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AI AI 生成の創作フィクションです(音声・画像も AI 生成)。実在の出来事・人物・団体・場所とは無関係です。

이민준이 감천문화마을에 처음 도착한 건 늦가을 평일 오전이었다. 사하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 그는 이미 뭔가 잘못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낯선 동네 특유의 이질감이겠거니 하고 흘려보냈다.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 십 년이 넘었고, 전국 각지의 골목과 마을을 누빈 그에게 낯섦이란 오히려 반가운 것이었다.
하늘은 흐렸다. 부산 특유의 해풍이 불어와 옷깃을 파고들었고, 마을 입구의 좁은 계단 위로 파스텔 빛 지붕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성수기가 아닌 탓인지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간혹 할머니 한 분이 비닐봉지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거나, 골목 어딘가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민준은 카메라 가방을 고쳐 메고 본격적으로 마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감천은 독특한 마을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산비탈에 다닥다닥 집을 지어 올린 것이 시초라고 했다. 그 이후 세월이 지나며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설치되어 관광지로 바뀌었지만, 마을 깊은 곳에는 아직도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민준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관광 안내 책자에 실리는 예쁜 사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골목의 결을 담아내는 것. 그것이 그가 이번 작업을 위해 평일을 골라 혼자 내려온 이유였다.
그는 마을 지도를 대강 훑어보며 길을 잡았다. 주요 탐방로를 벗어나 안쪽 골목으로 접어들수록 지붕들은 낮아지고 골목은 좁아졌다. 담벼락에는 빛바랜 벽화들이 남아 있었는데, 어떤 것은 색이 너무 많이 바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민준은 셔터를 누르며 걸었다. 빛이 좋지 않아 감도를 올렸고, 그럴수록 사진 속 그림자들은 더 두텁고 무거워 보였다.
한 시간쯤 걸었을 무렵, 그는 처음 보는 골목 앞에 섰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길이었다. 폭이 두 사람이 겨우 지나칠 정도로 좁았고, 양쪽 담벼락이 워낙 높아 하늘이 실처럼 보였다. 골목 안쪽으로는 계단이 이어졌고, 그 위에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철문 하나가 닫혀 있었다. 특별히 이상한 구석은 없었다. 그런데도 민준은 발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골목에서 바람이 흘러나왔다. 아래쪽을 향해, 등을 미는 것처럼.
그는 그 바람을 무시하고 계단을 올랐다. 철문 너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라디오 소리인가 싶었다. 사람이 사는 집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소음. 그러나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그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처럼도 들렸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박자가 없는 것이 노래 같지 않았고, 그렇다고 대화처럼 끊기지도 않았다. 그냥 낮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리였다.
민준은 카메라를 들어 철문을 찍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이상하게도 내려갈 때 골목이 올라올 때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다. 분명히 열 걸음이면 충분했던 거리였는데, 발을 옮겨도 옮겨도 출구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철문은 보이지 않았다. 앞을 봤다. 골목 끝도 보이지 않았다. 담벼락만이 양쪽에서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심장이 한 번 세게 뛰었다. 그는 천천히, 의도적으로 숨을 고르며 앞으로 걸었다. 세 걸음, 다섯 걸음. 그러자 갑자기 골목이 끝나고 큰 탐방로가 나타났다. 민준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왔던 방향을 바라봤다. 좁은 골목은 거기 있었다. 길이는 그가 기억하는 대로 짧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이마를 닦았다. 흐린 날 낯선 골목에서 방향 감각이 흔들린 것뿐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날 저녁 민준은 마을 아래쪽 작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주인은 칠십 대로 보이는 할머니였는데, 그가 사진작가라고 밝히자 따뜻한 보리차를 내오며 말을 걸었다. 민준은 오늘 탐방한 골목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지도에 없던 하늘색 철문 골목을 언급했다.
할머니의 손이 잠시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자연스럽게 보리차를 따르며 말했다. "아, 거기는 사람이 오래 안 살았어요. 오래전에 다 이사 갔지." 민준이 철문 너머에서 소리를 들었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 소리가 그렇게 들릴 때가 있어요. 골목이 좁아서." 그러더니 자리를 일어서며 덧붙였다. "저쪽 길은 다음부터 안 가시는 게 좋아요." 이유를 묻기 전에 할머니는 이미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민준은 그날 밤 사진들을 노트북으로 확인했다. 하루 종일 찍은 사진이 삼백 장이 넘었다. 그는 한 장씩 훑으며 쓸 만한 것들을 골랐다. 골목들, 담벼락, 계단, 빛바랜 벽화. 그러다 하늘색 철문을 찍은 사진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철문, 계단, 양쪽 담벼락. 그런데 민준은 사진을 확대하다가 멈췄다. 철문 옆 담벼락에 벽화가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색이 너무 많이 바래 담벼락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 그림. 그것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림이었다.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정확히 카메라 렌즈 쪽이었다.
민준은 사진을 더 크게 확대했다. 인물들의 얼굴은 지워진 것처럼 흐릿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인물만이 윤곽이 조금 더 선명했다. 그것은 서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인물은 앉아 있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모은 자세로. 그리고 그 인물의 얼굴이 향한 방향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그것은 위를 보고 있었다. 화면 밖을, 렌즈 너머의 무언가를 보듯이.
민준은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사진은 그대로였다.
그는 그날 밤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그는 다시 그 골목을 찾아가기로 했다. 사진작가의 직업적 본능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발이 그쪽으로 향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부산의 아침 안개는 원래 짙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 미터 앞이 흐릿하게 번졌다.

하늘색 철문 골목을 찾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어제는 우연히 들어섰던 길인데, 오늘은 아무리 돌아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마을 안쪽을 세 번이나 돌았다. 그러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문득 낯선 할머니 한 분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허리가 심하게 굽었고, 낡은 남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골목 안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준은 그 방향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골목을 찾았다. 뒤를 돌아봤지만 할머니는 이미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계단 앞에 섰다. 어제와 달리 철문이 열려 있었다.
열린 철문 너머에는 좁은 마당이 있었고, 마당을 둘러싼 집들이 있었다. 집들은 모두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창문에 종이가 붙어 있거나, 문이 못으로 막혀 있었다. 마당 한가운데에 낡은 평상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민준은 가까이 다가갔다.
사진이었다. 흑백 사진 한 장. 누군가의 집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가장자리가 말려 있었다. 그는 사진을 들어 올렸다. 마을 골목을 찍은 사진이었다. 어느 골목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진 속 골목 끝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사람. 카메라 가방을 메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민준은 자신이 오늘 아침 입은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가 사진을 찍은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를 찍어 놓은 것이었다. 오늘 아침, 그가 마을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 순간 철문이 바람에 밀려 닫혔다. 소리 없이. 민준은 돌아섰다. 닫힌 철문을 향해 걸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은 쉽게 열렸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 골목을 빠져나왔다.
마을 밖으로 나오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손이 약간 떨렸다. 버스가 왔고, 그는 탔다. 창밖으로 감천 마을이 멀어졌다. 파스텔 빛 지붕들이 안개 속에 층층이 쌓여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부산역에서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민준은 카메라를 꺼내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다. 마당의 평상, 닫혀 있는 창문들, 못으로 막힌 문. 그리고 평상 위 흑백 사진. 사진 속 사진. 그는 확대해서 들여다봤다. 골목 끝에 서 있는 뒷모습은 선명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 가방의 끈, 신발 뒤축까지.

그런데 민준은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야 발견했다. 사진 속 뒷모습 옆으로, 담벼락에 그림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뒷모습의 사람과 나란히 서 있었다. 그러나 그림자를 드리울 사람은 사진 어디에도 없었다. 골목은 비어 있었다. 뒷모습 하나, 그리고 주인 없는 그림자 하나.
기차가 출발했다. 민준은 창에 이마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눈을 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둠 속에서 그는 어제 할머니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저쪽 길은 다음부터 안 가시는 게 좋아요. 이유를 묻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다른 것이 떠올랐다. 마당에서 흑백 사진을 들어 올릴 때, 그 아래에 무언가가 있었다. 사진에 가려져 있어서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것. 사진을 들어 올리고 나서야 보였지만,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나왔다. 평상 위에 사진 아래 놓여 있던 것. 그것은 또 다른 사진이었다.
민준은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봤다. 기차가 터널로 들어가며 창밖이 순식간에 검어졌다. 그는 두 번째 사진에 무엇이 찍혀 있었는지 기억하려 했다. 그러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집어 들지 않고 나온 것인지, 아니면 집어 들고도 내려놓은 것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기억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지만, 그 순간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형체가 없었다.
터널이 끝나고 창밖이 다시 밝아졌다. 민준은 카메라 가방을 확인했다. 카메라, 렌즈, 여분 배터리. 모두 있었다. 그런데 가방 바깥 주머니에 손이 닿았을 때, 그는 거기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퍼를 열었다. 반으로 접힌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사진을 펼쳤다. 흑백이었다. 그것은 기차 안을 찍은 사진이었다. 창가에 앉아 이마를 기대고 눈을 감은 사람. 민준은 자신이 방금 전까지 취하고 있던 자세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옆 좌석, 지금은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그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러나 그 사람의 손은 민준의 손 위에 얹혀 있었다.
민준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