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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カイダンボット 韓国語 原作

봉분 사이의 발소리

AI AI 生成の創作フィクションです(音声・画像も AI 生成)。実在の出来事・人物・団体・場所とは無関係です。

봉분 사이의 발소리

민재가 경주에 처음 온 건 혼자 떠난 여행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대학원 논문 때문에 왔다. 신라 고분 군집의 배치 구조와 당시 도시 계획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논문이었고, 지도교수는 현장 답사 없이 쓴 논문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그를 반쯤 떠밀다시피 했다. 민재는 경주역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이미 지쳐 있었다. 가방에는 카메라와 측량 도구, 두툼한 노트북이 들어 있었고, 어깨가 욱신거렸다. 늦가을 경주의 하늘은 낮게 깔린 구름 때문에 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가로수 은행나무들은 이미 잎을 다 떨군 채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뻗고 있었다. 민재는 숙소 창문으로 대릉원 담장의 일부가 보인다는 사실을 체크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낡은 돌담 너머로 능선처럼 솟아오른 봉분들이 저물녘 빛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것들은 그저 흙으로 만든 언덕이었다. 민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대릉원 입구에서 안내 책자를 집어 들었다. 평일 오전이라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관리소 직원이 건네준 책자에는 능들의 이름과 발굴 연도, 출토 유물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천마총, 황남대총, 미추왕릉. 민재는 노트에 각 고분의 좌표를 적으며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잔디는 서리를 맞아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봉분들은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훨씬 컸다. 황남대총은 두 개의 능이 맞붙어 표주박처럼 생겼는데, 실제로 서 있으면 그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민재는 봉분 기슭에 손을 얹어 보았다. 흙은 차갑고 단단했다.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관광 사진이 아니라 학술 기록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실제로 그가 찍고 싶었던 건 봉분 꼭대기 위로 걸린 겨울 하늘의 색깔이었다.

사흘이 지나도록 조사는 순탄했다. 민재는 아침마다 대릉원에 들어가 봉분 간 거리를 측량하고 방위를 기록했으며,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데이터를 정리했다. 경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길들이 고분군의 배치와 묘한 규칙으로 대응한다는 가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저녁에는 숙소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이 드문 계절이라 그런지 민재에게 말을 걸어왔다. 연구하러 왔냐고, 무슨 연구냐고. 민재가 고분 배치를 연구한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잠깐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반찬 그릇을 채워 주며 말했다. 밤에는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민재는 웃으며 물론이죠, 라고 대답했다. 폐장 시간 이후에는 출입 금지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흘째 밤이었다. 민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논문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봉분들 사이의 간격이 일정한 배수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도상의 수치와 실제 현장 측량값 사이에 미세한 오차가 계속 생겼다. 그는 자정이 넘도록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 창문으로 대릉원 담장이 보였다. 가로등 빛이 담장 위로 흘러내렸고, 그 너머는 어두웠다. 민재는 외투를 걸쳤다. 그저 바람을 쐬러 나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담장 밖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그런데 그가 숙소 골목을 빠져나와 대릉원 담장 앞에 섰을 때, 담장의 작은 쪽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자물쇠가 걸려 있어야 할 자리에 쇠고리만 달랑 걸려 있었고, 문은 바람에 안쪽으로 조금 열려 있었다.

민재는 한참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성은 분명히 말했다. 들어가지 마라. 하지만 손은 이미 문 가장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문을 밀었다. 경첩이 낮고 길게 삐걱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바깥과 불과 몇 발자국 차이인데 온도가 느껴지게 낮았고, 무엇보다 소리가 달랐다. 도심의 저음들, 이따금 지나가는 차 소리, 멀리서 짖는 개 소리 같은 것들이 모두 잘려나간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봉분들은 어둠 속에서 더 컸다. 낮에 보던 것과 같은 형태인데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같은 단어인데 의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민재는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좁은 빛 원이 잔디 위를 더듬었다. 그는 황남대총 방향으로 걸었다. 측량값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딱 그것만 하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봉분 사이의 발소리

황남대총 앞에 서자 그는 메모를 꺼내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플래시 빛으로 노트를 비추며 동쪽 봉분과 인접한 천마총 사이의 거리를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고개를 들었을 때, 무언가가 이상했다. 능선 너머로 사람의 윤곽 같은 것이 보였다.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다. 두 봉분 사이, 낮은 지점에 서 있는 실루엣. 민재는 플래시를 그쪽으로 돌렸다. 빛이 닿는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다. 잔디만 있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눈의 착각이라고, 어둠 속에서 봉분의 그림자가 그렇게 보인 거라고. 그는 수치를 마저 적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가는 길이 이상했다. 분명히 왔던 방향으로 걸었는데 쪽문이 나오지 않았다. 민재는 담장을 따라 걸었다. 담장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핸드폰으로 지도 앱을 열려다 신호가 없다는 걸 알았다. 공원 안에서 신호가 끊기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다른 것이었다. 걸으면서 발밑의 잔디 소리가 달라졌다. 자신의 발소리 말고 다른 소리가 섞이는 것 같았다. 아주 미묘하게. 한 박자 뒤에 따라오는 소리. 민재는 걸음을 멈췄다. 소리도 멈췄다. 그는 다시 걸었다. 잠시 뒤, 또 그 소리. 한 발짝, 한 발짝, 그의 발소리에 겹쳐서.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봉분들만 어둠 속에 솟아 있었다. 그는 빠르게 걸었다. 발소리가 빠르게 따라왔다. 그는 뛰었다. 발소리도 뛰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소리의 방향이 뒤가 아니었다. 옆이었다. 아주 가까운 옆. 그가 멈추면 멈추고, 달리면 달리는, 자신의 걸음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발소리가 바로 옆에 있었다. 하지만 플래시를 옆으로 돌려도 아무것도 없었다. 민재는 숨을 고르며 담장 쪽으로 등을 붙였다. 심장이 귀 안쪽에서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숨을 참았다. 그러자 발소리도 사라졌다. 완전한 침묵이 돌아왔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냄새를 맡았다. 흙 냄새였다. 젖은 흙이 아니라 오래 눌린 흙, 오랫동안 빛이 닿지 않은 곳의 흙 냄새. 고분 내부의 냄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낮에 천마총 내부 전시관에서 맡았던 바로 그 냄새.

민재는 담장을 따라 손을 짚으며 계속 걸었다. 몇 분쯤 지났을 때 쪽문이 나왔다. 그는 문을 밀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심의 소리들이 돌아왔다. 그는 숙소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다. 침대에 앉아 손을 보니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어둠 속에서 당연한 일이다. 소리는 자신의 발소리가 담장에 반향된 것이다. 냄새는 늦가을 흙냄새다. 모든 것에 합리적인 설명이 있었다. 그는 그 설명들을 반복하며 잠들었다.

다음 날, 민재는 관리소에 가서 전날 밤 쪽문이 열려 있었다고 알렸다. 직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자물쇠를 직접 잠갔다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혹시 안에 들어가셨어요? 민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직원은 그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민재는 그날 오후 내내 평소와 다름없이 봉분들 사이를 걸으며 측량을 했다. 햇빛이 나왔고, 관람객도 몇 명 있었다. 어제 밤의 일이 꿈처럼 흐릿해졌다. 하지만 황남대총 앞에 섰을 때, 그는 낮에도 그 자리, 두 봉분 사이의 낮은 지점을 눈여겨보게 된다는 걸 느꼈다. 무언가가 어젯밤 거기 있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봉분 사이의 발소리

그날 저녁, 민재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대릉원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대답 대신 반찬을 더 내왔다. 한참 지나 앉으며 말했다. 오래 산 사람들은 그 안에 들어가지 않아요. 밤에는. 민재가 왜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기가 원래 도시예요. 1500년 전에도 도시였어요. 사람들이 살았고, 죽었고, 묻혔어요. 그 위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거고. 그 말은 그 자체로는 무서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민재는 왠지 그 말을 듣고 나서 밥을 다 먹지 못했다.

엿새째 밤, 민재는 다시 대릉원 쪽문 앞에 서 있었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논문이 거의 완성 단계였고, 다음 날이면 경주를 떠날 예정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눈이 감기지 않았고, 어느 순간 외투를 입고 밖에 나와 있었다. 쪽문에는 새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그는 담장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담장이 너무 높았다. 그냥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쇠가 빠지는 소리. 자물쇠 소리였다. 민재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쪽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열린 것처럼.

그는 들어갔다. 이번에는 두려움보다 다른 감각이 앞섰다. 끌리는 것과 두려운 것이 완전히 구별되지 않는 상태. 그는 황남대총 방향으로 걸었다. 두 봉분 사이의 낮은 지점. 어젯밤 실루엣이 있었던 자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흙냄새가 짙어졌다. 플래시 빛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안도했다. 그리고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발밑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잔디가 아니었다. 흙이 아주 미세하게 솟아 있었다. 마치 땅 아래에서 무언가가 위를 향해 누르는 것처럼, 둥글고 길쭉한 형태로. 민재는 플래시를 아래로 내렸다. 잔디 위에 흙이 부풀어 있었다. 손바닥 하나 크기 정도. 그것은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위아래로.

민재는 뒤로 물러났다. 한 발, 두 발. 그런데 물러나면서 다리가 무언가에 걸렸다. 그는 넘어졌다. 땅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다 손바닥에 닿는 것이 이상했다. 잔디가 아니었다. 차가웠고, 단단했고, 질감이 있었다. 그는 플래시를 손바닥 아래로 비췄다. 돌이었다. 돌 위에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얼굴을 가까이 댔다. 한자였다. 오래된 한자.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판독하기 전에, 그는 다른 걸 먼저 알아챘다. 그 돌은 봉분의 호석이었다. 봉분의 가장자리를 두르는 돌. 그 말은, 자신이 봉분 위에 있다는 뜻이었다. 봉분 위에, 봉분 경계를 넘어서. 민재는 몸을 굳혔다.

그리고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옆이 아니었다. 아래에서였다. 땅 아래에서, 발소리가 위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느리고 규칙적이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멈췄다. 정확히 민재가 서 있는 곳의 바로 아래에서. 그리고 침묵이 왔다. 민재는 숨을 참고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발바닥에 집중되었다. 땅이 아주 미세하게 진동했다. 아니, 진동이 아니었다. 압력이었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손바닥으로 미는 것 같은 압력. 마치 뚜껑 안쪽을 누르는 것처럼.

봉분 사이의 발소리

민재는 달렸다. 어느 방향인지도 몰랐다. 그저 달렸다. 발소리가 다시 들렸지만 이번에는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사방에서 들렸다. 땅 위에서도, 땅 아래에서도. 그는 담장을 발견하고 담장을 따라 뛰었다. 쪽문이 나왔다. 열려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도로에 쓰러지듯 멈춰 섰다. 숨이 가빴다. 도심의 소리들이 돌아왔다. 멀리서 차 한 대가 지나갔다. 가로등이 노랗게 켜져 있었다. 민재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가슴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짐을 쌌다. 논문 데이터는 충분했다.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숙소 주인에게 별 탈 없이 잘 묵었다고 말했다. 식당 아주머니한테는 인사를 하러 가지 않았다.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대릉원 담장 옆을 지나쳤다. 낮이었다.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봉분들은 햇빛 아래 조용했다. 아이 하나가 봉분 기슭을 향해 뛰어가다 엄마한테 손이 잡혔다. 민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창밖으로 경주 시내가 흘러갔다. 봉분들이 마지막으로 보였다. 그 둥근 형태들이 도시 위에 놓여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아니, 실제로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서울로 돌아온 민재는 논문을 마무리했다. 봉분 배치의 수리적 규칙성을 실증한 논문이었다. 지도교수는 잘했다고 했다. 학회에 제출하자고 했다. 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논문을 출력해서 읽으면서 그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현장에서 측량한 수치 중에서 계속 오차가 생겼던 부분, 황남대총과 인접 봉분 사이의 거리. 그 오차의 값이 정확히 일정했다. 어느 방향에서 재어도, 어느 날 재어도, 같은 오차가 반복되었다. 민재는 그 수치를 다시 보았다. 그리고 그 수치가 무엇인지 문득 깨달았다. 그것은 사람 하나가 누울 수 있는 길이였다.

민재는 노트북을 닫았다. 방 안이 조용했다. 서울 한복판의 고층 건물 안에서, 창밖에는 차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는 괜찮았다. 그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였다. 측량 기준점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1500년 전 설계자가 의도한 어떤 단위였을 것이다. 합리적인 설명은 언제나 있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런데 물을 마시면서 그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경주에서 넘어졌을 때 땅을 짚었던 손. 아무 상처도 없었다. 그런데 손바닥에, 아주 연하게, 뭔가가 남아 있었다. 흙이 아니었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손을 형광등 아래에 바짝 가져다 댔다. 손바닥의 주름 안쪽에,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 새겨진 것처럼, 아무리 봐도 지워지지 않는 그것은 한자였다. 그가 경주 대릉원의 봉분 위에서 얼굴을 가까이 댔다가 미처 다 읽지 못한 바로 그 한자였다. 민재는 그 글자를 읽으려 했다. 그런데 읽는 순간, 그것이 이름이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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