은 고요했다. 그런데 그 고요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 마당 쪽에서 오는 소리. 발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규칙했고, 바람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리듬이 있었다. 무언가가 마당을 천천히 가로지르고 있었다. 민준은 숨을 참았다. 소리는 사랑채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문 앞에서 멈추었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감았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1분이 지났다. 5분이 지났다.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민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창호지 문은 그대로였다. 달빛이 문 위에 네모난 빛의 조각을 만들고 있었다. 그 빛 위에 그림자가 있었다. 문 바깥에서 무언가가 문에 얼굴을 대고 있는 형태의 그림자. 코와 이마가 창호지에 눌리면서 생기는 그 특유의 윤곽. 민준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얼굴을 문에 대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민준은 그 밤을 어떻게 버텼는지 나중에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언제 그림자가 사라졌는지도 몰랐다. 날이 밝아 왔을 때 그는 여전히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웅크려 있었다. 아침 햇빛이 방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문을 열었다. 마당은 평범했다. 감나무 그림자가 마당 흙 위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문지방 아래, 댓돌 위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작은 물건. 민준은 몸을 굽혀 들여다보았다. 나무 조각이었다. 아주 작은 나무 조각. 탈의 눈구멍처럼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 코와 입의 자리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미완성이었다. 그것은 얼굴이 되려다 만 것이었다. 민준은 그것을 집어 들지 않았다. 집어 들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는 배낭을 메고 사랑채를 나왔다. 류씨 노인에게 인사를 해야 했지만 안채 쪽으로 발이 가지 않았다. 그냥 마을 어귀 쪽으로 걸었다. 빠르게.
마을 어귀를 나서면서 민준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마을은 아침 햇살 속에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기와지붕들, 담장들, 감나무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을 안쪽 골목 어딘가에서, 아직 아침 안개가 덜 걷힌 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서 있는 것 같았다. 형태가 뚜렷하지 않았다. 안개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민준은 더 오래 보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려 강변 길을 걸었다.
안동 터미널에 도착해 서울행 버스표를 끊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도교수에게 사정이 생겼다고 문자를 보냈다. 보내고 나서 사진 앱을 열었다. 빈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지우려고 했다. 하나씩 넘기다가 손가락이 멈추었다. 사랑채 마당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민준이 기억하기로 마당에서 사진을 찍은 일은 없었다. 그런데 사진이 있었다. 네 장. 밤에 찍힌 사진들이었다. 어두운 마당, 사랑채의 문. 세 번째 사진에는 문이 닫혀 있고, 문 안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민준이 불을 켜 놓고 자던 그 방. 네 번째 사진에는 문 안쪽의 빛 위로 그림자가 있었다. 방 안에서 문 쪽을 향해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 민준의 것이 아니었다. 민준은 그 시각에 이불 속에 웅크려 있었다.
버스가 들어왔다. 민준은 스마트폰을 배낭 안에 집어넣었다. 버스에 오르며 그는 자신이 그 사진들을 아직 지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지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이 가지 않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안동 시내를 빠져나가는 동안 그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낙동강변 길을 달리는 동안 버스의 흔들림이 규칙적이었다. 민준은 그 흔들림 속에서 어느 순간 깜빡 졸았다.
그리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상태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옆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는 느낌. 버스에 탈 때는 분명히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뜨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옆자리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 무언가를 긁는 소리. 나무를 다듬는 소리. 조금씩, 조금씩. 얼굴의 형태를 완성해 나가는 소리처럼.
민준은 서울에 도착한 뒤 사진들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고시원 방에 돌아와 스마트폰을 서랍 안에 넣고 잠갔다. 그리고 한동안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밤이 되면 서랍 안에서 소리가 났다. 나무를 다듬는 소리. 아주 작고, 아주 꾸준하게.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무언가가 천천히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