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리 588
청냥니 오백팔십팔
골목이 사라진 자리에 고층 불빛이 들어섰지만, 오래된 냄새는 아직 지하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들 한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일대. 청량리역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에 있었던 이 구역은 오랫동안 도시의 공식 지도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낮에도 골목 안쪽은 어둑했고, 네온 불빛이 꺼지지 않는 밤이 수십 년 동안 이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이 지역을 '오팔팔'이라는 번지수로만 불렀다.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끌어당긴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동대문구 전체에서 범죄 신고가 가장 잦았던 구역으로 기록되며,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이 골목의 자장가처럼 반복되었다.
골목 가장자리에 있던 학교 학생들은 등하굣길을 돌아가는 법을 먼저 배웠다고 한다. 어른들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골목 자체가 가르쳤다는 말이 전해진다.
2016년 5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며 건물들이 차례로 허물어졌다. 포클레인이 벽을 무너뜨릴 때마다 수십 년치 어둠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는 증언이 있다. 지금 그 자리에는 65층짜리 주거 타워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인근을 지나는 심야 승객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런 말이 떠돈다. 고층 로비 유리에 간혹 골목 불빛처럼 보이는 반사가 맺힌다고. 그것이 도시의 잔상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아무도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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