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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괴담봇 한국어 원작

뒷모습

AI AI가 만든 창작 픽션입니다(음성·이미지도 AI 생성). 실제 사건·인물·단체·장소와 무관합니다.

뒷모습

민준이 대구에 내려온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한 지 오 년, 처음으로 찾아온 긴 공백기에 그는 가방 하나를 챙겨 기차에 올랐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동대구역에 내렸을 때 플랫폼에 퍼져 있던 늦가을 공기가 유독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 그게 전부였다. 역 앞 안내판에서 '방천시장·김광석 거리'라는 글씨를 발견했을 때 어딘가 낯익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한 번쯤은 가보라고 말했던 것 같기도 했고, 그냥 귀에 익은 노래 제목처럼 들렸을 뿐이기도 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방천시장 근처에서 내리자 골목 입구에 벽화들이 줄지어 있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담벼락에 그려진 기타 치는 남자의 실루엣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민준은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뷰파인더 안으로 담긴 골목은 아늑하면서도 조금 슬픈 색을 띠고 있었다. 거리 양쪽으로 작은 카페와 공방이 늘어서 있었고, 스피커에서는 나지막이 노래가 흘렀다.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지만 어딘가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의 것처럼 들렸다. 민준은 셔터를 눌렀다. 빛이 좋았고, 거리는 예뻤으며, 그는 이틀쯤 머물다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숙소는 거리 끝자락에서 골목 하나를 꺾어 들어간 곳에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였다. 주인 여자는 오십 대 초반으로 보였고, 체크인을 하는 내내 민준의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방은 이 층에 있었다. 창문을 열면 김광석 거리의 끝부분이 내려다보였는데, 해가 지면 조명 때문에 벽화들이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준은 짐을 풀고 창가에 서서 한참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스피커 노래는 저녁이 되어도 끊기지 않았다. 같은 앨범을 반복하는 것 같았다.

첫날 밤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민준은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 커플들, 공방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예 작업, 그리고 골목 모퉁이에 놓인 낡은 의자 하나. 그 의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등받이에 기타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앞에는 노래 가사처럼 보이는 문구가 적힌 작은 팻말이 서 있었다. 민준은 의자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가 뷰파인더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의자 위에 마치 누군가 방금 일어선 것처럼 쿠션이 눌려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민준은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아침, 그는 일찍 일어나 거리가 텅 비어 있을 때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방천시장 쪽 벽화들은 오전 빛을 받으면 색이 달라진다는 걸 전날 저녁에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골목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고, 가게들도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스피커는 꺼져 있었다. 오랜만에 그 거리가 완전히 조용한 상태였다. 발소리조차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요했다. 민준은 벽화들을 하나씩 담았다. 기타를 든 남자, 담벼락에 새겨진 악보, 고개를 숙인 채 걷는 형상들. 그러다 벽화 중 하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날 저녁에는 분명히 없었던 그림이었다.

뒷모습

그 그림은 다른 벽화들과 달리 선이 거칠었다.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린 것처럼 획마다 울퉁불퉁하고 어두운 물감이 두껍게 올라가 있었다. 그려진 형상은 뒷모습을 보인 사람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그 사람이 벽을 향해 서 있는 게 아니라 벽에서 나오려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는 점이었다. 윤곽선이 벽면을 뚫고 나오는 방향으로 휘어 있었고, 발끝은 이미 벽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원근이 뒤틀려 있었다. 민준은 한참 그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뷰파인더 안에서 그 형상의 고개가 아주 조금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카메라를 내리고 맨눈으로 벽화를 다시 보았다. 그림은 그대로였다. 뒷모습. 벽에서 나오려는 사람.

숙소로 돌아와 찍은 사진들을 노트북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새로 발견한 그 벽화를 찍은 사진 파일이 없었다. 셔터를 눌렀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하는데, 그 사진만 없었다. 나머지는 다 있었다. 기타를 든 남자, 악보, 고개 숙인 형상들. 그런데 뒷모습의 그림만 없었다. 메모리 카드 오류인가 싶어 카드를 빼서 다시 꽂고 프로그램을 새로 실행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나가서 찍으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오후에 다시 그 골목을 찾았을 때, 그 벽화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은 깨끗했다. 아니, 깨끗한 게 아니라 오래된 회벽 그대로였다. 마치 그 자리에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그려진 적이 없는 것처럼.

그날 저녁 민준은 거리의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시키고 앉았다. 카페 안에도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렀다.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였는데, 가사를 듣다 보니 어떤 구절이 귀에 걸렸다. '여기 있어, 아직 여기 있어'라는 내용이었다. 민준은 그게 원래 가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옆 테이블에 혼자 앉은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도 같은 노래를 듣는 것인지 눈을 감고 입술을 조금 움직이고 있었다. 민준은 무심코 카메라를 들어 그 여자를 향해 뷰파인더를 맞추었다. 그러다 손을 멈추었다. 뷰파인더 안에서 여자의 뒤쪽 벽에 무언가 있었다. 희미하게, 아까 아침에 본 그 형상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카메라를 내리자 벽은 비어 있었다. 다시 들어 뷰파인더를 맞추자 또 보였다.

민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카페를 나왔다. 밖에 나오자 저녁 공기가 차갑게 얼굴을 때렸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스피커 노래는 계속되었다. 민준은 숨을 고르고 천천히 걸었다. 모퉁이를 돌다가 다시 그 낡은 의자를 지나쳤다. 의자 위에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의자 옆 바닥에 발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흙먼지가 쌓인 바닥 위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인데, 의자에서 벽 쪽으로 걸어간 방향이었다. 발자국은 벽에 닿는 지점에서 끝났다. 벽에 문은 없었다. 창문도 없었다. 그냥 시멘트 벽이었다.

숙소에 돌아온 민준은 침대에 앉아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전부 다시 확인했다. 카페에서 찍지 않은 사진들, 거리를 걸으며 찍은 사진들. 하나하나 넘기다가 손이 멈추었다. 사진 중 하나에 자신이 찍은 기억이 없는 장면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이 층 복도를 찍은 사진이었다. 자신의 방 문 앞에 누군가 서 있는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낡은 코트를 입은 형상이었는데, 얼굴은 문 쪽으로 향해 있었다. 손은 문손잡이에 얹혀 있었다. 그 손이 문을 열려는 건지, 아니면 이미 열고 들어가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민준은 파일 생성 시각을 확인했다. 오늘 저녁 일곱 시 사십 이분. 그가 카페에 있던 시간이었다.

뒷모습

민준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내려가 물었다. 이 층 복도에 오늘 저녁에 다른 투숙객이 있었냐고. 주인 여자는 처음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 시선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이 층에는 손님 혼자예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근데 사진은 왜 찍으셨어요?" 민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그 짧은 침묵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민준은 이 층으로 올라와 방 문을 잠갔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벽 너머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음악 같기도 했고, 누군가 낮게 읊조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문 쪽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민준은 귀를 막고 누웠다가, 결국 불을 켜고 노트북을 열었다. 처음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첫날 저녁에 찍었던 벽화들, 의자, 골목. 그런데 이번에 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거리를 찍은 사진들의 배경, 그 어딘가에 항상 같은 뒷모습이 있었다. 아주 작게, 사람들 틈에 섞여서, 혹은 골목 깊숙한 어둠 속에. 처음 찍은 사진부터. 민준이 이 거리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 순간 민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맞아 들어갔다. 벽화 속 형상, 카페 벽의 형상, 복도 사진의 형상, 그리고 모든 사진 속 배경에 있었던 형상. 전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뒷모습이었다.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딘가로 향하는 뒷모습, 혹은 무언가에서 나오려는 뒷모습. 민준은 그 형상이 처음부터 자신을 따라다닌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대였다. 자신이 그 형상을 따라 이 거리로 들어온 것이었다. 동대구역 안내판에서 이름을 읽었을 때, 어딘가 낯익다고 느꼈던 그 감각. 그것은 기억이 아니었다. 이끌림이었다.

민준은 그날 밤 일찍 짐을 쌌다.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가서 서울행 첫 기차를 탈 생각이었다. 짐을 다 챙기고 방을 한 번 둘러보다가 창문 너머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지만 스피커 노래는 여전히 흘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조명 아래 벽화들이 노랗고 붉게 빛나고 있었다. 민준은 그 풍경을 마지막으로 한 번 눈에 담으려다 멈추었다. 거리 저 끝,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무언가 서 있었다. 뒷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카메라 뷰파인더 없이도 보였다. 맨눈으로도 분명히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아주 천천히 민준이 서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민준은 커튼을 닫았다. 심장이 귀 안에서 울렸다. 그는 가방을 들고 방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손잡이의 온도 때문이었다. 안쪽에서 누군가 잡고 있는 것처럼 따뜻했다. 사람의 체온이었다. 민준은 숨을 참은 채 천천히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렸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조명이 깜박이고 있었다. 그는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가 현관을 나섰다.

뒷모습

밖은 조용했다. 새벽 두 시의 골목은 낮과는 완전히 달랐다. 조명 때문에 벽화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민준은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었다. 방천시장 방향으로, 큰길 쪽으로. 걸으면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다. 발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그런데 자신의 발소리 외에 다른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소리. 민준은 걸음을 빠르게 했다. 다른 발소리도 빨라졌다. 그는 멈추었다. 다른 발소리도 멈추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민준은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그냥 달렸다.

큰길로 나오자 가로등이 밝았고, 저 멀리 택시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민준은 택시를 잡아 탔다. 동대구역으로 가달라고 했다. 택시가 출발하는 순간 그는 창문 너머 골목 입구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과 조명 사이의 경계가 있을 뿐이었다. 스피커 노래가 멀어지면서 가사가 한 구절 들렸다. '여기 있어, 아직 여기 있어.' 민준은 눈을 감았다. 역까지 가는 내내 택시 안에서 눈을 뜨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 민준은 사진 폴더를 다시 한 번 열었다. 대구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부 삭제하기로 했다. 하나씩 선택해서 지웠다. 그런데 마지막 파일 하나가 남았다. 확인해 보니 파일명은 아무 의미 없는 숫자들의 나열이었고, 생성 시각은 그가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있던 시간이었다. 열어 보니 사진이 아니었다. 영상 파일이었다. 재생하자 화면은 낯선 각도에서 찍힌 게스트하우스 이 층 복도였다. 조명이 깜박이고 있었다. 민준의 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리고 문 안쪽, 아직 짐을 다 챙기기 전의 방 안에서 누군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뒷모습이었다. 낡은 코트를 입은 형상. 창밖을 내다보며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를 내려다보는 자세였다. 영상은 삼십 초였다. 민준은 삼십 초를 끝까지 보았다. 그 형상은 한 번도 창문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영상이 끝나는 마지막 프레임에서, 형상의 고개가 아주 조금 꺾였다. 방 안을 돌아보는 방향으로.

민준은 파일을 삭제했다. 그리고 노트북을 닫았다. 방은 조용했다. 서울의 밤은 대구보다 소란스럽고 밝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으면 골목의 조명이 떠올랐고, 노래가 귓속에서 되풀이되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세 시쯤 되었을 때 그는 무심코 스마트폰으로 사진 앱을 열었다. 최근 항목에 새 파일이 하나 있었다. 방금 찍힌 것이었다. 민준은 그 파일을 한참 바라보다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러고는 멈추었다.

열어 보지 않아도 무엇이 찍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열지 않았다. 다만 삭제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뒤집어 화면이 보이지 않게 침대 위에 엎어 두고 눈을 감았다. 노래는 여전히 귓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마치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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