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채의 시선
AI AI 生成の創作フィクションです(音声・画像も AI 生成)。実在の出来事・人物・団体・場所とは無関係です。
북촌 골목의 이웃
민서가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한 것은 늦가을, 은행나무 잎이 막 다 떨어지고 골목에 마른 흙냄새만 남아 있던 무렵이었다. 계동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나오는 좁은 골목, 그 끝에 낡은 한옥 한 채가 있었다. 집주인은 전화로만 계약을 마쳤고 열쇠는 우편함 안에 들어 있었다. 부동산 앱에서 찾아낸 곳이었다. 월세가 이 동네 시세의 절반도 안 됐다. 민서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한옥은 생각보다 안이 넓었다. 안채와 바깥채가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고, 민서는 안채를 쓰기로 했다. 바깥채는 창이 작고 어두워서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낮에도 그림자가 짙게 고여 있었다. 그녀는 첫날 바깥채 문을 열어봤다가 곧바로 닫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그 안이,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로 꽉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사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옆집 할머니가 찾아왔다. 북촌의 오래된 골목들은 돌담이 낮아서 이웃집 마당이 훤히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민서의 집 옆은 키 높은 담이 막고 있어서 옆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작고 여윈 체구에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이 날씨에 두루마기라니, 민서는 속으로 생각했다. 할머니는 깍두기 한 통을 내밀며 말했다.
"잘 지내야 해요. 이 집, 오래 비워뒀거든."
민서가 얼마나 비워뒀냐고 묻자 할머니는 잠깐 침묵했다. 그러고는 "꽤 됐지"라고만 했다. 그 꽤 됐다는 말이 민서의 머릿속에서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할머니가 돌아갈 때 민서는 담장 너머로 옆집 지붕을 바라봤다. 기왓장 위에 이끼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집이었다.
민서는 사진작가였다. 북촌에 온 것도 반쯤은 작업 때문이었다. 새벽 골목의 빛, 돌담에 스미는 새벽 안개, 관광객이 빠져나간 뒤의 고요함. 이런 것들을 찍고 싶었다. 이사 온 첫 주에 그녀는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골목으로 나갔다. 가회동 오르막,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창덕궁 담을 따라 걷는 긴 길. 이 동네는 새벽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낮에는 관광객의 목소리와 커피 냄새로 가득한 곳이 새벽에는 조선시대 골목과 아무런 구분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민서는 그 경계가 좋았다.
처음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은 이사 온 지 열흘쯤 됐을 때였다. 새벽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민서는 카메라 메모리에서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한 장을 보고 멈췄다. 가회동 골목 어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담장과 담장 사이의 좁은 골목이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었고, 돌담 위로 창덕궁 방향의 하늘이 아직 어두웠다. 민서는 그 골목에 혼자였다는 것을 기억했다. 새벽 네 시 반,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사진 속 골목 끝에, 초점이 완전히 맞지 않는 거리에, 사람의 형태가 있었다.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닌, 약간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였다. 얼굴은 프레임 쪽을 향하고 있었다. 민서는 화면을 확대했다. 픽셀이 뭉개지면서 형태가 흐려졌지만 그것이 사람임은 분명했다. 아니, 사람의 모양이었다. 민서는 잠시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지웠다.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간 사진은 평소에도 바로 지웠으니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 새벽에도, 그다음 날 새벽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항상 한 장이었다. 항상 프레임의 가장자리이거나 가장 먼 곳이었다. 항상 민서가 찍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형태였다. 민서는 카메라 결함을 의심했다. 렌즈에 무언가 묻었을 수도 있고, 셔터 속도 문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형태가 매번 다른 위치에, 다른 골목에, 다른 각도로 등장하면서도 항상 그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카메라 쪽을, 민서 쪽을.
민서는 며칠 동안 새벽 출사를 멈추고 집에만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마당을 청소하고 안채 창호지를 새로 바르고 오래된 나무 마루를 닦았다. 집을 정돈하는 일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바깥채만큼은 손을 대지 않았다. 청소를 하러 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발이 그리로 향하지 않았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바깥채의 문 앞에 서면 안쪽 공기가 달랐다. 차갑고 눅눅하고, 무언가 오래된 것이 배어 있는 공기. 냄새라기보다는 질감 같은 것이 코와 목 안쪽에 닿는 느낌.
어느 날 밤, 민서는 마당 쪽으로 난 창 너머에서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였다. 마루 위를 걷는 것 같은, 맨발이 나무를 디디는 소리. 안채 마루 소리는 아니었다. 소리는 분명히 바깥채에서 났다. 민서는 이불 속에서 몸을 굳혔다. 소리는 세 번, 네 번,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그러다 멈췄다. 민서는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불을 켜고 마당을 내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깥채 문은 닫혀 있었다. 마당에는 낙엽 몇 장이 바람 없이 놓여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민서는 옆집 할머니를 찾아갔다. 담장 옆에 작은 쪽문이 있었고, 그것이 옆집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나왔다. 민서가 바깥채 이야기를 꺼내자 할머니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입술을 오므리고 잠깐 민서를 바라보더니, 마당 쪽 장독대 앞에 앉아 말했다.
"그 집, 전에 살던 사람이 있어요."
민서는 전 세입자가 있었냐고 물었다. 할머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세입자가 아니고. 살던 사람."

민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했다. 살던 사람이 세입자가 아니라면. 할머니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바깥채 문은 열지 마세요. 그냥 놔두는 게 좋아요." 민서가 왜냐고 묻자 할머니는 잠시 장독대 너머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쪽이 좋아하는 게 있거든."
그날 밤 민서는 다시 카메라를 꺼냈다. 새벽 출사가 아니라, 마당을 향해 카메라를 고정하고 타이머를 맞춰 밤새 찍도록 설정했다. 인터벌 촬영, 오 분마다 한 장. 카메라를 창틀에 고정하고 그녀는 이불 속에 들어갔다. 잠은 오지 않았다. 천장을 바라보며 바깥채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확인했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기다리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조용함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 생기는 그 감각, 뭔가 이미 옮겨간 것 같은 느낌은 참기 어려웠다.
다음 날 아침 민서는 백육십 장의 사진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마당이었다. 창 너머로 바깥채 문이 작게 보이는 구도였다. 새벽 두 시 십오 분에 찍힌 사진을 보다가 민서의 손이 멈췄다. 바깥채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전 사진에서는 닫혀 있었고, 그 다음 사진에서도 닫혀 있었다. 오직 그 한 장에서만 문이 열려 있었다. 열린 문 안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아주 흐릿하게, 안에서 바깥을 향해 서 있는 무언가의 실루엣이 있었다.
민서는 사진을 확대했다. 이번에는 지우지 않았다. 형태는 사람이었다. 키가 작고 약간 앞으로 숙인 자세. 전에 골목 사진들에서 보던 것과 같은 자세였다. 같은 기울기. 같은 방향. 그것은 바깥채 안에 있었다. 그것은 문이 열린 동안 거기 서서 안채 쪽을, 카메라 쪽을, 민서가 자고 있던 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서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무서운 것은 그 형태 자체가 아니었다. 무서운 것은 그것이 거기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골목에서도. 마당에서도. 민서가 새벽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에.
민서는 그날 짐을 쌌다. 빠르게, 가장 필요한 것들만. 카메라와 노트북과 옷 몇 벌. 마당으로 나갔을 때 바깥채 문은 닫혀 있었다. 낮이었고 하늘은 맑았고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민서는 대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뭔가를 느꼈다. 소리가 아니었다. 냄새도 아니었다. 그것은 시선이었다. 차갑고 오래되고 아무런 감정 없이 그냥 향하고 있는 시선. 민서는 돌아봤다.
바깥채 문은 닫혀 있었다. 창도 닫혀 있었다.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바깥채의 작은 창 아래쪽, 창호지가 찢어진 틈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창호지 틈이 원래부터 있었는지 민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어둠이었다. 어둠이 그냥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 더 어두운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창호지 틈 사이로 바깥을 향해, 민서를 향해.
민서는 대문을 열고 나왔다. 골목으로 나서자 북촌의 낮 풍경이 평범하게 펼쳐져 있었다. 관광객 몇 명이 가회동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고, 카페 앞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고, 어디선가 커피 냄새가 났다. 민서는 걸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계동길로 나와 큰길에 섰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숨을 제대로 들이쉬었다. 가슴 안에 눌려 있던 공기가 빠져나갔다.

그날 오후 민서는 친구 집에 짐을 풀었다. 저녁을 먹으며 친구가 북촌은 어땠냐고 물었다. 민서는 조용했다고 말했다. 새벽이 좋았다고. 사진 작업도 잘 됐다고. 친구가 왜 갑자기 나왔냐고 묻자 민서는 그냥 분위기가 안 맞았다고 했다. 친구는 더 묻지 않았다. 저녁을 다 먹고 민서는 노트북을 열어 사진 폴더를 정리했다. 북촌에서 찍은 것들. 새벽 골목, 돌담, 기왓장 위의 서리. 좋은 사진들이었다. 그녀는 하나씩 훑어봤다. 바깥채 마당 인터벌 사진들도 있었다.
민서는 새벽 두 시 십오 분 사진, 문이 열려 있던 그 사진을 찾았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지우려고. 폴더를 열고 시간순으로 정렬해 스크롤을 내렸다. 새벽 두 시 십오 분. 사진이 있었다. 민서가 클릭했다.
문은 닫혀 있었다.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민서는 멈췄다. 다시 앞 사진, 뒤 사진을 확인했다. 전부 닫혀 있었다. 민서가 아침에 분명히 봤던 열린 문, 어둠 속의 실루엣. 그 사진이 없었다. 지운 기억이 없었다. 그녀는 폴더 전체를 다시 훑었다. 골목에서 찍었던 것들, 형태가 찍혔던 사진들. 전부 없었다. 남아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는 골목과 아무것도 없는 마당뿐이었다.
민서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방 안은 조용했다. 친구는 이미 침실로 들어갔다. 창밖에는 서울 밤거리의 불빛이 있었다. 민서는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사진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사진들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민서가 아침에 본 것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다른 질문 하나. 그것이 사진 속에만 있었다면, 민서가 새벽마다 혼자 걷던 그 골목들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도 무언가를 찍어온 그 시간들에, 실제로 그 골목 끝에 서 있던 것은 누구였는가.
민서는 노트북을 닫지 않았다. 화면의 빛이 얼굴 위로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바깥은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방이 북촌에서 꽤 멀리 있다는 사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