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AI AI-generated fiction — text, and any narration or images. Unrelated to any real events, people, organizations, or places.

수아가 감천문화마을에 처음 간 것은 늦가을 평일 오전이었다. 여행사 블로그용 사진을 찍는 일을 맡았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냥 혼자 나온 것에 가까웠다. 의뢰인은 "감성 있게, 색감 있게, 사람은 너무 많이 넣지 말고"라는 말만 남기고 연락이 뜸해진 상태였다. 수아는 그런 것에 익숙했다. 방향이 없는 일일수록 오히려 발이 가벼웠다.
마을 입구 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평일 오전의 마을은 조용했다.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칠해진 집들이 산비탈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좁은 골목은 미로처럼 꺾이고 또 꺾였다. 관광객은 드문드문 보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담벼락 위에서 수아를 내려다보다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카메라를 꺼내 뷰파인더에 눈을 대자 마을 전체가 조금 더 납작해 보였다. 평평하고 단정한 사각형 안에 가두어지는 것들. 수아는 그 감각을 좋아했다.
첫 번째 이상한 일은 사진 속에서 발견했다.
오전 내내 찍은 것들을 점심을 먹으며 노트북으로 넘겨보던 중이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려다본 앵글, 파란 지붕들이 겹쳐진 원경, 골목 끝에 걸린 빨간 빨래. 그런 것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수아가 찍은 기억이 없는 사진 한 장. 계단 아래에서 위를 향해 찍은 구도였는데, 화면 왼쪽 상단 모서리에 누군가의 발목이 잘려 들어와 있었다. 살색의 발목, 발목 아래로 까만 고무신. 수아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 계단에서는 아무도 지나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지나쳤고 자신이 그냥 셔터를 눌렀을 수도 있었다. 파일 생성 시각은 오전 열한 시 사십이 분. 타임라인상 이상한 점은 없었다. 수아는 그 사진을 지우고 다음 컷으로 넘겼다.
오후에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관광객들이 주로 다니는 메인 골목을 벗어나 좁고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들이 나왔다. 담벼락에 그림이 없고 페인트가 벗겨진 집들. 빨랫줄에 속옷이 걸려 있고, 빈 화분들이 문 앞에 늘어서 있는 집들. 수아는 그쪽이 더 좋았다. 꾸며지지 않은 것들. 그는 렌즈를 바꾸고 조리개를 열어 낮은 앵글에서 계단을 찍기 시작했다. 빛이 골목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각도, 담벼락의 거친 질감, 시멘트 위에 떨어진 나뭇잎 한 장.
한참을 찍다가 고개를 드니 골목이 낯설었다. 분명히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골목은 ㄱ자로 꺾여 있었고, 꺾인 지점에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이 한 채 있었다. 대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문 안쪽에 화분이 빼곡했다. 수아는 문 앞에서 잠시 서 있다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 살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소리는 없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문 안쪽 화분들을 찍었다. 찍는 순간 뷰파인더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았다. 집 안쪽 그늘진 부분. 하지만 셔터를 내리고 화면을 확인하면 화분밖에 없었다. 빛 때문이겠지, 수아는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와 그날 찍은 것들을 전부 확인했다. 사진은 삼백사십여 장. 수아는 한 장씩 넘기면서 쓸 만한 것들에 별표를 쳤다. 절반쯤 넘겼을 때 손가락이 멈췄다.
그 집 문 안쪽의 화분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화분은 열두 개쯤 되었고, 이름 모를 식물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라 있었다. 그리고 화분들 사이에서, 뷰파인더로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찍혀 있었다. 눈이었다. 정확히는 얼굴이 아니었다. 화분 뒤쪽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수아를 향해 보고 있었다. 흰자가 너무 컸다. 수아는 화면을 확대했다. 확대할수록 흐려졌다. 픽셀이 뭉개졌다.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수아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파일을 닫았다. 다시 열었다. 다시 확대했다.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날 밤 수아는 그 사진을 지웠다. 지우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마을로 갔다.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의뢰인한테 연락이 온 것도 아니었고, 전날 찍은 것으로 이미 충분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계단을 오르고 싶었다. 발이 그쪽으로 가고 싶어 했다. 수아는 그것을 직업적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사진가는 빛이 좋은 곳으로 간다. 아침 빛은 달랐다.
마을은 안개가 껴 있었다. 산자락에서 내려온 것인지 바다에서 올라온 것인지 알 수 없는 흰 안개가 골목 사이에 차 있었다. 파란 지붕들이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수아는 카메라를 들고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계단을 오르고, 꺾이고, 다시 오르고. 어느 순간 전날 그 집 앞에 와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 반쯤 열린 대문, 화분들. 수아는 멈췄다.
대문이 조금 더 열려 있었다. 어제보다 확실히.

수아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에는 뷰파인더가 아니라 라이브뷰 화면으로 집 안을 보았다. 화분들 너머로 작은 마당이 보였고, 마당 안쪽에 미닫이문이 있었다. 미닫이문은 닫혀 있었다. 수아는 셔터를 눌렀다. 찍었다. 화면에서 확인했다. 미닫이문이 열려 있었다. 화면 속에서만.
수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개가 조금 더 짙어져 있었다. 수아는 걷기 시작했다. 빠르게, 그러나 뛰지 않으려고 의식하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발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뒤에서. 그러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 않았다.
숙소에 돌아와 방금 찍은 사진을 다시 보았다. 미닫이문은 닫혀 있었다. 분명히 열려 있었는데. 수아는 파일 정보를 열어보았다. 촬영 시각, 카메라 기종, 렌즈 정보. 그런데 파일 이름 아래에 이상한 것이 있었다. 메타데이터에 위치 정보가 찍혀 있었다. 수아는 위치 정보를 꺼두고 다닌다. 항상. 그런데 좌표가 찍혀 있었다. 수아는 좌표를 지도에 입력했다. 지도는 마을 안쪽, 관광 안내도에도 나오지 않는 좁은 골목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집이었다.
그날 저녁, 수아는 마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게 그 집에 대해 물었다. 관광 안내소 옆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이었다. 청년은 수아의 설명을 듣더니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슬레이트 지붕에 화분이 많은 집이요? 거기는 오래됐어요. 십 년 넘게 비어 있는 집인데. 아, 예전에 할머니 한 분이 사셨는데,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그냥 그대로 있는 거라고 들었어요. 가족이 없어서. 가끔 이상하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앞 지나다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거예요?"
청년은 웃었다. 그냥 넘기려는 웃음이었다.
"그냥, 뭔가 들린다고요. 아니면 봤다고. 뭘 봤는지는 다들 잘 말을 안 해요."
수아는 숙소로 돌아와 그날 찍은 사진들을 전부 다시 확인했다. 삼백 장이 넘었다. 한 장씩. 그리고 찾아냈다. 오전 중반, 메인 골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수아가 카메라를 들고 계단 위쪽을 찍은 사진. 계단 위에 아무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사진 속 계단 꼭대기에, 누군가 서 있었다. 흰 옷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가 숙여져 있거나 아니면 얼굴 자체가 없거나. 수아는 그것을 판단할 수 없었다. 확대하면 픽셀만 남았다.
수아는 그 사진을 삭제했다. 지우고 나서 휴지통을 비웠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카메라를 켰을 때, 삭제한 사진이 다시 있었다. 파일 이름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 파일 이름은 날짜와 일련번호였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파일 이름이 수아의 이름이었다.

수아는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노트북에 꽂아 폴더를 열었다. 그 파일 하나만 남아 있었다. 다른 삼백 장은 없었다. 수아는 파일을 열었다. 계단 위, 흰 옷.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사진이 흑백이었다. 분명히 컬러로 찍었는데. 그리고 흑백 사진 속에서, 흰 옷의 인물이 수아가 있는 방향으로 얼굴을 들고 있었다.
수아는 사진 속 그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다. 노트북을 덮었다.
그날 수아는 감천문화마을로 다시 갔다.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집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그 순간에는 없었다. 발이 앞서고 있었다. 안개는 없었다. 늦은 오후,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내려가는 시간. 수아는 역방향으로 올라갔다.
그 집 앞에 섰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화분들은 그대로였다. 수아는 문지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마당은 좁았다. 낡은 수도꼭지가 있었고, 깨진 항아리가 있었다. 미닫이문 앞에 섰다. 문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그냥 홈에 손가락을 걸어 당기는 방식이었다. 수아는 당겼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지가 들떠 있었고, 바닥에 장판이 절반쯤 뜯겨 있었다. 먼지. 구석에 빈 약통 하나.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유리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수아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벽 한쪽에 시선이 걸렸다.
사진들이었다. 벽에 테이프로 붙어 있는 사진들. 여러 장. 흑백 사진이었다. 수아는 가까이 다가갔다. 오래된 사진들이었다. 사람들이 찍혀 있었다. 이 마을을 찍은 사진들 같았다. 계단, 골목, 지붕. 그리고 사람들. 각기 다른 시대인 듯 옷차림이 달랐다. 수아는 한 장씩 훑어보다가 멈췄다.
가장 아래쪽 사진이었다. 다른 것들보다 덜 오래된 것 같았다. 좀 더 선명했다.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구도. 그리고 그 사진 속에, 수아가 있었다. 수아가 입고 온 오늘의 옷. 파란 재킷, 카메라 스트랩, 어깨에 걸친 가방. 수아가 어제 이 마을에서 찍힌 것처럼 보였지만, 사진은 흑백이었고, 테이프는 노랗게 바래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벽에 붙어 있었던 것처럼.
수아는 사진을 손으로 잡아 떼려고 했다. 테이프가 단단히 붙어 있었다. 잡아당기자 사진 모서리가 찢어졌다. 수아의 손이 떨렸다. 사진에서 수아 옆, 계단 한 칸 아래에,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수아는 지금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다. 흰 옷의 인물. 수아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인물의 얼굴은 카메라를 향해 들려 있었다.
수아는 방에서 나왔다.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왔다. 골목을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이 켜졌다. 수아는 고속도로 방향을 눌렀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수아의 카메라가 가방 안에서 혼자 켜졌다. 셔터 소리가 났다. 한 번. 수아는 핸들을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부산 시내가 백미러 속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수아는 앞만 보았다.

집에 돌아온 것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수아는 카메라 가방을 현관에 내려놓고 들어가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카메라는 현관에 그대로 두었다. 다음 날 아침, 가방을 열지 않은 채 카메라를 통째로 박스에 넣었다. 테이프를 붙였다. 박스를 베란다 창고 안 가장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삼 일이 지났다.
수아는 그 박스를 열지 않았다. 열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나흘째 되던 날 밤, 잠을 자다가 소리를 들었다. 베란다 쪽에서. 셔터 소리였다. 한 번. 그리고 한 번 더.
수아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소리는 더 나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베란다 창고를 열었을 때, 박스는 있었다. 테이프도 그대로였다. 수아는 박스를 꺼내지 않고 창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 박스 안에서 셔터 소리가 났다는 사실보다, 수아를 더 오래 괴롭힌 것은 따로 있었다. 그날 밤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 수아는 생각했다. 감천문화마을의 그 벽에 붙어 있던 사진들. 수아 옆에 서 있던 흰 옷의 인물. 그 인물의 얼굴이 카메라를 향해 들려 있었다는 것.
수아는 그 얼굴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억이 났다. 사진에서 눈이 마주쳤던 것 같은 느낌. 보지 않았는데도 아는 것처럼. 마치 수아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얼굴은 수아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하고 있는 인물은, 수아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방 안에도, 수아는 혼자였다.