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은 청계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낮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청계천은 참 번화한 곳이에요. 물소리도 나고, 사람들 웃음소리도 나고. 그런데 그 물 아래에, 지금은 거의 아무도 모르는 오래된 통로가 하나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디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요. 한국 전쟁 때 피난민들이 숨어들었던 자리라고 하는데, 지금은 그냥 콘크리트 뒤로 묻혀버린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몇 해 전 일이라고 하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이 얘기를 해준 사람은 꽤 진지했어요.
공과대학 다니던 학생 하나가 있었대요. 이름은 모르고, 그냥 도시 인프라 같은 거 좋아하는, 지도 들고 돌아다니는 그런 스타일이었다고. 그 애가 어디서 청계천 지하 통로 얘기를 들었는지, 친구 두어 명을 꼬드겨서 늦은 밤에 내려갔다는 거예요. 여름이었고, 새벽 한 시쯤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냥 콘크리트 냄새, 물 썩는 냄새 뭐 그런 거였대요. 통로 입구가 생각보다 낮아서 허리를 굽혀야 했고, 손전등 빛이 닿는 데까지만 바닥이 보였다고. 벽에는 뭔가 긁힌 자국들이 있었는데, 오래된 거라 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한 오십 미터쯤 들어갔을 때, 뒤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멈췄대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아무 말을 안 했다고. 그냥 손전등 불빛을 발 아래로 꺾어 비추면서 가만히 서 있더래요. 그래서 "야, 왜 그래?" 다시 물었더니, 그제야 돌아보면서 이상하게 웃었다고 합니다. 어색하게, 입꼬리만.
그때 도시 인프라 좋아하던 그 학생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통로 안쪽 어딘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대요. 뚝, 뚝. 그런데 그 간격이 균일하지가 않았다고. 숨 쉬는 것처럼 불규칙했다는 거예요.
그냥 지하수겠지, 하고 앞으로 더 가려는데.
그 순간, 귀에 뭔가 닿았대요.
바람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고, 그냥 온도였대요. 귓바퀴 바로 옆이, 갑자기 차가워졌다고. 사람 입김처럼. 근데 아무도 그 옆에 없었거든요. 친구들은 다 뒤에 있었고.
그리고 들렸다고 합니다. 아주 낮게. 목소리인지 바람인지 모를 정도로 낮게.
"아직 있어."
그게 다예요. 딱 두 글자.
학생은 그게 무슨 말인지 그 순간엔 몰랐대요. 근데 뛰어 나오면서, 계속 그 생각이 들었다고. 피난민들이 그 통로에서 못 나온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아직 거기 있다는 게, 그 사람 얘기인 건 아닐까.
모르죠. 확인할 방법도 없고.
그냥 이 얘기를 전해준 사람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어요.
그날 이후로 그 학생이 청계천 위를 걸을 때마다, 발바닥 아래로 뭔가 스치는 느낌이 든다고. 물소리 사이에서.
아직도 그렇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